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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위스

스위스 : 맛으로, 빛으로, 스릴로 겨울을 맞이하는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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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가 뛰어나올 것 같은 알프스 산맥… 사계절 볼거리 넘치는 스위스의 주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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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모리츠 베르니나와 체르마트를 달리는 산악 열차

스위스의 수도가 어디냐는 질문에 선뜻 정답이 떠오르는 사람은 아마 적을 것이다. 흔히 수도라 하면 큰 대도시에, 그 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는 도시가 아니던가. 하지만 스위스는 작은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한데다 그 안에 유명한 지명이라야 몇 안 된다. 하이디가 뛰어나올 것 같은 알프스(Alps) 산맥, 유럽의 지붕이라는 융프라우(Jungfrau), 어떤 정치범도 다 받아줄 것 같은 제네바(Geneva), 우리나라에서 비행기 타고 한 번에 갈 수 있는 취리히(Zürich). 그렇다면, 스위스의 수도는 가장 큰 공항이 있는 취리히가 아닐까 짐작하게 되는데, 아쉽게도 정답은 베른(Bern)이다. 

취리히는 스위스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가장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는 도시다. 전 세계 주요 도시와 직항 노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국제도시로, 하늘길뿐만 아니라 땅 길, 강 길도 활짝 열려 있는 위치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리마트(Limmat) 강과 질(Sihl) 강이 열어준 수로 덕분에 기원전 58년경부터 도시의 모습을 갖춰나가 스위스에서 가장 큰 대도시로 성장하게 된 취리히, 사계절 내내 대도시다운 다양한 볼거리가 넘쳐나지만 겨울이면 좀 더 이색적인 모습이 작은 나라의 큰 도시, 취리히를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달콤 고소한 냄새 폴폴 풍기며 철컥철컥 달리는 맛있는 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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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 열차에서 내려다본 눈 쌓인 스위스 풍경
유럽의 분위기를 고풍스럽게 만드는 이미지는 오래된 건물의 외관뿐만 아니라 도로 위로 느리게 달리는 작은 기차 트램(Tram)이 거리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풍경도 한몫한다. 골목마다 달리는 트램이 유난히 많아 ‘트램의 도시’로도 불리는 취리히에는 총 15개의 트램 노선이 골목마다 촘촘하게 이어진 118.7km에 달하는 철로 위를 부지런히 달린다. 트램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즐거움을 가득 싣고 재미있는 관광 트램으로 깜짝 변신을 한다.

찬바람이 불어와 어깨가 움츠러드는 계절이 찾아오면 진한 핫초콜릿 한 잔이 그리워지는데, 일명 초콜릿 트램(Chocolate Tram)으로 불리는 초겨울의 관광 트램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준다. 단 20명만 탈 수 있는데다 제공되는 음식을 초콜릿 명가 호놀드(Honold)에서 준비해 티켓을 사려는 사람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달콤한 초콜릿 트램이 지나가고 나면 바람은 더 차갑고 매서워져 눈발이 흩날리는 계절이 찾아온다. 하얀 눈이 쌓인 거리를 뚫고 고소한 치즈 냄새 폴폴 풍기는 퐁뒤 트램(Fondue Tram)이 겨울 여행자들을 맞이하는데, 잠깐 스쳐가듯 지나간 초콜릿 트램과 달리 퐁뒤 트램은 한겨울 내내 취리히 거리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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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치즈 향이 풍기는 퐁뒤 / 달콤새콤한 겨울 음료, 글뤼바인
겨울의 찬바람에 꽁꽁 얼어버린 치즈를 불에 녹여 먹던 산악 지방의 풍습에서 만들어진 요리 퐁뒤(Fondue)는 스위스의 겨울을 고소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별미 중에 별미다. 여러 종류의 치즈와 와인을 한 그릇에 넣고 녹여내 깍둑깍둑 잘게 썬 빵이나 소시지를 담가 먹는 퐁뒤는 매서운 바람과 만나면 그 풍미가 더해진다. 철컥철컥 달리는 트램 소리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진한 치즈 향기 그리고 겨울 별미 하나가 더 입맛을 돋운다. 과일과 향신료, 와인을 끓여서 만드는 겨울 음료, 글뤼바인(Glüwein)이 상큼한 기운을 불어 넣는다. 다양한 맛에 매료되어 달리다 보면 어느새 트램은 취리히의 고풍스런 풍경과 낭만이 가득한 구시가에 멈춰서 또 다른 여행 추억을 만들라고 발길을 재촉한다.

겨울빛 아래 더 아름다운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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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성모 성당 / 취리히 구시가지 성모 성당에 있는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빛으로 완성되는 아름다운 창문 예술, 스테인드글라스는 어느 공간에 있건 보석 같은 황홀함을 선사하는데, 취리히의 대표 이미지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화사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있다. 구시가에 우뚝 선 성모 성당(Fraumünster)에 보물처럼 담겨 있는 다섯 점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다. 20세기를 풍미한 러시아계 프랑스 유대인 화가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의 마지막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으로, 작품 속 장면들은 성경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예언자 엘리야의 승천, 꿈속에서 천국을 보는 야곱, 지상에서 보낸 예수의 삶, 천국에서 울리는 천사들의 나팔, 사막에서 고행 중인 모세와 그의 백성들, 이렇게 총 다섯 가지 주제를 빛의 예술로 그려냈다. 화사함이 유난히 남다른 샤갈의 색채는 유리창에 담겨 더욱더 환상적으로 빛나는데 1969년, 작품을 완성한 샤갈은 성모 성당의 단순하고 소박한 멋에 반해서 작품을 성당에 기증한다는 소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그의 아름다운 색채는 겨울 태양이 깊숙이 들어와 전해주는 부드럽고 우아한 햇살 아래서 더욱더 꿈처럼 피어난다.

동계 올림픽을 두 번이나 치른 생모리츠 St. Mor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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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알프스에서 즐기는 스키
눈 위에서 펼치는 동계 스포츠라면 뭐든지 즐길 수 있는 스위스 최대의 겨울 스포츠 도시 생모리츠(St. Moritz)는 해발 1,840m의 고원에 그림처럼 앉아 있다. 취리히 남동쪽 203km 지점으로, 그림 같은 알프스 경치를 창가에 매달고 두 시간 반쯤 달려가면 만나게 된다. 사계절 내내 하얀 눈이 덮인 알프스 산맥을 병풍처럼 두르고 바다처럼 넓은 생모리츠 호수(St. Moritzersee)를 안고 있는데, 일단 겨울 풍경을 눈에 담고 나면 찬바람만 불어도 생모리츠가 아른거려 반드시 다시 찾아오게 된다는 마성의 여행지다.

1928년과 1948년에 두 차례나 동계 올림픽을 치른 생모리츠는 스위스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손에 꼽히는 유명한 스키 리조트 단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스키, 스노보드, 아이스하키 등 유명한 동계 스포츠 외에 크레스타 런(Cresta Run)이라는 오래전 스포츠도 생모리츠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눈 위에 길쭉한 썰매를 깔고 배를 대고 엎드려 달리는 스릴 만점의 스포츠로 지금의 스켈레톤(Skeleton)의 시초가 된 스포츠다. 크레스타 런의 아찔한 스릴이 어찌나 감동적인지 영국 BBC에서 선정한 ‘죽기 전에 해봐야 할 50가지’ 중 핀란드에서 오로라 보기, 캐나다에서 북극곰 보기 등과 함께 선정되기도 했다.

눈과 얼음을 뚫고 달리는 설국열차 빙하 특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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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너그라트에서 바라본 마터호른 / 리펠제 호수에서 바라보는 마터호른
생모리츠의 피츠베르니나(Piz Bernina, 해발 4,048.6m)와 체르마트(Zermatt)의 마터호른(Matterhorn, 해발 4,478m), 이 두 개의 봉우리를 연결하는 빙하 특급(Glacier Express)은 알프스의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세상에서 제일 느린 익스프레스(!)’다. 산맥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철로는 291개의 다리를 지나고 91개의 터널을 통과한다. 빙하 특급이 지나가는 길은 오르락내리락 다이내믹한데 가장 높은 지점은 해발 2,033m의 오버알프(Oberalp) 구간으로 전체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생모리츠에서 체르마트까지 총 7시간 30분, 그동안 알프스가 만들어내는 매력을 지붕이 유리로 된 특수한 기차 안에서 모조리 만날 수 있다. 

온 세상이 눈으로 덮인 겨울의 풍경이 남달라 빙하 특급은 바람이 차가워지면 타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신의 차가운 손길이 닿아 만들어진 예술작품인 겨울의 알프스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순백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프스, 이름만으로도 겨울이 연상되는 건 만년설을 머리에 두른 그들의 모습 때문에라도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 글·사진 : 곽정란(여행작가, '유럽 데이', '이탈리아 데이' 저자)
· 기사 제공 : 대한항공 스카이뉴스(skynews.kr)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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