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신부는 왜 언덕을 올랐을까 - 햄스테드 히스

작고 땅딸막한 몸에 커다란 챙의 모자, 우중충한 영국 날씨를 못 미더워 하는 우산…. 영국을 대표하는 지성 G.K 체스터튼은 뒷모습의 실루엣만으로도 추리 광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탐정, 브라운 신부를 탄생시켰다. 신부는 단편 [푸른 십자가]를 통해 처음 우리 앞에 등장해, 프랑스에서 건너온 세기의 도둑 플랑보를 데리고 런던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그가 노리는 사파이어 십자가를 안전하게 처리한 뒤에, 파리 경찰청장 발렝탱으로 하여금 그를 잡을 기회를 주기 위한 것. 스트랫퍼드 역에서 리버풀 가를 지나 투프넬 공원을 지나면서, 신부는 온갖 이상스런 행동으로 발렝탱의 주의를 끈다. 레스토랑 벽에 수프를 뿌리고, 땅콩과 오렌지 팻말을 바꾸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란 버스를 타고 간 곳이 런던 북쪽의 녹지 햄스테드 히스(Hampstead Heath). 인적 드문 공원에서 세기의 도둑과 천재적인 탐정의 입담 대결이 펼쳐진다.

셜록 홈즈는 아직 거기 살고 있나 - 베이커 가 221b 번지

런던에서도 가장 시끌벅적한 지하철 역 중의 하나인 베이커 스트리트(Baker Street)에 내리면 익숙한 얼굴을 만나게 된다. 역의 안내판 아래에 사냥 모자를 쓰고 파이프 담배를 문 그 남자, 셜록 홈즈가 등장한다. 작가 코난 도일은 소설 속에서 이 명탐정의 주소를 ‘베이커 가 221b 번지’로 기록했는데, 런던 시민들은 그 영웅을 진짜 그 동네에서 살아가도록 만들었다. 베이커 가에는 원래 221b 번지가 없었다. 그러나 많은 독자들이 진짜 홈즈가 존재하는 양, 그에게 팬레터나 사건을 의뢰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편지는 주소가 가까웠던 애비 내셔널 뱅크(Abbey National Bank)로 전달되었는데, 지금은 이 거리 북쪽에 세워진 ‘셜록 홈즈 뮤지엄’으로 보내진다고 한다. ‘221b’로 주소가 표기된 이 박물관 안에서 우리는 홈즈와 왓슨의 집무실과 여러 사건의 기록을 들여다볼 수 있다.


셜록 홈즈 박물관에 재현된 집무실의 모습

여행자는 왜 늑대우리에 갇혔나 - 런던 동물원

런던의 미스터리는 괴물들의 세계로 이어진다. 19세기에는 지킬 박사가 변신한 하이드 씨, 그리고 20세기에는 미국에서 온 늑대인간이 안개 낀 런던의 밤거리를 헤매 다닌다. 1981년에 등장한 [런던의 늑대인간](An American Werewolf in London)은 저예산으로 제작된 컬트 호러로, 세계 최첨단 도시 런던을 빅토리아의 악몽으로 되돌려놓는다. 영국으로 배낭여행 온 미국의 젊은이들이 요크셔의 황무지에서 정체불명의 야수에게 물린 뒤, 하나는 죽고 나머지 하나는 런던의 병원으로 이송된다. 달이 뜨면 광폭한 늑대인간으로 변하게 된 이 청년은 런던의 거리와 지하철에서 여러 희생자를 만들고, 다음날 런던 동물원(London Zoo)의 늑대 우리에서 눈을 뜬다. 동물원은 리젠트 파크의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마이클 잭슨은 이 영화에 매료되어, 런던에 살고 있던 존 랜디스 감독을 불러 뮤직 비디오 ‘스릴러’의 연출을 맡겼다고 한다.

포와르는 집에 돌아와 있을까 - 화이트헤이븐 맨션

런던의 미스터리 세계에서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를 빠뜨릴 수는 없다. 그러나 [나일 살인사건], [오리엔트 특급 살인], [캐리비안 미스터리]와 같은 그 대표작들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상상력의 행동반경은 런던을 크게 벗어나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이르고 있다. 아니면 밀실과도 같은 시골의 장원이나 섬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크리스티 여사의 가장 유명한 주인공인 전직 벨기에 경찰 엘큘 포와르가 바로 여기 런던에 살고 있다. 런던 중심부인 차터하우스 스퀘어(Charterhouse Square)에 있는 플로린 코트(Florin Court)는 1936년에 지어진 아름다운 아르데코 스타일의 아파트다. 1980년대에 제작된 TV 미스터리 시리즈에서 바로 이곳이 포와르가 살고 있는 가상의 건물, 화이트헤이븐 맨션(Whitehaven Mansion)로 등장한다.


포와르는 런던을 홈 베이스로 삼아 대륙을 넘나든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살인마는 어디에 - 이스트 엔드

잭더 리퍼가 절반의 신장과 함께 보냈다는 편지 '프롬 헬'


어쩌면 런던을 진정한 공포의 도시로 만든 것은 바로 이 한 명의 범죄자 때문인지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살인마,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 1888년 당시 런던의 동쪽인 이스트 엔드(East End)는 팽창하는 도시의 가장 밑바닥 인생들을 수용하기 위한 어두운 군락이었다. 가난한 노동자, 걸인, 창녀들이 뒤엉켜 사는 이곳 화이트채플(Whitechapel) 주변에서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주로 창녀들을 노린 이 살인 사건이 세간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사이에, 런던 경찰국 ‘스코틀랜드 야드’에 범인이라 자칭하는 자가 편지를 보내온다. 지금은 가짜라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어쨌든 그 편지에서 스스로를 지칭한 ‘잭 더 리퍼’는 연쇄 살인마의 대명사가 되었다. 잭 더 리퍼는 이후 수백 편의 픽션으로 만들어졌는데, 셜록 홈즈가 잭 더 리퍼라는 사실을 왓슨 박사가 밝혀내는 이야기도 있다. 그 중에 가장 뛰어난 작품은 앨런무어와 에디 켐벨의 [프롬 헬]이 아닐까?

모든 사건이 모여드는 하수구 - 뉴 스코틀랜드 야드

미국 범죄 드라마의 팬들이 'NYPD'를 모를 수 없듯이, 추리 소설 광들에게 ‘뉴 스코틀랜드 야드(New Scotland Yard)’는 불멸의 울림을 가진 이름이다. ‘더 야드’는 런던 경찰총국, 혹은 런던 경찰을 말한다. 원래 경찰서가 있던 거리가 스코틀랜드 야드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웨스터민스터에 있던 건물이 현재는 빅토리아 스트리트로 옮겨졌는데, 여기에 블랙 뮤지엄(Black Museum)이라는 범죄 박물관이 있다. 지팡이 칼과 우산 총 등 여러 범죄 관련 증거물, 잭 더 리퍼가 썼다고 여겨지는 편지 ‘프롬 헬’을 비롯해, 여러 사형수들의 데스마스크도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1951년 오손 웰즈는 이곳의 전시품을 테마로 꾸민 라디오 쇼 ‘블랙 뮤지엄’을 만들기도 했다.


잭 더 리퍼 사건 당시, 경찰의 무능을 풍자한 만화

탑에서 사라진 미소년 왕자들은 어디로 - 런던 타워

존 에버렛 밀레스가 그린 탑 속의 두 왕자(1878년,부분)


대영제국의 역사는 피의 역사다. ‘브레이브 하트’를 비롯한 수많은 반역자, 살인자, 해적들이 이 도시에서 처형되어 피를 뿌렸다. 그 중에서 가장 가슴 아픈 미스터리의 장소는, 지금도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런던 타워(Tower of London). 1483년 영국 왕 리차드 3세는 자신의 형 에드워드 4세의 두 아들인 에드워드와 리차드를 이 탑에 가둔다. 런던 타워는 견고한 성에 둘러싸인 탑인데, 왕족들의 거주지이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들의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13살과 10살인 어린 형제는 의회와 연관된 불법 행위의 혐의를 받고 있었는데, 이 탑에 갇힌 후 그들의 모습을 본 사람이 없었다. 처형되었다거나 병으로 죽었다거나 장례를 치렀다거나 하는 기록이 전혀 없이 사라진 것이다. 1674년 화이트 타워의 보수 공사 중에 두 어린이의 뼈가 발견되어 이들로 여겨져 안장되기도 했으나, 확실한 증거는 없다.

미스터리와 범죄를 테마로 런던을 돌아다니는 여행의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셜록 홈즈 박물관이 있는 베이커 스트리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밀랍 인형 박물관 ‘마담 투소’가 처음 문을 연 곳이다. ‘공포와 경악의 방(Chamber of Horrors and Scream)’은 범죄에 대해 페티시즘을 지닌 런던 시민들의 취향을 잘 보여준다. 여러 연쇄 살인범과 피살자들의 모습을 복원해 놓았고, 마리 앙트와네트의 목을 자른 길로틴도 있다. 안개 속의 런던 밤거리를 헤매며 공포의 현장들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투어 코스(tourguides.org.uk)도 여러분을 기다린다. 진짜 탐정이 된 듯 런던을 헤매며 범죄자를 추격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게임들도 있다. [스코틀랜드 야드]는 게이머들이 런던의 경찰이 되어 한 명의 엑스맨을 추적하는 보드 게임, [미스터리 인 런던]은 여러 힌트들을 통해 런던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해결해나가는 PC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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