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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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브로브니크 성벽 위에서 올드타운을 내려다봤다. 장난감처럼 겹겹이 들어선 오렌지빛 지붕들이 아드리아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황홀한 풍광을 선사한다.
어떤 도시는 색(色)으로 각인된다. 이를테면 산토리니와 두브로브니크가 그렇다. 하얀 벽과 하늘색 지붕으로 상징되는 도시가 산토리니라면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는 블루와 오렌지, 그 선명한 빛깔의 대비가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아드리아해(海) 푸른 바다를 끼고 오렌지색 지붕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해안 도시. 자연과 사람이 함께 빚은 절묘한 풍광이다.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길이 2㎞, 높이 25m 성곽으로 둘러싸인 올드 타운의 고색창연한 풍모가 막 도착한 관람객을 설레게 만든다. 먼저 도시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보기 위해 412m 높이의 스르지산 정상으로 향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장난감 같은 오렌지빛 지붕들이 옹기종기 들어찬 성과 파란 바다, 초록빛 섬이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인다. 오죽하면 영국 문호 버나드 쇼가 '진정한 천국을 찾고 싶다면 두브로브니크로 가라'는 찬사를 보냈을까. 스르지산 꼭대기의 노천카페는 올드 타운의 부자(Buza) 카페와 함께 손꼽히는 전망대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의 중심인 플라차 대로. 대리석 바닥이 매끄럽다. 조명을 받으면 반짝거린다.

이 낭만적 풍광 뒤로 두브로브니크는 아픈 시간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7세기에 도시가 형성됐고 베네치아공화국과 경쟁한 유일한 해상무역 도시국가였다. 발칸과 이탈리아를 잇는 중계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했고 16세기에 과학과 문학·예술을 꽃피웠다. 비극은 갑자기 찾아왔다. 1667년 대지진으로 모두 파괴된다. 무려 5000명 이상이 죽었다. 그래도 도시는 다시 일어섰다. 무너진 건축물을 바로크 양식으로 다시 세웠다. 하지만 또다시 재앙이 찾아온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 내전 때였다. 크로아티아가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자 유고 전투기가 두브로브니크를 폭격했다. 도시 여기저기 남은 포탄 흔적이 비극을 증명한다.

본격적인 내부 탐색은 필레 게이트에서 시작한다. 1537년 완공된 필레 게이트는 중세시대의 성문이다. 문을 통과하는 순간 과거로 타임슬립(시간 여행)한 듯한 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거울처럼 반들거리는 대리석으로 다져진 대로(大路)가 동서로 길게 뻗어 있다. 플라차라고 부르는 올드 타운의 중심가다. 이 플라차 대로를 활기차게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볼거리. 동쪽 시계탑이 보이는 곳까지 걸어가면 루자광장이 나온다. 광장 오른편엔 커다란 성 블라시오 교회가 있고, 한복판에 칼을 든 기사가 서 있는 올란도 석주가 있다.

두브로브니크의 하이라이트는 돌을 쌓아서 만든 높다란 성벽 위에 올라가 성을 따라 한 바퀴 도는 성벽 투어다. 성벽에는 5개의 요새와 16개의 탑이 있다. 성벽을 둘러싼 길은 구시가지와 아드리아해의 정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산책길이다. 오밀조밀한 골목길과 붉은 물결처럼 굽이치는 지붕들, 멀리 보이는 바다까지 장관을 이룬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시시각각 다른 각도를 드러내는 아드리아해의 풍광에 수시로 넋을 놓게 된다.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전쟁의 상흔을 만날 수 있다. 길바닥, 건물 벽, 성벽 곳곳에 총탄이나 포탄 파편에 맞아 움푹 팬 흔적이 보인다. 크로아티아가 유고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후 시작된 내전의 상처들이다. 내전으로 건물 800여채 중 68%가 무너졌다. 한낮의 성벽 투어는 피하는 게 좋다. 햇살이 강하고 그늘 한 곳 없는 땡볕을 걸어야 한다. 성벽 위에서 내려다본 골목길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곳곳에 널려 있는 빨래가 어딘지 정겹다.

이 도시의 현재, 진짜 살아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골목 투어를 권한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플라차 대로를 중심으로 40여개가 넘는 골목들이 촘촘히 그물망처럼 뻗어 있다. 골목 안에 빼곡히 들어찬 상점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걷다가 지치면 카페에 앉아 나른하게 게으름을 만끽해도 좋다. 이 도시에선 조바심 낼 필요가 없으니까.

하루 정도 시간이 남는다면 엘라피티군도 섬 여행을 떠나자. 1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지만 콜로체프, 로퍼드, 시판 등 3개 섬에만 사람이 산다. 로크룸 부두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면 이 3개 섬을 하루에 돌아볼 수 있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물이 맑아서 기분까지 산뜻해진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한국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가는 직항 노선은 없지만 유럽의 대도시에는 대부분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비행기나 기차가 있다. 수도 자그레브로 들어간 뒤 야간버스나 야간기차를 이용해도 된다. 버스는 11시간 정도 걸린다.

터키항공이 지난 10일 두브로브니크에 신규 취항하면서 더 편하게 갈 수 있게 됐다. 인천을 출발, 이스탄불에 도착한 뒤 두브로브니크 노선으로 환승하면 된다. 이스탄불-두브로브니크 노선은 주 3회 운항하며 1시간 50분 걸린다. 31일부터는 주 5회, 8월 29일부터는 주 6회로 증편될 예정이다. 새 노선 취항과 함께 이스탄불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99달러(세금 포함), 두브로브니크에서 이스탄불까지 99유로짜리 특가 항공권이 출시됐다. 특가 항공권은 7월 31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화폐는 쿠나(Kuna·1 쿠나는 약 170원). 유로화도 쓸 수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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