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 라세즈 공원묘지에 잠든 유명인사들은 많다. 발자크, 프루스트, 쇼팽, 모딜리아니, 알퐁스 도데, 이사도라 덩컨, 마리아 칼라스, 에디트 피아프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만나기 위해 지도를 들고 넓은 묘지를 헤맨다. 그 중에서도 가장 열렬한 호감의 세례를 받는 이는 누구일까? 무덤은 정직하니, 무덤 위에 바쳐진 꽃과 선물, 키스 자국이 그 인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43년에 태어나 1971년 파리의 아파트 욕조에서 심장마비로 죽은 록밴드 '도어즈'의 리드싱어 짐 모리슨의 조촐한 무덤은 수많은 사람들이 바친 꽃과 선물들로 뒤덮여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뜨거운 호의로 뒤덮여있는 것은 오스카 와일드의 무덤이다. 그의 비석은 전 세계 여성들의 키스마크로 도배되어 있다. 그가 동성애 때문에 감옥살이를 하고 비참한 최후를 마친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화려한 인기를 구가하다가 공연 중 성기를 노출하여 비난을 받고, 결국 약물과다로 인한 심장마비로 쓸쓸한 최후를 마친 짐 모리슨과 유미주의의 화신으로 화려한 주목을 받다가 동성애로 인해 감옥에 가고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오스카 와일드는 어딘가 닮았다. 시대를 잘못 만난 이들의 안식처에서 뒤늦은 인기를 누리며 잠들어 있다는 것조차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