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상을 한다. 바다 위에 성이 떠 있고, 그 성벽 위를 걷는 상상 말이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 가면 꿈은 곧 현실이 된다. 두브로브니크의 별칭이 ‘아드리아해의 진주’다. 구시가는 바다를 바라보고 튼튼한 성벽에 둘러싸인 채, 중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 아름다움을 지키려고 유고 내전 당시에는 유럽의 지성들이 인간방어벽을 만들어 성의 폭격을 막기도 했다.

 

도시는 7세기 무렵에 형성됐고 지중해에서 그 위상을 떨쳤다. 13세기에 세워진 철옹성 같은 두터운 성벽은 후손들 입장에서 보면 큰 덕이었다. 옛것을 고스란히 보존하는 차단막이 됐고, 두브로브니크는 유럽인들이 동경하는 최고의 휴양지로 자리매김했다. 버나드 쇼는 “진정한 낙원을 원한다면 두브로브니크로 가라”는 말을 남겼다.

 

붉은색 지붕이 인상적인 두브로브니크 구시가.

 

 

아드리아해의 성벽 위를 걷다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에서는 독특한 걷기 여행이 가능하다. 유럽 부호들의 은둔처였던 외딴 도시가 실제로 알려진 것도 이 특별한 체험 때문이다. 유럽 각지의 여행자들은 ‘성벽 위 걷기’를 위해 성곽마을을 찾는다. 성벽의 길이는 2km, 높이는 25m. 두께도 3m나 된다. 성벽에 오르면 한때 두브로브니크의 붉은 깃발이 수놓았던 아드리아해가 끝없이 펼쳐진다. 절벽에 세워진 성 밑으로는 바닷물이 통하는 해자가 연결돼 멀리서 보면 성은 섬처럼 떠 있는 모습이다.

 

단순히 성벽 걷기라는 체험만으로 두브로브니크의 가치가 도드라진 것은 아니다. 성벽 위에서 바라보는 성 안 사람들의 풍경과 골목들은 두브로브니크가 ‘진주’로 불리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유럽의 고성들 안이 대부분 오래된 유적들로 채워진 것과 달리 두브로브니크 성의 구시가는 일상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골목을 지나다 보면 오전에 들어서는 과일 시장이나 주민들의 단골 이발소, 정육점들을 마주치게 된다. 구시가의 꼬마들이 성벽 밑에서 공을 차는 모습도 정겹다. 유네스코는 견고하고 탐스러운 두브로브니크 구시가 전역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 1 성곽에서 내려다본 플로체 지역의 풍경.
  • 2 성벽 위 걷기. 성벽 위 길은 2km가량 이어지며 이방인들에게 독특한 체험을 선사한다.

 

 

대부분의 이방인들은 파일 게이트를 통해 구시가에 ‘입성’한다. 문을 지나면 중앙로가 뻗어 있고 1층에는 상점과 레스토랑들이 가지런하게 늘어서 있다. 한때 운하였다 매립된 중앙로의 석회암 바닥은 오랜 흔적으로 만질만질해졌다. 성 안의 유적들은 고풍스러운 표정이 가득하다. 돌 세공기술이 독특한 스폰자 궁전이나 고딕, 르네상스 등 여러 양식이 혼재된 렉터 궁전(The Rector’s Palace) 등은 그 정교함이 탁월하다. 렉터 궁전의 안뜰은 여름축제 때 공연무대가 들어서는 곳이다.

 

두브로브니크의 여름 페스티벌은 60년 전통을 지닌 대축제다.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까지 한 달간 이어지는데 다양한 재즈, 클래식 공연이 구시가 전역에서 펼쳐진다. 굳이 여행자들이 북적이는 성수기에 성을 찾는 것도 이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은은한 조명 아래 바다 향을 맡으며 성곽 축제는 무르익는다.

 

이밖에도 도시의 수호성인인 성 블라이세를 기념하는 성 블라이세 성당, 시민들의 식수원이었던 큰 오노프리오스 샘 등은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이다. 구시가의 대표적인 유적지들은 노천 바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운치 있게 감상할 수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포즈로 와인이나 커피 한잔을 기울이며 두브로브니크를 즐긴다.

 

  • 1 구도심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중앙로.
  • 2 성곽 안에서 오래된 그림을 파는 화가들.

 

 

삶과 향이 가득한 구시가 골목

중앙로 뒤편으로 돌아서면 미로 같은 골목이다. 분주한 구도심을 벗어나 골목 한편에 앉으면 또 다른 중세의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고요한 휴식과 옛사람들의 담소가 빛바랜 담장 너머로 어우러진다. 바다를 낀 골목에는 레스토랑 군락이 형성돼 있다. 피자, 파스타를 파는 이탈리아 식당이 다수 들어와 있지만, 두브로브니크에서는 해산물 요리를 한 번쯤은 맛봐야 한다.

 

이곳에서는 호텔보다는 'sobe'라는 민박집에서 묵는 게 운치 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sobe'라는 종이를 든 민박집 호객꾼들이 즐비하다. 구시가 밖 플로체 지역의 언덕 숙소에 묵으면 성곽과 아드리아해가 한눈에 담긴다. 숙소에 누우면 옥상에 걸려 있는 흰 빨래들, 새소리와 종소리, 창 너머로 실려 오는 아드리아해의 바람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 1 골목 곳곳에서 중세의 따사로운 숨결을 느낄 수 있다.
  • 2 여름이면 성곽 안은 축제로 들썩인다. 파일게이트 앞 거리의 악사.
  • 3 성곽 안은 현지인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오전이면 과일 장터가 들어선다.

 

 

성 밖으로 나서거나 민박집 아래로 터덜터덜 내려서면 해변과 바다다. 이곳 바다는 곳곳이 다이빙 포인트이며 10월까지 따사롭다. 아드리아해보다 더 짙은 하늘 아래, 세르비아계의 피가 흐르는 친절하고 육감적인 미인들이 활보한다. 왜 굳이 두브로브니크를 ‘낙원’으로 칭송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는 길
한국에서 직항편은 없으며 유럽 각 대도시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매일 비행기가 뜬다. 오스트리아 을 경유하는게 편리하다. 성수기에는 한 달 전 사전 예약은 필수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자그레브를 거쳐 크로아티아 스플리트까지 열차가 운행된다. 스플리트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는 버스로 4시간 30분 소요. 이탈리아 바리에서 페리를 타고 두브로브니크에 닿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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