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탈탈 프로펠러 소리를 가득 담고 상공에 뜬 수상비행기 안. 하늘에서 내려다 본 그곳에는 신기하게도 또 다른 하늘이 있었다. 에메랄드 빛이 도는 어느 날씨 쨍하게 좋은 하늘 위에 몽글몽글하게 모양내고 제멋대로 흩어져 있는 구름들. 그 구름들의 모습은 제각각 다른 모양으로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한다. 하늘에서 수십 분을 수상 비행기로 또 다른 하늘을 바라보며, 꿈속 같은 광경에 넋을 빼고 있으니 고도를 낮춰 몰디브의 어느 작은 섬에 마침내 착륙을 한다. 그렇게 천 개의 구름떼, 아니 천 개의 이야기를 가진 천 개의 섬 몰디브와 첫인사를 한다. 지구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비현실적인 공간 몰디브, 몰디브로 첫 발을 떼던 그 순간이 내게는 암스트롱이 달착륙을 하던 그 순간처럼 낯설고도 신비로운, 그리고 아름다운 순간으로 오래도록 남아있다.

수상비행기를 타고 내려다 본 산호섬들

몰디브의 아름다움

1,192개의 산호섬으로 이루어진 몰디브는 바다를 사랑하는 여행자들에게는 언젠가는 꼭 가 봐야 하는 순례지와 같은 곳이다. 멋진 바다를 가지고 있는 휴양지들이야 많지만 몰디브처럼 천 개가 넘는 섬들이 제각각 바다와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며 완벽함을 뽐내는 곳은 흔치가 않다. 몰디브를 이해하려면 우선 아톨(Atoll)이라는 단어를 알아야 한다. 아톨은 몰디브에서 태생된 단어인데 섬들이 화환처럼 모여 하나의 커다란 제도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상공 위에서 언뜻 보면 이 아톨이 하나의 섬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은 아톨 안에 수십 개의 섬이 모여 있다. 그리고 그 섬은 라군(Lagoon)이 둘러싸고 있는데 라군은 섬을 둘러싸고 있는 산호벽과 섬 사이의 수심이 얕은 바다를 말한다. 이 라군이 얼마나 아름다우냐에 따라 섬의 가치가 매겨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라군은 높은 파도를 막아 섬 주변을 마치 호수처럼 잔잔하게, 아무리 걸어가도 찰랑찰랑 허리춤까지 바닷물이 닿게 만들어 거대한 자연 수영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우리가 텔레비전이나 사진 속에서 보는 몰디브의 아름다운 바다는 대부분 이 라군의 광경이라고 할 수 있다.

몰디브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할 때 흔히 아름다운 해변과 멋진 리조트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실은 몰디브의 가치는 바다 속에서 찾아야 한다. 몰디브의 바다 속 수중환경은 오래 전부터 다이버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1,000여 종 이상의 어류가 서식하는 몰디브는 그 종의 수의 다양함 못지 않게 바다거북이나 만타(Manta, 초대형 가오리) 같은 몇 년 차 다이버들도 운이 아주 좋아야 볼 수 있는 대물들이 몰디브에서는 너무 쉽게 보인다는 것이다. 몰디브의 물 속은 오리발만 끼고 물 속에 뛰어 들면 누구나 평생 볼 물고기들을 혹은 평생에 한번 볼까말까한 희귀한 바다생물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조금 거짓말을 보태서 집 채만한 만타(Manta) 떼.

로빈슨 크루소가 살 법한 몰디브의 수상 리조트.

가라앉는 섬, 몰디브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2009년 어느 날, 사상 최초의 ‘해저 각료회의’가 열렸다는 코메디 같은 해외토픽을 혹시 본 적이 있는지. 바로 몰디브의 대통령과 각료 10여 명의 이야기다. 그들은 며칠 전부터 잠수 훈련을 받고, 물 속에서 산소통을 매고 서로 손짓으로 오케이 사인을 주고 받으며 회의를 했다. 몰디브는 해발고도가 평균 2.5m 안팎인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 마다 섬이 가라앉고 있다. 이들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선진국들에게 경각심을 불어넣기 위해 이처럼, 어찌 보면 코메디 같은 이벤트를 벌이기까지 한 것이다. 우리가 보기엔 해외토픽 감에나 나오는 황당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들에게는 목숨과 직결된 어떤 것보다 무섭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지만, 몰디브는 실제로 매년 조금씩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몰디브는 50년 내 완전히 지구상에서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몰디브 나시드 대통령의 말처럼, ‘ 몰디브에서 살고, 몰디브에서 손자들을 계속 키우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 질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몰디브의 이처럼 애달픈 이야기는 오히려 전세계 여행자들에게 더 빨리 몰디브로 여행을 떠나라는 메시지가 되어 우리의 귀에 꽂히기도 한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은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다이빙 여행을, 가족 여행을 준비하고 수많은 다국적 호텔기업들은 몰디브에 신규 리조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 년 후 몰디브의 존재 여부에는 어쩌면 우리는 한쪽 귀를 막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나시드 몰디브 대통령의 말을 빌려, 한 명의 몰디브를 사랑하는 여행자로써 나 또한 몰디브로 또다시 여행을 가고, 내 자식과 내 손자들도 수십 년 후에도 몰디브의 아름다운 바다로 여행을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몰디브로 말이다.

가는길
대한항공에서 전세기 형식으로 직항편을 제공한다. 매주 일요일 출발하며, 대한항공을 이용할 시 4박 6일 일정이 된다. 직항으로 소요되는 시간은 8시간 30분. 대한항공의 전세기는 비정기적으로 운행하고 있으며, 직항 이외에는 싱가포르 항공의 싱가포르 경유 몰디브행 스케줄이 가장 인기가 많다. 싱가포르항공은 매일 몰디브와 싱가포르 간 항공편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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