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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중국

중국 만리장성, 베이징 -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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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萬里長城)과 베이징(北京)과의 만남은 독특하다. 지도상으로 2,700km가 넘는 거대한 성벽의 한 축은 어렴풋이 수도 베이징과 맞닿아 있다. 베이징 여행자들의 일정에는 만리장성 투어가 담기고, 광대한 성벽과 도시는 묘한 조화와 차별로 이방인들을 유혹한다. 만리장성은 2,000년 세월 동안 굳건한 방어벽의 상징이었고, 베이징은 닫힌 문을 열고 변신을 모색 중이다.

베이징을 대표하는 새로운 건축물로 자리매김한 올림픽 주경기장.

만리장성은 현재진행형 성곽이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 때 골격을 갖췄고 중원 수호에 전념했던 왕조시대에는 만리장성이 곧 국경이었다. ‘인류 최대의 토목공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성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새로운 성터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본성에서 갈라져 나간 전체 길이를 합치면 5,000km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베이징 인근에서 만나는 만리장성은 그 일부인 팔달령 장성(八达岭长城)이다. 베이징에서 80km 떨어졌다는 지리적 장점과 용이 춤을 추는 듯한 역동적인 형상 때문에 1년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입구를 지나 좌우로 갈라지는 여판길과 남판길은 성벽의 개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쪽은 거친 오르막길이고 반대쪽은 완만한 내리막길인데, 어느 길로 들어서던 성곽의 윤곽은 또렷하다. 성벽은 속세의 인간과 투박한 벽돌이 만들어낸 점과 선을 이으며 아득하게 펼쳐진다.

만리장성의 일부인 팔달령 장성.

예술특구 다산쯔, 지우창

만리장성의 굳건함과는 달리 베이징은 빠르게 진화 중이다. 2008년 올림픽을 치르고 난 뒤 새로운 명소들이 꿈틀거린다. 자금성(紫禁城), 이화원([頤和園), 만리장성으로 대변되던 베이징 여행은 공간이동을 시작했다.


젊은 층은 틀에 박힌 관광명소 대신 예술특구를 찾고 있다. 다산쯔(大山子), 지우창(酒廠)으로 대변되는 예술특구들은 베이징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798예술촌’으로도 불리는 베이징 다산쯔는 군수공장의 폐허 위에 조성됐고 지우창은 예전에 술공장이었던 곳을 개조했다. 버려진 공장지대를 리모델링해 갤러리가 들어섰다는 점에서 뉴욕 브루클린의 움직임과도 유사하다.

다산쯔에는 100여 개의 갤러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공장지대를 개조해 예술의 거리로 재탄생한 다산쯔.

다산쯔는 어느덧 100여 개의 갤러리가 들어설 정도로 큰 규모가 됐다. 치렁치렁한 긴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채 벽안(碧眼)의 아티스트들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이곳에서 흔한 풍경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웬만한 비엔날레 정도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늘 볼 수 있어 둘러보는데 꼬박 반나절을 할애해도 부족하다. 다산쯔에서 벗어난 예술가들은 최근에는 호젓한 지우창 등으로 공간을 옮기고 있는데 지우창에서는 한국 갤러리들도 문을 열었다.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다

베이징에서 새롭게 주목을 받는 곳은 올림픽을 계기로 등장한 건물들이다. ‘이제 중국 최고의 건축물은 자금성이 아니다’라는 칭찬이 과장되게 들릴지라도 올림픽 주경기장은 당분간 베이징의 새로운 트레이드마크가 될 듯하다. 4만2,000톤짜리 철근 구조물은 2007년 세계 10대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새둥지를 뜻하는 ‘냐오차오(鸟巢)’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새둥지를 닮아 ‘냐오차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올림픽 주경기장.

중국의 대표적인 전통 연극인 경극.

2,400명을 수용하는 오페라극장을 품은 국가대극원은 완성 이후 세계에서 가장 큰 원형 건축물로 등극했으며 두 개의 기울어진 타워가 독특한 CCTV 건물 역시 ‘피사의 사탑’처럼 이색적이다.


이처럼 새로운 것들이 강성해도 옛것의 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베이징 음식의 아지트인 왕푸징 거리(王府井大街)의 동화문 먹자골목은 여전히 북적북적하다. 전갈, 불가사리 꼬치 등 진기한 베이징 음식들은 만날 수 있다. 베이징 오리구이의 대명사인 전취덕은 1864년에 문을 열어 150년째 살살 녹는 오리 맛을 선사한다.

베이징의 중심가인 왕푸징 거리.

온갖 먹을거리들이 즐비하게 모여 있는 동화문 먹자골목.

베이징의 밤은 싼리툰(三里屯)과 스차하이 후퉁에 맡기면 된다. 대사관이 밀집해 있는 싼리툰 거리는 밤 10시가 넘어서면 그 진가를 뽐낸다. 메인 거리를 중심으로 라이브 바와 클럽들이 네온사인을 밝힌 모습은 흡사 서울 홍대 앞 거리를 연상시킨다.


스차하이 후퉁은 낮과 밤이 다르다. 개조한 인력거를 타고 베이징의 옛 골목을 누비는 후퉁 투어의 출발점인 스차하이 후퉁은 밤이 되면 호숫가 불빛 아래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는 나이트라이프의 명소로 변신한다. 입구에는 당당하게 옛날 집을 개조한 스타벅스가 들어서 있고, 노천카페촌의 술값 가격은 베이징 최고 수준이다. 밤이 되면 후퉁 입구에서 베이징 시민들이 모여 지르박 등 모던 댄스를 추는 모습도 만나게 된다.


베이징 여행은 이렇듯 업그레이드 수순을 밟고 있다. 만리장성, 톈안먼(천안문, 天安門) 등 익숙한 것에 덧칠해진 새로운 공간은 오래된 도시를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가는 길
베이징 T3 공항이 새로운 관문이다. 베이징까지 항공티켓을 구입할 때는 저가에 유혹되지 말고 유류할증료와 세금을 확인해야 한다. 베이징에서의 이동은 지하철이 편리하다. 베이징 시내는 순환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순환로는 자동차 전용도로로 택시 이동 때 유용하다. 출퇴근 러시아워는 심각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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