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에서 일행들과 함께

한국인에게 앙코르 와트로 유명해진 캄보디아 씨엠립을 상징하는 숫자가 있다. 바로 40만대 10이다. 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놀랍게도 40만은 한 해 동안 한국인이 캄보디아 씨엠립을 방문하는 숫자이고, 10은 한국어가 가능한 현지인 가이드 숫자다. 이 숫자를 다시 분석하면 캄보디아 씨엠립 지역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 40만 명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고, 한국어가 가능한 현지인 가이드 숫자 10명은 최저 수준이다.

이 놀라운 불균형은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 그 원인을 분석 해 앙코르여행의 문제점을 짚어보도록 하자. 광주 5.18기념재단은 국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16명과 함께 지난 9월19일~27일까지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과 씨엠립을 방문하는 5.18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필자도 여기에 포함되어 캄보디아 지역을 방문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현지인이 운영하는 교통·숙박·식당을 이용하고 마을 홈스테이를 경험하는 공정여행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앙코르는 시작부터 우리 일행을 당황시켰다. 씨엠립 공항에서는 20달러의 비자비를 받는데 비자를 접수를 받는 곳에서 1달러의 급행료를 요구했다. 또한 입국심사국에서도 1달러의 급행료를 요구했다. 여행 주최 측에서는 한국인들이 요구하는 대로 주는 관행이 굳어져서 지금도 요구한다고 했다. 물론 우리 일행은 주지 않았지만 이렇게 걷어 들이는 비용이 한 달 동안 개인별로 수천 달러씩 된다고 했다. 평균 임금이 200~300달러에 불과한 나라에서 엄청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아직 캄보디아는 이런 문화가 곳곳에 남아 있다.

한국인이 안내를 하는, 기이한 캄보디아 여행

입국 다음날부터 한국어가 가능한 현지인 가이드와 함께 앙코르 지역을 여행했다. 그런데 여행 첫날부터 재밌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한국인 관광객들이 엄청난 비율로 앙코르를 방문하고 있었는데 유적을 설명하는 사람이 한국인이었다. 예를 들어 덕수궁을 미국인이 설명하는 격이다. 현지인 가이드는 뒤에서 멍하니 서서 그 장면만 지켜 볼 뿐이었다.

이에 대해 공정여행사 트레블러스맵( www.travelersmap.co.kr ) 이해광(필명 아치)씨는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은 한국인 가이드가 앙코르에 대해서 설명하고 현지 가이드는 따라다니기만 한다"며 "캄보디아 법에서는 현지인 가이드가 동행해야 해서, 그들은 뒤에 세워 놓고 한국인들이 설명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런 이유에 대해서 그는 "한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고 하는 목적이 보인다"며 "예를 들어 현지주민들과 접촉점을 줄여 쇼핑 등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인 가이드는 현지인 가이드가 영어도 못하고 크메르어만 한다고 속이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지인 가이드들이 한국어 공부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로 한국어가 가능한 현지인 가이드가 10명뿐인 기괴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체계적인 유적해석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필자도 다니면서 한국인 가이드들의 정확치 않은 설명을 엿들을 수 있었다.

우리를 인솔했던 현지인 가이드 웽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쇼핑센터에 가고 한국인 설명을 들으면서 앙코르 관광을 해요. 왜 이곳까지 와서 그런 여행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신비한 매력의 앙코르 사원, 아름다웠다





현지인들이 차려준 음식.

하지만 신들의 도시 앙코르 사원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앙코르 와트를 비롯해 거대한 도시를 상징하는 앙코르 톰,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 툼레이더 > 에서 사원의 벽을 감싸고 있는 나무 등 신비한 사원의 매력을 보여주는 따 프롬까지 정말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백미는 씨엠립에서 155km 떨어진 '반따아이 츠마'라는 마을에서 1박 2일 동안 현지인 집에 머문 것이다. 화려하고 깨끗한 호텔을 벗어나 현지인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함께 음식을 먹으면서 현지인 생활을 체험해 보았다.

'반띠아이 츠마'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배터리 전원으로 텔레비전을 보고, 상수도 시설이 없어 빗물을 모아 사용한다. 또 집이지만 나무와 풀이 너무 울창해 밀림 안에서 자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우리 일행이 도착하자 마을 부녀회에서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했으며, 밤에는 마을 청년회에서 우리를 위해 음악회를 열었다. 이런 여행은 'CCBEN'이라는 단체에서 기획했는데 이 단체는 문화유적 보존과 빈곤 완화를 위해 지역 커뮤니티 증진과 지원을 위해 설립된 캄보디아 유일의 생태여행 네트워크이다.

그곳에서 현지인들과 밤이 깊은 줄 모르고 춤과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마음을 공유했고, 캄보디아의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전기 없는 집에서 자는 것이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 밤새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서울에서 맛볼 수 없는 아늑한 잠을 잘 수 있었다. 밤에 소변이 마려워서 일어나면 창문을 열고 밀림을 향해서 해결하면 된다. 그 해방감은 어디에서 맛볼 수 없는 경험이다. 이런 여행은 공정여행이 아니고서는 맛볼 수 없는 경험들이다.

보트피플들이 있는 톤레삽... 가슴 아팠다





톤레삽 호수의 전경





톤레삽에서 구걸하는 아이들

그러나 캄보디아 여행이 꼭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어떤 관광지를 가더라도 원달러를 외치며 구걸하는 애들과 아이를 안고 돈을 요구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볼수록 가슴이 미어지는 장면이다. 심지어 비가 와도 그 비를 아이와 함께 맞으며 돈을 구걸한다.

그중 나에게 가장 큰 충격적인 장면은 '톤레 삽(Tonle Sap)'이라는 곳이다. 톤레는 크메르어로 '강'을 의미해서 우리나라 말로 삽강이 된다. 동남아에서 가장 큰 담수호로 여기서 잡히는 민물고기는 캄보디아 단백질 공급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곳은 수상마을과 수평선으로 넘어가는 일몰의 멋진 광경으로 유명한 곳인데, 그 멋진 풍경보다 더욱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이 있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보트피플들이 이곳 톤레삽에서 거주하게 되었다. 베트남에서는 이들이 조국을 등진 배신자이고, 캄보디아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에 불과한 존재가 된 것이다. 베트남인도 아니고 캄보디아인도 아닌 무국적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들은 캄보디아인들에게 심한 견제를 받고 있어 어려운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와 부녀자들이 작은 배를 탄 채 관광객들에게 원 달러를 외치며 하루 종일 구걸행위를 한다. 심지어 10살도 되지 않은 소녀가 큰 뱀을 두른 채 돈을 요구하기도 하고, 서너 살짜리가 다가와 원 달러를 외친다. 전쟁이 후세대들에게 얼마나 크고 깊은 상처를 주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일정에 쫓기면,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캄보디아





반띠아이 츠마 현지인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후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으로 옮겨 킬링필드 현장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으며, 수용소 등에서 고통 받으며 죽어나갔던 현장도 볼 수 있었다. 특히 킬링필드 당시 지식인들의 수용소였던 투슬랭 박물관은 반드시 방문해 보아야 할 곳이다. 온갖 고문과 악행이 자행되었던 곳이고 그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기에 킬링필드의 참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심지어 바닥에는 핏자국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이 보인다는 풍문도 떠돌고 있다. 그 현장은 불편하지만 그곳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캄보디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고 매력적인 곳이다. 특히 캄보디아 음식을 잊을 수 없는데, 태국음식만큼이나 하나하나가 매력적이다. 특히 피쉬 아목이라는 음식은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한다. 가시면 꼭 한번들 드셔 보시라. 캄보디아는 일부 악덕 여행사들 때문에 이미지가 훨씬 더 안 좋은 곳인데 이번 여행으로 그런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었다. 꼭 한번 더 가고 싶은 곳이다.

캄보디아의 매력에 빠지려면 현지인들의 삶에 좀 다가가야 한다. 일정에 ?겨 본 듯 만 듯 유적관람 후 다음 장소로 옮기고 한국식당에서 식사하고, 쇼핑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곳이 캄보디아다. 공정여행 프로그램으로 캄보디아를 천천히 음미하며, 사색하는 여행을 가져보자. 캄보디아의 무한한 매력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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