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껫 아만푸리 리조트

강박은 여행의 불편한 친구다. 어느 곳을 가든 반드시 보고 먹고 체험해야 할 것들에 대한 목록이 머릿속을 빽빽이 채운다. 밤잠 줄여가며 다리가 풀어질 때까지 발품 팔아도 마음 한구석은 늘 허기지다.

해변 휴양지라고 다를 바 없다. 스쿠버다이빙·스노클링·윈드서핑 등 수상 스포츠는 기본이고 지역 특산물로 유명한 식당이나 야생화가 만개한 정원 방문은 필수다.

태국 푸껫(Phuket)의 아만푸리(Amanpuri) 리조트는 이 모든 강박에서 자유롭다. 발을 들이는 순간 전신(全身)의 근육을 친친 휘감고 있는 긴장의 똬리가 풀려 내려간다. 하루가 지나면 이곳에서만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또 다른 집착 속에 상쾌한 아침을 맞는다. 아만푸리는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로운 장소'를 뜻한다.

태국 푸껫 아만푸리 리조트의 풍경. 심야에 조명을 밝힌 비치 클럽.
이 리조트는 푸껫 서쪽 판시 해변과 접해 있다. 숙소인 파빌리온 40개와 빌라 30개는 코코넛 나무가 울창한 언덕 위에 흩어져 있다. 커플 여행객이 머물기 적당한 파빌리온은 짙푸른 수풀의 엄호 덕분에 외부 시선이 완벽하게 차단된다. 속칭 달밤에 알몸으로 체조를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데 마당 한쪽의 정자에서는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니 기묘한 일이다.

빌라는 저마다 소유주가 따로 있다. 5~6개의 파빌리온이 한데 모여 있고 수영장·회의실·식당이 갖춰져 있다. 왕족, 대기업 CEO, 유명 연예인 등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리조트 간부의 설명이다. 그중에는 한국인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의 정보는 줄 수 없다"고 했다. "고객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이 이 리조트의 첫 번째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변 레스토랑.
태국 아유타야(Ayutthaya) 왕조의 건축 양식을 참조해 지어진 건물은 시각적 쾌감과 심리적 안도감을 동시에 안겨준다. 하늘을 향해 당당하게 솟아오른 처마의 기백은 짜릿하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원목의 질감을 살린 외양은 평안하다. 침대와 대형 욕조가 마주 보고 있는 115㎡ 규모의 파빌리온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TV만 제외하고. 이마저도 고객이 원하면 금세 대령하지만 진정한 '아만(평화)'을 체험하고 싶다면 참아야 한다.

직원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30분만 방을 비웠다 돌아와 보면 흐트러진 침대의 매무새는 깔끔하게 정돈되고 화사한 장미꽃잎이 놓여 있다. 가끔은 등골이 서늘해진다. 직접 손님을 마주 대하는 직원들은 영어로 완벽하게 의사소통이 되니 당황할 이유가 없다.

이 리조트의 또 다른 미덕은 온화한 해변이다. 잔잔한 물결에 완만한 경사가 길게 이어져 안심하고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새끼손톱만한 자갈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결 고운 백사장은 반드시 맨발로 산책해야 한다. 따뜻한 눈 위를 걷는 듯하다. 이 해변에서도 스노클링 혹은 제트스키를 즐길 수 있지만 파라솔 밑에 누워 '아만'에 잠긴 사람들에게는 관심 밖이었다. 진정한 휴양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숙소인 파빌리온 내부.
여행정보: 태국은 저가에서 중가, 그리고 고가에 이르기까지 패키지 상품이 천차만별이다. 아만푸리리조트는 그 가운데 고가에 속한다. 푸껫은 타이항공을 타고 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매일 오후 8시20분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직항편이 있고 오전 10시에는 방콕을 거쳐 푸껫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다. 푸껫공항에서 리조트까지는 전용 차량으로 20분쯤 걸린다. 리조트 직원이 공항에서 대기하다가 예약 고객을 차에 태운다. 리조트에서 쇼핑·골프 등을 위해 외부로 나갈 때도 리조트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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