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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프랑스

프랑스 파리 센강의 다리 - 파리의 다리는 관문이 되고, 설렘의 시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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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강의 다리들은 흔적도 모습도 다르다. 다양한 디자인의 교각들은 본연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소통하는 길목의 특성을 담아내고 있다. 생 미셸 다리(Pont Saint-Michel)는 소르본 대학이 있는 예술가의 거리를, 솔페리노교(passerelle Solférino)는 오르세 미술관을 잇는 상징적 존재다. 센강에서 다리는 관문이 되고, 설렘의 시작이 된다. 파리의 예술, 역사와 궤적을 같이한 센강의 다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센강의 다리는 개성과 사연이 다르다. 생 미셸, 퐁네프 다리 등이 파리가 태동한 시테섬과 센강변을 잇고 있다.

30여 개 다리 위만 걸어도 파리의 근, 현대사와 파리지엔의 흔적이 발끝에 전해져 온다. 강변 다리들 중 여행자들의 애착이 담긴 곳은 퐁데자르 다리(Pont des arts)다. ‘예술의 다리’라는 별칭답게 퐁데자르는 센강의 교각 중 보행자 전용 다리이다. 다리 위에는 거리의 화가와 음악가들이 몰려들고 해 질 녘이면 병에 담긴 와인을 기울이는 청춘들을 만나게 된다.


1801~1804년에 건설된 퐁데자르 다리는 오랫동안 파리의 예술가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카뮈, 사르트르, 랭보 등이 즐겨 찾던 곳으로 그들은 다리 위에서 센강을 바라보며 숱한 작품을 구상했다. 난간에 시집 한 권 들고 고독을 씹으러 오는 청춘들이 유독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퐁데자르 다리 위에서는 스케치북과 시집 한 권을 들고 나선 아마추어 예술가들을 만나게 된다.

보행자 전용이며 ‘예술의 다리’로 불리는 퐁데자르 다리.

예술의 흔적이 묻어나는 다리

‘연인의 다리’로 인상 깊은 곳은 시테섬을 연결하는 퐁네프 다리(Pont neuf)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은 퐁네프에서 노숙하는 남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여인의 운명적 사랑을 담고 있다. 레오 까락스 감독은 영화 촬영을 위해 파리시에 다리 위 교통통제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별도의 세트를 지어 촬영을 강행했다고 한다. 퐁네프 다리는 영화 상영 이후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기 위해 찾는 명소가 됐다. 퐁네프 다리는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400년 역사를 지닌 다리이기도 하다. 사전적 의미는 ‘새로운 다리’로 당시 새로운 양식으로 다리를 건축했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센강은 파리의 역사와 예술을 간직한 채 유유히 흐른다.

강 서쪽의 미라보 다리는 시 한 편으로 유명해졌다.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은 흐르고’라는 시구(詩句)로 단번에 센강의 대표적인 다리로 급부상했다. 1890년대 장 르살(Jean Résal)의 설계로 지어진 다리는 실제로는 다른 다리들과는 다르게 철제로 건축됐다. 또 파리의 고풍스런 구시가를 연결하기보다 현대풍의 건물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에펠탑 인근의 비라켕 다리(비르 아켐교, Pont de Bir-Hakeim)는 2층으로는 메트로가 지나며 1층으로는 사람들과 자동차가 오가는 복합적인 구조다. 이 다리는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서 주인공들이 처음 만난 첫 장면을 찍은 곳이다. 영화 속 연인들의 비운의 사랑과 이별이 다리에 담겨 있다. 다리 아래로는 인공섬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비라켕 다리는 전철과 보행자가 위아래로 오가는 복합적인 구조다.

파리의 근대사를 품에 안다

센강의 다리에서는 에펠탑이 변하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 또한 색다른 묘미다.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은 때로는 거대하게 때로는 아득하게 강변을 지키고 서 있다.

에펠탑 앞을 가로지르는 웅장한 다리는 이에나 다리(Pont d'Iéna)다. 1806년 프러시안과의 전쟁에 승리하자 나폴레옹이 다리의 건설을 명령했으나 그의 실각과 함께 건축과 파괴의 지난한 세월을 거쳐야 했던 다리다. 이에나 다리는 에펠탑과 샤요 궁전(Palais de Chaillot)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으며, 사람들은 에펠탑을 감상하며 이에나 다리를 걸어서 건넌다. 다리 밑 교각에는 독수리 부조가 새겨져 있다.

에펠탑 앞을 가로지르는 이에나 다리.

센강변 어느곳에서나 여유를 즐기는 파리의 청춘들을 만나게 된다.

알마교(Pont de l'Alma)는 다사다난한 다리로 기억될 듯싶다. 1856년 나폴레옹 3세크림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됐던 다리는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다리 밑 지하도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해 더욱 유명해졌다. 다리 초입 레지스탕스를 기념하는 불꽃 모양의 동상은 최근에는 다이애나 추모비처럼 이용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크림전쟁 때 공을 세운 군인들의 동상으로 장식된 다리교각이 홍수 수위 측정 용도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교각 주아브(Zouave) 동상의 발목까지 수위가 오르면 강변도로가 폐쇄됐고 허벅지에 이르면 강 위로 배가 다닐 수 없었다고 한다. 한때 어깨까지 물이 차 센강 일대에 홍수가 나기도 했었다. 알마교는 여행자들에게는 센강을 오가는 유람선 바토무슈(Bateaux Mouches) 승선장으로 더욱 알려져 있다.

유람선 바토무슈에 오르면 센강의 세월을 좀 더 깊숙이 음미할 수 있다

파리의 번화가인 샹젤리제 뒷골목의 야경.

파리를 찾는 이방인들은 센강의 다리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즐긴다. 다리 위를 가로지르거나 센강변을 따라 거닐며 다리와 도시가 만들어내는 실루엣을 감상하기도 한다. 유람선인 바토무슈를 타고 지나면 다리의 지난한 과거와 함께 세월까지 더듬을 수 있다.


가는길
파리 자체가 유럽 내에서 여행의 교두보와도 같다. 다수의 직항, 경유편이 파리 드골공항으로 향한다. 파리 시내의 이동은 메트로가 편리한데 10장 묶음, 1주일권 등 다양한 할인 티켓들이 있다. 다리를 구경하기 위해서는 바토무슈를 타거나 센강변을 따라 산책로를 걸어도 좋다. 패션에 관심이 높다면 샹젤리제 인근의 몽테뉴 거리에서 명품 숍들을 둘러본다. 라데팡스 지역의 신개선문(Grande Arche) 역시 파리의 새로운 단면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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