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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터키

터키 갈라타사라이 : 홈구장, 튀르크 텔레콤 아레나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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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갈라타사라이의 홈구장

튀르크 텔레콤 아레나 Türk Telekom Arena 를 가다!

 

우리가 튀르크 텔레콤 아레나(Türk Telekom Arena)를 찾아간 것은 갈라타사라이가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성공한 다음날이었다. 3월 13일, 벨틴스 아레나(Veltins Arena)에서 펼쳐진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갈라타사라이는 샬케04를 3대 2로 누르고 8년 만에 8강 진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바로 그 경기를, 동네에 있는 펍에서 함께 지켜본 나와 제이는 갈라타사라이가 너무나 멋진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경기가 끝날 즈음, ‘내일은 갈라타사라이 홈구장이나 가볼까?’ 하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경기장이 있는 메트로 역 이름 하나만 달랑 외운 채 무작정 집을 나섰다.

  

사진 1

 

2011년부터 갈라타사라이의 홈 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튀르크 텔레콤 아레나.

옛 경기장인 '알리 사미 옌 경기장'에 비하면 그 이름이 너무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터키의 이동통신 회사인 튀르크 텔레콤이 매년 1,025만 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10년 동안 경기장 명명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한다.

튀르크 텔레콤 아레나는 메트로 2호선에 있는 세이란테페(Seyrantepe)역 앞에 있다. 하지만 나와 제이는 메트로 역을 찾아가는 게 귀찮다는 이유로, 늘 이용하던 버스 정류장에서 세이란테페역으로 가는 버스를 찾아 헤맸다. 그러다 27E 버스가 그 근처로 가는 것을 발견하고는 별 생각 없이 이 버스에 올라탔는데, 그런 준비성 부족한 태도 덕분에 우리는 이 아침, 예상에 없던 길고 긴 산책을 해야 했다.

 

 

사진 2

 

튀르크 텔레콤 아레나가 있는 세이란테페 역.
메트로를 타고 왔다면 이 역까지 금방 도착했을 것을 우리는 굳이 버스를 타고 이곳을 찾아가는 모험을 감행했다.

처음 여행을 다닐 때만 해도 지도나 가이드북 같은 것을 꼼꼼히 챙겨 다니던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준비물이 없는 것은 차치하고 제대로 된 정보조차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서는 여행자가 되었다. 게다가 터키 여행은 두 번째이고, 그 중 이스탄불에서 머문 시간만 벌써 보름이 되어가니 어느 순간부터는 길은 다 길로 통하게 되어 있으니 어디로든 가면 되겠지 라는 마음 가짐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무작정 버스를 타고 가다가 이쯤에서 내리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그곳은 도저히 축구장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나 하고 잠시 망설였지만, 저쯤에 보이는 표지판에 Seyrantepe라는 글자가 보이기에 우리는 또 그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걷다 보니 점점 외딴 골목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참아 보겠는데 주위가 온통 공사현장이라 우리는 세차게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함께, 그 바람에 섞여 날아오는 먼지를 목 아프게 마셔야 했다. 때문에 목 안이 칼칼하다고 느낄 즈음, 저 멀리 축구장의 지붕쯤으로 보이는 동그란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도착하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우리가 타고 오던 27E 버스는 경기장 앞 정류장도 지나가는 버스였다. 그 사실을 모르고 엉뚱한 곳에 내린 덕분에 아침부터 우리는 모래 먼지 속에서 한 시간의 산책을 한 셈이었다. 그 사실이 못내 억울하긴 했지만, 어쨌든 경기장을 무사히 찾아왔으니 그걸로 됐다는 기분으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경기가 없는 날이라, 경기장 앞은 무척이나 조용했고 그 조용함 속에서 나와 제이의 발자국 소리만 뚜벅뚜벅 들리니 왠지 모르게 위압감이 느껴졌다.

 

 

사진 7

 

드디어 갈라타사라이의 홈구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경기장 안까지는 둘러볼 수 없어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처음엔 철조망으로 된 문이 꼭꼭 잠겨 있는 것 같아, 혹시 들어갈 수 없는 걸까 하고 고민을 했다. 하지만 가만히 보니 저쪽 끝 한쪽 문이 빼꼼히 열려 있어 우리는 조금씩 경기장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러는 동안, 저 멀리서 걸어오던 검은 제복을 입은 남자가 우리를 빤히 쳐다보기에 순간 출입통제구역인 것인가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남자는 우리를 그냥 지나쳐 갔고 그렇게 우리는 드디어 경기장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기장 안을 둘러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같은 팀은 경기가 없는 날이면 경기장 투어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니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만 해도 투어는 없었지만 경기장 주변을 기웃거리자, 경기장을 지키고 있던 남자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끔 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이곳은 ‘여긴 들어오면 안 돼.’라고 말을 하듯,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경기장 문 앞을 굳건히 지키고 서 있었다. 대신, 경기장 바로 앞에 위치한 팬샵의 문은 활짝 열려 있어서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사진 3

 

갈라타사라이의 팬샵.
유니폼, 머플러, 장갑, 모자, 티셔츠 등의 패션용품뿐 아니라 이불, 텀블러, 토스트기 등 각종 생활용품도 함께 팔고 있다. 

갈라타사라이의 팬샵은 무척 멋졌다. 지금껏 가 보았던 어떤 축구팀의 팬샵보다도, 넓고 구경할 거리가 많고 그 만큼 사고 싶은 것도 많았다. 팀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고, 더불어 팬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팬존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팬들에 대한 배려심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팀은 아니지만. 어쨌든 갈라타사라이가 터키를 대표하는 팀이라는 사실을, 지난밤에 이어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사진 4

  

다른 팬샵에서는 보지 못했던 아이디어 상품.
토스트를 구우면 갈라타사라이를 뜻하는 GS란 글자가 새겨져 나오는 모양이다.

 

 

사진 5

 

해 초, 갈라타사라이로 이적해 온 드록바와 스네이더의 유니폼.
신이라고 불리는 남자, 디디에 드록바와 레알 마드리드 시절 애착을 가졌던 웨슬리 스네이더를 터키팀에서 보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드록바는 첼시FC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 레전드 선수였고, 이후 프리미어리그를 은퇴하여 상하이 선화로 이적했다가 다시 갈라타사라이로 이적해온 것. 웨슬리 스네이더 역시 레알 마드리드, 인터 밀란이라는 명문팀을 거쳐 2013년 1월 갈라타사라이로 이적했다.  

 

 

사진 6

 

갈라타사라이의 팬샵에는 팬들이 앉을 수 있는 ‘fan zone’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렇게 팬샵을 한참 동안 둘러본 후, 우리는 오는 길에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이곳을 보러 오기로 한 건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갈라타사라이는 매력적인 구석이 많은 팀 같았고, 때문에 경기장을 빠져 나오면서 나는 이 팀의 홈 경기 일정을 되새겨 보았다. 사람들은 이스탄불에서의 한 달이 지겹지 않겠느냐 물어오곤 했지만, 나는 이 도시에서 해야 할 일이 또 하나 늘어난 걸 느꼈다. 이로써 나의 터키 여행은 결코 지루할 틈이 없는,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고, 그래서 할 이야기도 그 만큼 많은 여행이 되어간다.

 

 

Information

 

튀르크 텔레콤 아레나 

- 가는 법 : 메트로 2호선 Seyrantepe역 하차

- 입장료 : 서포터석 35TL (W석의 경우, 100TL 전후)

- 수용인원 : 52,62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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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여행하기'를 모토로 좋아하는 축구를 좇아 세계 각국을 유랑했다. 축구 전문 미디어 '스포탈코리아'와 전문 잡지 '풋볼위클리'에서 객원 기자로 활동했으며 그 밖에도 다양한 미디어에 시민기자로서 투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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