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오슬로·예이랑에르·올레순

222개의 산봉우리를 품고 있는 예이랑에르 파노라마. 노르웨이 남서쪽 도시‘몰데’에 서면 차갑고도 푸른 피오르의 장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222개의 산봉우리를 품고 있는 예이랑에르 파노라마. 노르웨이 남서쪽 도시‘몰데’에 서면 차갑고도 푸른 피오르의 장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최예슬 기자

바람이 세차게 얼굴을 때렸다. 5월 노르웨이. 이곳에 '꽃샘추위'라는 단어는 없지만, 봄을 시샘하는 한국의 3월 날씨와 흡사했다. 7737㎞ 떨어진 땅에서 입고 온 얇은 옷깃을 바짝 여미며 오슬로 공항에 발을 디뎠다.

◇바이킹의 땅, 피오르에 서다

전체 인구 500만명. 서울시 인구의 절반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 한반도의 1.7배 되는 땅에 거주한다. '북유럽의 스위스'라는 별명답게, 노르웨이 사람들은 천혜의 자연이 만들어준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퍼즐처럼 맞춰 살아가고 있었다.

200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오른 '예이랑에르 피오르(Geiranger fjord)'는 노르드, 송나, 리세, 하르당게르를 포함한 노르웨이 5대 피오르 중 으뜸. '노르웨이 피오르의 진주'란 별명을 갖고 있다. 222개의 산봉우리로 만들어진 협곡. 그 사이를 가득 메운 바닷길은 페리를 타고 둘러볼 수 있다.

흩날리는 눈발 속에 초록의 여린 잎이 싱그럽게 고개를 내민다. 4계절이 전부 한곳에 모여있었다. 사방을 병풍처럼 둘러싼 거대한 산등성이마다, 만년설이 녹으며 만든 폭포가 아찔하게 수직으로 떨어졌다. 일곱 여인의 머리카락을 닮았다고 해서 '일곱 자매들'이란 이름이 붙은 폭포는 그 높이가 300m나 된다. 누군가 나직이 내뱉었다. "여기 진짜 말도 안 되는 곳이네. 세상에 어떻게 이런 곳이 있지."

‘새로운 예술’이란 의미를 지닌‘아르누보’의 도시 올레순.
‘새로운 예술’이란 의미를 지닌‘아르누보’의 도시 올레순. /최예슬 기자
버스를 타고 '외르네스방엔(Ørnesvingen.독수리길)'이라 불리는 미로 같은 산길을 달렸다. 아차 하면 떨어질 것 같은 절벽 아래엔 검푸른 물길이 끝없이 흘렀다. 빙하가 할퀴고 간 골짜기 끄트머리엔 인구 250명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 관광객을 반긴다. 한적한 마을을 산책하며 이곳의 삶을 잠시 엿보고 있으려니, 어쩐지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다. 산 중턱에 위치한 유니언 호텔은 미엘바 집안에서 4대째 운영하고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신드라 미엘바(47)씨는 "1993년 노르웨이의 소냐 여왕도 은혼식 때 이곳에서 묵었다"며 자랑스레 이야기했다. 호텔 창밖에서 보는 피오르는 장관이었다. 한국에 있던 친구에게 사진을 보내니 "방에 달력 붙여놨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만큼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예이랑에르에서 페리와 버스를 갈아타고 2시간 정도 이동하면 인구 7000명이 사는 작은 도시 로엔이 있다. 도시 근처 위치한 로엔 호수는 유난히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였다. 빙하에서 깎인 조각들과 미네랄 성분 때문이었다. 주민들은 이 호수 근처 지하수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이라고 자랑한다. 잔잔한 물결을 가르는 뱃머리에서 산꼭대기에 내려앉은 만년설을 보았다. 걱정이나 근심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어폰에선 '노르웨이의 제이슨 므라즈'라는 싱어송라이터 손드레 레르케(Sondre Lerche)의 노래가 흘렀다. 까슬하면서도 꾸밈없는 목소리가 평온한 풍경에 이질감 없이 흘러들어 갔다. 호숫가 끝 선착장에 위치한 레스토랑 셴달스토바(Kjenndalstova)에선 정갈한 송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물속 미네랄 덕에 흰살을 품고 있는 송어찜과 주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사과주스가 일품이었다.

◇도시 전체가 아르누보 양식으로

1 로엔호수 근처 레스토랑 센달스토바에서 파는 송어요리. 2 오슬로의 크래프트 맥줏집 그뤼네뢰카 브뤼거스.
1 로엔호수 근처 레스토랑 센달스토바에서 파는 송어요리 2 오슬로의 크래프트 맥줏집 그뤼네뢰카 브뤼거스. /최예슬 기자

노르웨이 남서부에 위치한 '아르누보의 도시' 올레순은 1905년 화재로 목조 건물 850여채가 타 버린 뒤 재건되었다. 20세기 유럽 전역에 유행하던 화려한 아르누보 양식에 뱀이나 꽃, 밧줄 등 수수한 바이킹 문양 등을 아로새긴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오후 4시면 퇴근하는 노르웨이 사람들은 일과 후 시간을 주로 가족과 보낸다. 올레순을 방문한 일요일은 가게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거리는 한적했다. 텅 빈 마을을 걸으니 마치 놀이공원을 통째로 빌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백야를 향해 달려가는 노르웨이의 봄은 오후 10시가 되어야 노을이 깔리기 시작했다. 밤새 해가 지지 않는 백야는 6월 20일경 절정을 맞는다. 땅거미가 지는 부둣가엔 빨간 등대가 눈길을 끈다. 1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몰자 등대는 객실이 단 1개뿐인 호텔이다. 맞은편 브로순데트 호텔에서 운영하는 '스위트룸'인 셈인데, 1박에 4000크로네(약 58만원)가 넘는다.

◇연어에 어울리는 크래프트 비어

1989년 문을 열었다는 오슬로 마이크로브뤼어리(Oslo Mikrobryggeri)에서 맥주를 마시며 숨을 돌렸다. 소박하고 쌉싸름한 포터가 여독을 풀어주기 충분했다. 이 곳에서 트램을 타고 11 정거장 지나면 노르웨이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펍들이 몰려있는 '그뤼네뢰카 지구'가 나온다. 1950~1960년대 미국 스타일의 바 라이스(Ryes)는 주말이면 스윙댄스 플로어로 바뀐다. 저녁 8시 전에 이곳에 들른다면 100크로네(약 1만5000원)에 맥주 3잔을 마실 수 있다. 한 블록 떨어진 곳에는 유명한 크래프트 비어 가게인 그뤼네뢰카 브뤼거스가 있다. 20종류의 다양한 로컬 맥주를 다 맛보지 못하는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맥주 한 잔당 120~140크로네(약 1만7000원~2만3000원). 

여행수첩

1. 항공편: 노르웨이로 가는 상설 직항편은 없다. 카타르항공을 이용할 경우 소요시간은 인천~도하 9시간 30분, 도하~오슬로 5시간 30분. 한진관광이 6월 20일부터 7월 11일까지 매주 토요일 인천~오슬로 직항 전세기 운항 예정이다.

2. 예이랑에르 가는 길: 오슬로에서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여름철에는 올레순 공항에서 예이랑에르로 이동하는 버스를 탈 수 있다. 미리 예약한다면 ‘보트 택시(boat taxi)’를 타고 피오르를 둘러볼 수도 있다.

3. 오슬로 관광: ‘오슬로 패스’ 구입을 추천한다. 버스·트램·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고, 뭉크 미술관·국립 미술관·바이킹 박물관 등 주요 시설도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24시간권 어른 320 크로네(약 4만6000원), 48시간권 470 크로네(6만8000원). 오슬로 공항이나 기차역 관광안내소에서 구입할 수 있다.

4. 참고: 주한 노르웨이 관광청 (02)777-5943), www.visitnorway.com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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