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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터키

터키 이스탄불 : 이스탄불 흑해에서 돌고래와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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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살면서 여행하는 법 

이스탄불 흑해에서 돌고래와의 조우!

 

 

이스탄불에 방을 마련해 놓고 살기 시작한 지 닷새째. 
(지난 글 '이스탄불에서 집 구하기' 보기 ▶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43887)

한동안 도시의 중심가에서만 뒹굴거리다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외곽쪽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내가 찾아가려고 마음 먹은 곳은 이스탄불의 아시아 지역 최북단에 위치한 아나돌루 카와으(Anadolu Kavagi). 이 마을에 있는 요로스 성(Yoros Castle)에 올라가면 흑해를 내려다 볼 수 있다고 하여,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이스탄불은 흑해와 마르마라해, 그리고 이 두 바다를 연결하는 보스포러스 해협에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도시의 중심가에서는 흑해를 볼 일이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이름부터 매력적인 이 바다를 일부러라도 보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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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바타쉬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쯤 달리면 사르예르 선착장이 나타난다

 

이스탄불의 중심가에서 요로스 성을 찾아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카바타쉬(Kabatas)'역에서 25E번 버스를 타고 '하지 위메르 메이단(Haci ömer meydani)' 정류장에서 하차, 정류장 바로 옆에 있는 사르예르 선착장(Sariyer iskelesi)에서 보트를 타고 아나돌루 카와으까지 이동하는 것이 첫 번째 방법.

그리고 에미뇌뉘(Eminonu) 선착장에서 아나돌루 카와으까지 한 번에 이동하는 보트를 타는 것이 두 번째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더 간단하긴 하지만, 첫 번째 방법이 교통비가 덜 든다. 게다가 내가 살고 있던 베식타스 지역에서는 카바타쉬역까지 걸어서도 갈 수 있었기에 나는 당연하게 첫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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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선착장에서 다시 이런 배를 타고 20여 분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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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에 도착한 Anadolu kavagi 선착장

 

사르예르 선착장에서 아나돌루 카와으로 넘어가는 배는 아침 7시쯤 운행을 시작해 밤 11시에 운행을 마친다. 운이 좋지 않으면 한 시간 넘게 배를 기다려야 될 수도 있으므로, 미리 시간표를 알아보고 가는 쪽이 좋다.

이곳에 내려서 요로스 성까지는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 성을 찾는 건 어렵지 않지만, 요로스 성 위로 올라가는 건 꽤 힘들다. 걷는 것 하나는 꽤 자신있어 하는 나도, 성 입구까지 올라갔을 땐 좀 숨이 가빴다.
날은 덥고, 하지만 3월 중순이라는 이유로 내가 입은 옷은 무거웠고. 그래서 입구를 찾아가다 '올라가지 말아버릴까.' 하고 생각했지만, 찾아온 시간과 교통비가 아까워 결국 성 앞까지 올라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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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도착한 Yoros Cas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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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는 보스포러스 해협이, 뒤쪽으로는 흑해가 흐른다

 

요로스 성은 원래 입장료가 없다. 하지만 입구로 올라가보면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성 안 관리인이 입장료를 요구한다. 나이 지긋한 현지 할아버지들에게도 그러는 걸로 보아, 상습적인 행동인 모양이다. 얼마간의 돈을 내고 들어가볼까 생각했는데, 하필이면 50TL(터키 리라)짜리 지폐 밖에 가진 게 없다. 결국 나는 성 밖에서 사진만 실컷 찍다 다시 아래로 내려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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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앞에서 내려오며 바라본 바다.

 

다행히도 성에서 내려오다 보면 중간 중간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 있다. 그 시원한 테라스에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올라올 때의 고단함 같은 건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한참 시원한 봄바람을 즐기다, 돌아가는 배 시간에 맞춰 다시 선착장으로 내려갔다.

이스탄불엔 늘 여행객이 많지만, 이곳까지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많지 않아 내려가는 길은 조용하고 여유롭다. 터키에서는 언제나 '곤니찌와', '안녕하세요', '니하오'같은 인사들이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지만, 이 거리에서는 그런 인사도 잠시 멈춘다.

그렇게 여유로운 거리를 천천히 걸어내려와 사라예르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배를 탔다. 시간 맞춰 움직이느라 점심을 건너 뛴 상태였기에, 돌아오는 배 안에서는 허기를 느꼈다. 그래서 페리 밖으로 두 발을 내놓고 앉은 채 내리자마자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바다 속에서 무언가 반짝 하고 빛을 내며 뛰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것이 다름 아니라 '돌고래'라는 걸 이해하기까지는 몇 초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갑작스런 돌고래의 등장에, 놀란 내가 친구를 바라보자 친구도 나를 쳐다보았다.

"봤어? 돌고래야."

"그치? 진짜 돌고래였지?"

그렇게 서로 확인을 한 후에야, 우리는 우리가 본 것이 진짜 돌고래라는 걸 믿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돌고래를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뚫어져라 보스포러스 해협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 속에서 또 한 번, 세 마리의 돌고래가 춤을 추듯 뛰어올랐다 사라졌다.

놀이공원 같은 곳에서 쇼를 하는 돌고래를 본 적이 있지만, 그것은 전혀 나를 설레게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스탄불 바다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돌고래라니. 이 예상치 못한 만남에, 들뜬 기분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쩐 일인지 돌고래를 본 것은 나와 친구뿐인 듯했다. 

만약 돌아오는 길에 돌고래를 만나지 못했다면 이 날은 나에게 별 의미없는 날로 남았을 것이다. 요로스 성 앞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멋있었지만, 터키에서 지내는 동안 멋진 풍경이란 건 너무나 많이 만났다. 고대 유적지, 웅장한 성, 화려한 궁전, 드넓은 바다. 그런 것들이 수도 없이 내 여행에 등장했다 사라졌기에 대부분 비슷비슷한 부피를 가지고 내 기억을 차지하고 있거나 사라지곤 했다.

오늘의 요로스 성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하루일 뻔 했으나, 뜻하지 않게 바다 위로 뛰어오른 세 마리의 돌고래를 만난 것이다. 덕분에 이 날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여행이라는 것은 이렇게 늘, 내가 생각지 못했던 방식으로 기억에 남는다. 기대했던 것은 기대했던 것과 다르고, 계획했던 것은 계획과 다르게 흘러간다. 

대신, 기대하지 않았던 무언가가 우리 앞에 나타나고 계획에 없던 추억이 남는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점들 때문에 우리가 그토록 '여행'을 사랑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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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돌고래를 보여주었던 이스탄불의 바다

 

이 바다 덕분에, 내 여행의 또 하루가 잊지 못할 시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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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여행하기'를 모토로 좋아하는 축구를 좇아 세계 각국을 유랑했다. 축구 전문 미디어 '스포탈코리아'와 전문 잡지 '풋볼위클리'에서 객원 기자로 활동했으며 그 밖에도 다양한 미디어에 시민기자로서 투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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