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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홍콩&마카오

홍콩 까우룽 시티 :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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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우룽 월 시티라고도 불리는 까우룽 시티는 옛 카이 탁 국제공항이 있던 곳으로 지금은 현지인의 삶의 터전으로서 현지의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한 거리다. 어딜 가나 외국인으로 넘쳐 나고 영어로 의사소통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세련된 국제 도시 홍콩만 보아오던 나에게 색다르고 참신하게 다가온 곳이기도 하다. 막 홍콩에 도착한 관광객의 모습이었던 나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마치 오래 전부터 이곳의 이웃이었던 모습으로 자연스레 동화되는 신기한 느낌까지 받을 수 있었다. Oldes but Goodies라고 했던가? 골목골목 시간의 때가 묻은 도로와 가옥들, 그 자리에 백 년은 있었을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의 식당들까지 오래되었지만 가장 편안하고 멋진 모습의 까우룽 시티.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한 까우룽 시티

까우룽 시티를 처음 찾게 된 것은 정말로 우연한 계기에 의해서였다. 직업상 만나는 사람마다 니네 나라 가장 맛있는 식당이 어디야? 어디가 제일 분위기 좋아? 니가 좋아하는 식당은 어디야? 이런 질문들은 난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만나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침사추이나 센트럴의 멋들어진 식당을 추천해주면서도 꼭 뒷부분에 ‘그런데 진짜 맛있는 식당을 찾으려면 까우룽 시티에 가야지...’라면 말을 흐리는 것이다. 바쁜 일정에 한 두 번 지나쳤지만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까우룽 시티에 대한 호기심이 넘쳐났고 큰 맘 먹고 하루 스케줄을 홀딱 비우고 까우룽 시티, 그 익숙하지 않은 도시로 나들이를 나섰던 것이다.

언제나 북적이던 침사추이와 몽콕, 코즈웨이 베이, 센트럴만 봐 오던 나에겐 충격적일 만큼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까우룽 시티. 지역 거주자들의 대부분이 일터가 도심인지라 낮엔 더욱 더 한가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라고 한다.

가장 먼저 내가 찾은 곳은 까우룽 월 시티 공원 Kowloon Walled City Park. 원래 영국군의 거주지이자 요새였던 이곳은 1994년부터 이루어진 재개발에 의해 아름다운 녹지로 거듭났다. 시내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지에 꾸며졌는데 곳곳에 아름다운 정자와 연못 12간지의 조각물들과 전시물들까지 볼거리도 풍성하다.

까우룽 시티의 가장 큰 매력을 꼽자면 음식을 빼 놓을 수 없다. 까우룽 시티에서 로컬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일단 푹로춘 로드(Fuk Lo Tsun Road)로 향하자. 푹로춘 로드에는 오래된 로컬 맛집, 세련된 도시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감각의 디저트숍 등 작은 식당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특히 타이, 말레이시아 등 현지인에 의해 운영되는 전문 레스토랑도 많고 게다가 비교적 저렴한 마사지숍도 찾아볼 수 있어 홍콩 속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여행자에게는 보석 같은 장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로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궁극의 피시볼

로컬들이 자주 찾는 쇼핑몰이라 가격대도 적당한 쇼핑몰

까우룽 시티의 인기 만점 식당들을 찾아가보았다. 식사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마치 유명 관광지를 답사하는 기분으로 그곳들을 들를 때마다 점점 이 오래되었지만 기분 좋은 도시에 매력에 매료되는 느낌이었다.

푹로춘 로드를 천천히 걷다 보면 쉼 없이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뜨거운 연기를 마주하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긴 줄을 서고 있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바로 오래된 피시볼 누들집 탁청 레스토랑(Tak Cheong Restaurant)의 모습이다.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수제 피시볼 하나로 입소문이 나 식사시간이면 한참을 기다려야 맛볼 수 있는 이곳. 커다란 테이블에 현지인 가족들, 연인들과 합석하여 입으로 들어가는 지 코로 들어가는 지 모를 정도로 정신 없이 뜨거운 피시볼 누들을 먹다 보면 이제야 제대로 홍콩을 여행하고 있구나 라는 왠지 모르는 뿌듯함이 느껴진다.

까우룽 시티, 푹로춘 로드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은 유기농 수제 쿠키를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포장해서 판매하는 귀여운 쿠키숍부터 자신의 이름을 걸고 특급 호텔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 비주얼과 맛을 가진 케이크를 도심이라면 꿈도 못 꿀 아름다운 가격에 맛볼 수 있는 베이커리까지.

여행자로서는 찾아가기가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혹은 짧은 일정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외되었던 까우룽 시티. 세련된 이미지 너머 홍콩의 색다른 매력에 매료되고 싶다면 한 번 쯤 방문해볼 만하다.


가는 방법
인천에서 홍콩까지는 캐세이 퍼시픽, 아시아나 항공, 대한 항공, 제주 항공 등이 직항을 운행 중이다. 까우룽 시티까지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무난한데 침사추이 페리 터미널 앞 버스 정류장에서 1번 버스를 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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