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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미국

미국 사이판 섬 : 푸른 하늘, 에메랄드빛 바다, 서태평양의 보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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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 느릿하게 넘실거리는 파도, 살랑거리는 바람소리. 입맞춤을 하는 연인의 로맨틱한 모습까지……. 클래지콰이의 노래 [피에스타]의 가삿말처럼, “늘 머리 속에 맴돌던, (그리고) 언젠가는 가겠다고 생각만 한” 여행을 이제는 정말로 떠나야 할 시간이다. 한국에서 동남쪽으로 3,0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북마리아나제도를 대표하는 작은 섬, 사이판은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할 매력으로 넘치는 곳이다.

새 섬의 모습. 파도 치는 모습이 새의 날갯짓처럼 보여 이름 붙여졌다.




청명한 바다, 환상적 물빛 속으로 다이브!

비행기 창밖으로 사이판 섬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온통 파란 물결 일색인 거대한 태평양 바다 위에 놓인 녹색 작은 섬은 두 색의 선명한 대비가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배가시키는 듯하다. 사이판 국제공항에 나오면, 열대 섬 특유의 따뜻한 온기가 온몸에 스며들어 이국적인 느낌이 더욱 두드러진다. 좁고 긴 모양을 이루는 섬을 남쪽에서 북쪽까지 가로질러 가는 시간은 차로 불과 30분도 채 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어떠한 놀라움과 즐거움, 감동이 기다리고 있을까.


차를 타고 달려 처음 도착한 곳은 섬의 북동부 쪽에 있는 새 섬(Bird Island)이다. 새가 많은 섬일까? 물론 아니다. 석회암으로 형성된 섬의 작게 난 구멍에는 실제로 새가 살고 있기는 하지만, 섬 주변을 향해 치는 파도가 새의 날갯짓처럼 보이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곳 원주민들은 특히 ‘거북 바위’로 부른다고 하는데, 육지를 향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과연 거북이처럼 보인다. 새 섬 앞쪽 바다를 향해 멀리 나가면, 세계에서 가장 깊다는 마리아나 해구에 닿게 된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촬영지였던 만큼, 저 앞 청명한 바다 어딘가에 묻혀있던 메가트론이 다시 솟아오를 것만 같다.


청명한 바다도 좋지만, 사이판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로 알려진 그로토(Grotto)에서는 환상적이고도 오묘한 색깔의 물빛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전 세계의 다이버들이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며, 경사가 심한 백여 개의 계단을 내려가면 작은 동굴을 만나게 된다. 동굴 사이로 보이는 푸른 물빛은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할 정도로 깊은 수심을 예상하게 된다. 진작부터 스킨 스쿠버를 배워놓지 않은 것이 후회되지만, 저 앞 바위 위에서 다이빙을 준비하는 다이버들의 당찬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할 수 밖에 없다. 계단을 내려가기 전에 있는 입구 간판에는 그로토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어패류들과 아름다운 물속 경관 사진들이 프린트 되어 있다. 세찬 물결로 뛰어드는 다이버들의 모습을 뒤로 하고, 다시 계단을 오른다.

그로토의 위용. 거대한 암석들 사이로 다이빙하면 동굴과 어패류들이 가득하다.




전쟁의 아픈 기억…영혼을 위한 기도

섬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사이판 섬이 지닌 역사를 안다면 조금 더 의미 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사이판 섬이 있는 서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북 마리아나제도의 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후 유명한 탐험가 마젤란이 첫 발견(1521년)을 하고, 스페인 통치시대, 독일 통치시대를 겪었으며, 1914년 일본이 섬을 빼앗음과 동시에 2차 세계대전의 군사적 요충지가 되어 전란에 휘말렸다.


지금 서있는 이곳, 사이판의 최북단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서면 뭔가 알 수 없는 비장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이곳의 이름은 바로 만세 절벽(Banzai Cliff)이다. 일본 통치시대는 1944년 미군이 사이판에 들어오게 되며 막을 내리게 되지만, 끝까지 저항하던 일본 군인과 일반인들이 “천황 만세(Banzai)!"를 외치며 뛰어내린 곳이 바로 여기다. 그래서일까. 절벽 아래 바다는 보기만 해도 아찔하고 무서울 정도로 깊고 짙푸른 위험스런 색을 띄고 있다.


전쟁의 기억이 남아 있는 또 다른 곳, 자살 절벽(Suicide Cliff)은 만세 절벽 근처에 위치해 있다. 만세 절벽에서 일반 군인들이 자살했다면, 이 절벽에서는 군 장교들이 뛰어내렸다고 한다. 정상에 오르면 평화기념공원으로 꾸며져 있는데, 당시 사용되었던 전쟁물품과 전쟁상황판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전쟁의 정의 여부를 떠나, 같은 인간이라는 동질감 속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담아 기도를 드려본다. 전쟁은 무의미한 것이지만, 이곳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영혼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더없이 소중한 법이니까 말이다.

마나가하 섬 전경. 마나가하 섬은 작은 섬으로 10분이면 섬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사이판의 진주를 걷고, 하늘을 날다

자, 이제 사이판 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를 만나야 할 시간이다. 사이판 섬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 섬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이판 섬의 북서쪽에 위치한 마나가하 섬(Managaha Island)은 ‘사이판의 진주’라 불릴 정도로 값진 곳이다. 선착장에서 고속 보트를 타고 15분여를 달려 도착한 이 작디작은 섬은 그림이나 사진에서나 볼 법한 선명하고도, 원시적인 놀라운 아름다움이 녹아들어 있다.


마나가하 섬을 한 바퀴 죽 돌아 산책하는 시간은 불과 십여 분. 하지만 그 시간이 더없이 황홀하게 느껴지는 것은 마치 무인도를 걷는 것 같은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천천히 즐기며 걷다가 드넓은 모래사장 위에 있는 하얀 의자를 발견한다. 느긋하게 누워 바닷가를 바라보면, 천국이 부럽지 않을 정도이다. 아니, 어쩌면 이곳이 천국일지도 모른다.


사이판 섬으로 돌아오는 길, 고속 보트에서 구명조끼와 안전 장비를 착용한다. 잠시 심호흡을 하며 숨을 고른 후 카운트다운! 3, 2, 1! 순식간에 하늘로 올라가 마나가하 섬을 뒤로 한다. 저 멀리 보이는 사이판 섬의 아름다운 경관이 보인다. 떠다니는 물새들의 움직임과 산호초로 인해 생성된 오묘한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 패러세일링은 좁은 시야를 넓혀 주는 듯하다. 저 멀리 사이판 섬을 향해 하늘을 저으며 날아가고 있다. 자유로운 새처럼 혹은 자유인처럼…….


사이판 섬이 간직한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그곳에 도착한 것만으로도 여행의 참 묘미를 만끽하게 한다. 어쩌면 그동안의 여행에서는 뭔가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서만 떠나려 한 것은 아닐까. 떠나는 것 자체가 여행의 본질에 가깝다면, 사이판 섬에서는 어렵게 생각할 것도,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저 그곳에서 재미있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의 저자 잭 캔필드가 한 말이 떠오른다. “재미가 없으면 하지마라!” 사이판 섬은 온갖 흥미진진한 즐길 거리와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는 보물섬 같은 곳이었다.




여행 정보
미국 북마리아나제도 연방에 속해 있다. 공용어는 영어, 화폐는 달러를 사용한다. 평균 온도는 27도로 연중 기온차가 거의 없다.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빠르며,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싼 편. 전압과 플러그는 115/230V, 60Hz 사용한다.




가는 길
아시아나 항공이 인천/부산-사이판까지의 항공편을 운항 중에 있다. 약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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