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술과 왕가의 전통을 한눈에 보다
지하철을 타고 쾨니히 역에서 내린 후 18번 트램을 이용하면, ‘알테 피나코테크(Alte Pinakothek)’에 닿는다. 14세기~18세기의 유럽 회화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미술 작품 약 7,000점을 수집, 전시하고 있는 이 미술관은 각각의 전시실이 나라별, 시대별, 유파별로 잘 분류돼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뒤러의 독일 전시실, 다빈치‧라파엘로 등의 이탈리아 전시실, 렘브란트의 작품이 있는 네덜란드 전시실 등 그야말로 세계적인 화가들의 작품을 모두 볼 수 있다.
도로를 경계로 알테 피나코테크와 마주보고 있는 ‘노이에(Neue) 피나코테크’는 19세기의 회화‧조각 등이 전시돼 있으며, 특히 독일과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많다. 또한, 알테(구)‧노이에(신) 피나코테크를 이어 2001년에 오픈한 ‘피나코테크 드 모데르네(현대)’는 예술, 건축, 디자인, 그래픽의 4개 부문에서 유럽 최대의 현대미술관의 자리에 올라 있다. 세 미술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유럽미술의 역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수많은 거장들의 위대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눈을 정화시켰다면, 이번에는 유유자적한 산책을 해 볼 차례다. 그중에서도 독일 왕가가 세운 궁전 안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에서의 산책은 피로도 잊을 만큼 산뜻한 휴식을 제공해주리라 생각된다.
‘님펜부르크 궁전(Scholss Nymphenburg)’은 바이에른의 왕가 뷔텔스바흐(Wittelsbach) 왕가가 세운 여름 별궁으로, 광대한 정원에서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여름 별궁답게 넓은 프랑스식 정원 안에는 아말리엔부르크(Amalienburg, 수렵용 궁전), 바덴부르크(Badenburg, 목욕탕), 파고덴부르크(Pagodenburg, 차의 궁전) 등 소규모의 궁전들이 곳곳에 있다. 궁전 안에는 루트비히 1세가 사랑한 여성의 초상화가 그려진 미인화 갤러리가 나란히 걸려 있으며, 바로크 양식만이 가진 우아함과 잘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멋이 느껴진다.
이러한 특징은 뷔텔스바흐 왕가의 궁전으로 사용되었던 ‘레지덴츠(Residenz)’에서도 느낄 수 있다. 현재는 박물관과 궁전으로 사용되고 있는 레지덴츠에서는 르네상스‧바로크‧로코코 등 각 양식으로 장식된 내부를 둘러보며, 역대 바이에른 왕들이 수집한 미술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16세기 때 조성된 르네상스식의 넓은 홀인 안티콰리움(Antiquarium)은 궁전 내에서 가장 오래된 홀로, 알프레히트 5세가 수집한 고대 그리스‧로마 풍의 흉상들을 보면 자연스레 탄성이 흘러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