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 시민들 중에는 이봉주를 아는 사람이 꽤 있다. 케냐의 마라토너들이 1991년부터 2000년까지 보스턴 마라톤을 석권해왔는데, 2001년 한국의 이봉주가 그 연승 기록을 깼기 때문이다. 이후 2009년까지도 케냐는 이 대회에서 단 두 차례를 빼고는 모두 우승자를 배출했다. 마라톤을 비롯한 남자 육상 중장거리 부문에서 케냐 선수들은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작은 키에 긴 다리를 지닌 선천적 조건과 해발 2,000m의 고지대에서 생활하면서 얻은 강인한 심폐력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거기에 어린 시절부터 맨발로 고지대를 뛰어다닌 생활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으리라.
나이로비에서는 매년 '지상 최고의 레이스(The Greatest Race on Earth)'의 일환으로 마라톤이 펼쳐진다. 이 레이스는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차타드가 세계에서 가장 산소가 적은 도시, 가장 더운 도시, 가장 습도 높은 도시, 가장 복잡한 도시로 나이로비, 뭄바이, 싱가포르, 홍콩을 선정해서 벌이는 4인 1조의 국가 단위 경기다. 1,700m의 고지대, 극심한 공해, 울퉁불퉁한 도로 등의 조건 때문에 완주 자체가 영예라는 나이로비 마라톤은 응야요 스타디움(Nyayo Stadium)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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