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진정한 가치는 과거의 시간들을 언제든지 현재로 불러올 수 있다는데 있지 않을까. 시간은 더없이 빠르게 지나가지만, 소중했던 여행의 기억들은 오롯이 남아 또 다른 하루를 살게 하는 원초적인 힘이 되어 준다.


심호흡을 한 후 잠시 눈을 감는다. 부드럽고 신선한 바람에 몸을 맡기면 어디선가 상큼한 플루메리아 꽃향기가 나는 듯하다. 청명한 하늘 아래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바닷가, 따뜻하고 평화로운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중에 누군가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알로하! 하와이의 심장 오아후에 잘 오셨습니다!”

하늘에서 바라본 오아후. 오아후는 풍부한 자연환경과 현대 시설이 공존하는 곳이다.



선한 사람들의 평화로운 천국

“그 평화로운 땅, 그 아름다운 대지…. 그 기후, 길고 풍요로운 여름날과 선한 사람들은 변함이 없으리니, 모두 천국에서 잠들고 또 다시 천국에서 깨어난다.” 마크 트웨인은 하와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지구상의 수많은 명소 중에서도 하와이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활발한 분화활동을 하고 있는 화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바다산, 훌라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알로하 정신.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하와이의 전통인 알로하 정신은 하와이 주민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심어져 있는 환대의 마음이다. 아무리 외부인이라고 하더라도, 평화롭고 환한 하와이 사람들의 미소를 보면, 어느새 마음을 쉽게 열고 다가갈 수 있다.


하와이는 빅아일랜드, 마우이, 오아후, 카우아이, 몰로카이, 라나이 등 크게 여섯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서도 오아후는 호놀룰루 국제공항이 위치해 있으며, 하와이 인구 대부분이 살고 있는 하와이 주(州)의 주도이다.


호놀룰루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차를 타고 한 시간쯤 달려 도착한 곳은 노스 쇼어(North Shore)의 할레이바 비치(Haleiwa Beach). 세계 최고의 서핑 명소 중 하나로 불리고 있는 것처럼, 바닷가에는 서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접하게 된다.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뚫고, 서핑하는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이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겠다. 6미터가 넘는 파도의 높이는 초보 서퍼의 입장에서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서핑 타운인 할레이바거리에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서핑 장비들을 바라보며, 언젠가는 한 번쯤 저 파도를 정복하고야 말겠다는 야망(?)을 불태운다.

노스 쇼어에서의 서핑. 노스 쇼어는 서퍼라면 누구나 꿈꾸는 서핑 명소이다.

진주만.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끝난 장소. 5개의 진주만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쟁의 아픔을 바다를 보며 달래다

오아후 섬의 중심, 센트럴 오아후에는 진주만이 있다. 한때는 진주조개 수확지였기 때문에 이름 붙여진 진주만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습을 받은 곳으로 2천여 명이 넘는 사망자와 수백 명의 부상자를 낸 아픔이 있는 곳이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국가 사적지로 지정된 해군기지인 이곳에는 USS 전함 아리조나 기념관을 비롯해 5개의 기념관이 있다. 각각의 기념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전쟁의 참상이 피부에 닿는 것처럼 쓰려온다.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오아후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마카푸우 포인트 등대이다. 1909년에 세워진 이 등대에 오르면 윈드워드 코스트를 굽어보는 최고의 전망을 선사해 준다. 빨려들 것처럼 더없이 맑은 파란 바다가 잔잔한 바람에 실려 흐르는 모습을 보면 가슴 속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하다.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바다를 가까이 보기 위해 하나우마 베이에 도착한다. 해양생물 보호구역인 이곳은 수영뿐 아니라 스노클링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물고기들과 이채롭고 찬란한 산호초는 오아후 바다의 진면목을 만끽하게 해준다.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깨끗하게 잘 보존된 모습에서 해양 생태계 보호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오아후의 상징, 와이키키 해변

훌라와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이키키는 호놀룰루 남쪽 해안에 자리 잡고 있는 역사 깊은 관광지이다. 하와이 말로 ‘용솟음치는 물’로 알려진 와이키키는 오늘날 오아후의 주요 호텔과 리조트들이 들어서 있는 중심 지역이 되었다. 칼라카우아 거리를 걸으면, 다양한 쇼핑 상점과 레스토랑 등이 길가에 죽 늘어서 있어, 활기찬 도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미국에서 유일한 왕족 거주지인 이올라니 궁전을 만나볼 차례이다. 국가 사적지인 이곳은 하와이의 마지막 두 군주, 칼라카우아 왕과 그의 누이인 릴리우오칼라니 여왕의 거주지로 쓰였다고 한다. 1978년 일반에 공개된 궁전은 아름다운 정원과 화려한 내부 등 당시 왕족의 생활을 엿볼 수 있으며, 하와이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와이키키 비치 전경-하와이 왕족의 유원지로 사용됐으며, 현재는 활기 넘치는 관광지가 되었다.


와이키키에서 서쪽으로 15분 거리인 호놀룰루 하버에 위치한 알로하 타워는 하와이를 상징하는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1926년 9월에 지어진 이 건물은 이후 40년 동안 하와이의 최고층 건물이었으며, 현재도 오아후 유람선 정박지로 사용되고 있다. 10층의 전망대에 올라 아름다운 항구의 전망을 바라본다. 세계 각지에서 온 연인들의 로맨틱한 모습들, 화려한 호놀룰루의 모습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와이를 상징하는 또 다른 곳,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다이아몬드 헤드(해발 231m)이다. 19세기 분화구 비탈에서 다이아몬드를 발견했다고 착각한 영국 선원들에 의해 다이아몬드 헤드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하와이 말로 레아히(참치의 눈썹)라고도 불린다.


어두운 지하터널과 계단 구간을 지나 다이아몬드 헤드 정상에 오르면, 와이키키를 비롯한 오아후 남부 해안의 파노라마 절경이 눈앞에 들어서 벅차오르는 감동을 받게 된다. 힘겹게 오른 고생에 대한 보람과 더불어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도 함께 씻겨 내려간다.


오아후는 단지 아름다운 섬을 넘어서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만한 신비로운 곳이다. 비록 단 한 번뿐인 여행일지라도, 그곳의 향기는 오랫동안 마음 속 깊은 곳에 잔향을 남겨, 현재의 시간을 사는데 더욱 깊은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하와이 주민들의 여유롭고 평화로운 미소가 세상 그 어느 꽃보다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알로하 하와이! 마할로 오아후!”




가는 길
대한항공, 하와이안 항공, 아시아나 항공이 인천-호놀룰루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약 7시간 30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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