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의 이야기꾼으로는 안데르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르틴 안데르센 넥쇠도 있다. 생소한 이름이지만, [정복자 펠레]의 원작자라고 하면 고개 끄덕여지려나?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정복자 펠레]의 원작소설을 써낸 이 작가는 1869년 코펜하겐에서 태어났다. 안데르센과 마찬가지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았지만, 안데르센처럼 여러 사람들의 후원을 받으며 동화의 나라로 날아가는 대신 어릴 때부터 온갖 종류의 노동을 하면서 자전적인 작품을 다수 써냈다. [정복자 펠레] 4부작은 그를 서유럽의 대표적인 사회주의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해준 대표작. 이외에도 [파밀리엔 프랑크, Familien Frank], [사람의 딸 디테, Ditte Menneskebarn], [시인 모르텐Morten hin Røde], [잃어버린 세대, Den fortabte generation] 등 30여 편의 작품을 남겼으나, 국내에 번역된 책은 많지 않다.
그는 현재 뇌레브로 앞의 ‘아시스텐스 교회묘지‘에 묻혀있다. 이곳의 공원 같은 경관은, 이곳을 단지 무덤이 아니라 코펜하겐 주민들이 즐겨찾는 소풍의 장소로 만들었다. 락밴드 공연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심지어 벌거벗고 선탠하는 무리를 마주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살아 있는 무덤”인 셈이다. 안데르센과 키에르케고르의 동상이 있는 이 묘지를 지나며, 에곤 에르빈 키쉬는 이렇게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