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20세기 최고의 시인 중 한 명이라는 평을 듣는 그는 시뿐 아니라 산문, 극, 소설 등 다양한 작품들을 써 냈다. 그가 스물네 살이던 해에 쓴 단편 [두 편의 프라하 이야기]는 민족주의 운동이 싹트기 시작할 무렵의 프라하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가난한 곱사등이 청년 보후쉬는 ‘보후쉬 왕’이라는 냉소에 찬 별명으로 불린다. 그는 체코극장 맞은편 ‘국영 카페’에 모여 짐짓 떠들어대는 예술가들, 연극배우, 화가, 소설가, 서정시인, 대학생 주변을 배회하며 그들과 어울리려 애쓴다. 보후쉬 왕의 모델이 된 실존인물인 곱사등이 도배장이 루돌프 므르바는 경찰의 첩자였는데, 체코의 비밀결사조직인 ‘옴라디아’에 침투하여 와해공작을 시도하다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릴케의 소설 속 보후쉬 왕 또한 살해되지만 실존인물과는 사뭇 다르다. 추한 외모에 쉽게 상처받는 여린 성정을 감춘 그를 보고 나면 과연 괴물은 누구인지 다시 질문하게 된다. ‘국영카페’는 두 번째 이야기 [남매]에서 즈덴코가 첫 번째 이야기에서 보후쉬를 살해한 대학생인 레체크를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