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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터키

터키 : FC서울을 닮은 터키의 페네르바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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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축구기행

FC서울을 닮은 터키의 페네르바체 

 

알고 계셨는가? 이스탄불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축구팀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다. 현재 1부 리그에 해당하는 터키 수페르 리그에만 해도 이스탄불을 연고지로 하는 클럽은 다섯 개나 된다. 그 중에서 ‘갈라타사라이(Galatasaray)’ ‘베식타스(Besiktas)’, 그리고 ‘페네르바체(Fenerbahce)’는 터키 리그를 대표하는 축구 클럽들로서, 현재 리그에서도 이 세 팀이 차례대로 1, 2,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도시답게, 축구 클럽도 유럽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팀과 아시아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팀으로 나누어진다. 갈라타사라이와 베식타스는 유럽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페네르바체는 아시아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내가 페네르바체의 홈구장을 처음 찾아간 것은, 지난 겨울 페네르바체와 카라부크스포르(Karabukspor)의 경기가 있던 날이었다. 당시 유럽 지역의 구시가 쪽에 머무르고 있던 나는, 페네르바체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 에미뇌뉘(Eminonu) 역까지 트램을 타고 내려가 다시 페리로 갈아탔다. 이스탄불에 없어서는 안 될, 주요 교통 수단인 이 페리는 이곳의 교통 카드인 ‘이스탄불 카드’를 이용하면 탈 수 있다. 가격은 1.90리라로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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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십 대의 페리들이 유럽 지역과 아시아 지역을 오간다.
덕분에 나는 이스탄불에 머무는 동안, 평생 탈 배보다 더 많은 배를 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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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카드쿄이에 도착하기 전에, 위스퀴다르에 들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내린다고 해서 따라 내리는 것은 금물.
어느 곳을 갈 것인가 하는 것에 따라 카드쿄이와 위스퀴다르를 구별해둘 필요가 있다.

이 페리를 타고 20분쯤 달리면 카드쿄이 선착장에 도착한다. 사실 나는 페네르바체 경기장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지 못했지만,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유니폼을 챙겨 입은 사람들이 잔뜩 눈에 띄었기 때문에 나와 제이는 그들을 쫓아 경기장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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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를 타고 도착한 카드쿄이 선착장.
이곳에서 15분쯤 걸어가면 쉬크리 사라졸루 스타디움이 나타난다.

페네르바체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쉬크리 사라졸루 스타디움(Sukru saracoglu stadyumu)은 1908년에 개장하였으나,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보수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 오히려 매우 깨끗하고 세련되어 경기장이 참 좋구나,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2008~2009 시즌에는 UEFA컵 결승전 경기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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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쪽에서 바라본 쉬크리 사라졸루 스타디움.
외관만 보았을 때는 평범해 보였는데, 안으로 들어가보면 꽤 특이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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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간이 가까워지자 어느 새 관중석이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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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말이라 날이 매우 추웠지만, 경기를 보는 동안 사람들은 추위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

갈라타사라이가 프랑스어를 쓰던 지식인들이 세운 고등학교 축구 클럽인데 반해 페네르바체는 노동자 계급에 의해 만들어진 팀이다. 때문에 초창기에는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대립이 ‘이스탄불 더비’를 만들었다고 하나, 요즘은 그런 의미의 대립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의 페네르바체는 부자 클럽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데다 실제로 꽤 자금력이 탄탄한 클럽이기도 하다. 경기장 주변 분위기도 베식타스와는 사뭇 달라서, 많은 카메라와 리포터들의 모습이 눈에 띄는 것이 홍보를 제대로 하고 있는 팀이라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경기 시작 한 시간 삼십분쯤 전에 경기장에 도착했는데, 다행히도 당일 표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터키에서 축구장 티켓을 구하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 나 역시 아주 중요한 경기가 아니라면 표를 구하지 못할 일이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바로 어제 베식타스의 경기를 보러 갔다가 표가 매진되는 바람에 헛걸음을 하고 돌아와야 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지난 12월 22일 토요일에는, 사람들에게 티켓 오피스가 어디 있는지를 물어 물어 찾아가니 아직 표가 남아 있었고, 30TL라는 저렴한 가격에 홈 서포터석 입장권을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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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오피스는 MIGROS라는 큰 마트 옆에 있는데, 이곳에서는 카드 결제만 가능하다. 현금으로 티켓을 구입할 사람은 MIGROS를 마주보고 서서 왼쪽으로 조금 더 돌아가면 또 다른 티켓 오피스가 나오므로 그곳에서 구입하면 된다.

그렇게 일련의 과정을 거쳐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은 시작 전부터 엄청나게 시끄럽다. 관중들도 관중들이지만, 장내 아나운서가 무어 그리 할 말이 많은 것인지 커다란 목소리가 계속해서 경기장 안을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 그러다가 아나운서가 잠시 방송을 쉴라 치면 엄청나게 큰 볼륨으로 노래를 틀어놓아 나와 제이는 바로 곁에서도 서로 대화를 나누기가 힘들다. 그 속에서 넋을 놓고 서 있자니, 문득 이런 분위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서도 나는, 여긴 나름 흥겹긴 한데 너무 시끄러워서 귀가 멍멍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대체 그곳이 어디였더라, 하고 기억을 되새기고 있는데 제이가 먼저

 

“여기 말이야. 꼭 FC서울 같지 않아?”

 

하고 물어온다. 듣고 보니 그러하다.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커다란 노래 소리. 장내 아나운서의 끊임없는 외침. 경기 시작 한참 전부터 무슨 이벤트라도 벌이듯 시끌벅적한 이 분위기도, 외국인 관중이 유난히 많은 듯한 이 느낌도, 꼭 FC서울을 닮았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FC서울이 세뇰 귀네슈 감독(터키에서 국가 대표팀과 트라브존스포르의 감독을 역임했던 감독으로 2007시즌부터 2009시즌까지 3시즌 동안 FC서울에서 감독 생활을 했다. 이후, 다시 트라브존스포르로 돌아갔으나 올해 1월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사퇴햇다.)을 영입하며 터키 축구팀의 분위기를 배워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페네르바체는 왠지 FC서울을 생각나게 했다. 그러니까 내가 페네르바체에 쉽게 감정 이입을 못한 것도, 어쩌면 K리그에서 내가 좋아하는 팀이 FC서울처럼 성적 좋고 재정이 튼튼한 팀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7시에 시작한 저녁 경기는 9시나 되어야 끝이 나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 지역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페리 시간 때문에 나와 제이는 경기를 마지막까지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유럽 지역에 숙소를 정해놓고 페네르바체 경기를 보러 가는 여행객이라면, 그 날의 마지막 페리 시간 정도는 미리 숙지해두어야 할 것이다. 물론 아시아와 유럽 사이를 버스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는 듯하지만, 당시 나는 버스 노선을 전혀 알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아쉽지만 후반전 20분쯤은 보지 못한 채 카드쿄이 선착장으로 돌아오면 경기가 끝날 쯤, 페네르바체가 상대팀에게 1-3으로 패했다는 소식을 엿듣는다.

바로 그 경기에서 패한 이후 지금까지, 페네르바체는 갈라타사라이와 베식타스에 이어 리그 3위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3월 14일에 펼쳐진 UEFA 16강 경기에서 플젠을 누르고 8강에 진출했으니 그 나름대로 위안은 될 것이다. 여기저기서 들은 바로는 페네르바체는 터키 리그에서도 특별히 많은 수의 팬을 보유하고 있는 팀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 팀이 앞으로 리그와 UEFA 대회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어 그 많은 팬들을 즐겁게 해줄지 지켜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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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돌아가는 길.
페네르바체의 경기 때문에라도 앞으로 이 풍경을 더 자주 마주치게 될 것 같다.

 

 

Informaition

- 주소
Fenerbahçe Sports Club, Fenerbahce Sükrü Saracoglu Stadium/ Kiziltoprak/ Kadıköy/İstanbul/ Turkey

- 교통
유럽 지역의 Eminonu역까지 트램을 타고 이동
Eminonu선착장에서 페리를 타고 아시아 지역의 Kadkoy선착장으로 이동
이후, 도보로 15분

- 입장료
최저 30TL / 최고 110TL이상

- 수용인원
50,509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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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여행하기'를 모토로 좋아하는 축구를 좇아 세계 각국을 유랑했다. 축구 전문 미디어 '스포탈코리아'와 전문 잡지 '풋볼위클리'에서 객원 기자로 활동했으며 그 밖에도 다양한 미디어에 시민기자로서 투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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