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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베트남

베트남 푸꿕 : 맥주, 그리고 책 한권… 누려라, 에메랄드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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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꿕

상전(桑田)이 벽해(碧海)가 된다는 말은 이곳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섬 푸꿕(Phu Quoc)이다. 면적 567㎢로 제주도(1848㎢)의 3분의 1 크기. 베트남 남서 해안에서 45㎞ 떨어져 있다. 캄보디아 해안까지는 15㎞로 더 가깝다. 19세기 프랑스 식민지 때부터 베트남이 남북(南北)으로 갈려 서로 전쟁을 벌이던 때인 1973년까지 이곳에 정치범 수용소가 있었다. 지금은 90여개 리조트·호텔이 있는 휴양지로 탈바꿈했다. 한국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서양에는 에메랄드 빛 바다와 깨끗한 해변으로 유명하다. 섬 남동쪽 사오(베트남어로 별을 뜻한다) 비치에는 남녀 서양인들이 흰 몸을 드러내고 수영과 선탠을 즐기고 있었다. 바다 쪽으로 50m를 걸어가도 물 깊이가 허리춤밖에 되지 않는 천혜(天惠)의 해수욕장이다. 허핑턴포스트는 지난해 '더 유명해지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꼽기도 했다. 유네스코가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한 청정 자연의 섬이다.

베트남 푸?섬 사오 비치.
베트남 푸꿕섬 사오 비치. 휴가를 보내는 서양인들이 많이 찾는 해변이다. 바다 쪽으로 50m쯤 걸어가도 허리 깊이 정도인 얕은 바다는 하늘 빛깔이다. ‘사오’는 베트남 말로 별이라는 뜻. / 김태호 사진작가
지난해 11월에는 서북쪽 해안에 750개 객실을 갖춘 고급 휴양 시설 빈펄(Vinpearl) 리조트가 개장했다. 300ha(300만㎡) 규모 부지에 수영장·워터파크·놀이공원·골프장·스파·아쿠아리움 시설을 마련했다. 입맛 까다로운 가족들이 각자 기호대로 즐길 수 있다. 아빠는 골프, 엄마는 스파, 아이들은 워터파크에서 슬라이드를 타며 물놀이를 한다. 숙박을 하면 객실 카드로 세끼 식사와 함께 거의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툭툭'이라고 부르는 10인승 카트를 타고 이곳저곳 다니며 내 멋대로 즐긴다. 해변이나 수영장 벤치에 누워 책을 읽으며 게으른 휴가를 즐겨도 좋다. 최고 기온 섭씨 32~36도로 햇볕은 뜨겁지만 그늘에 있으면 바닷바람이 선선하다. 1875년부터 생산했다는 맥주 '333(바바바)'을 마시니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푸꿕은 한자 '부국(富國)'을 베트남식으로 읽은 이름. 각종 해산물과 농산물이 풍부하다. 베트남 요리에 빠지지 않는 생선소스(멸치액젓) '느억맘'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다. 섬에는 100여개 느억맘 공장이 있다. 한 공장을 찾아가니 사람 키보다 큰 대형 나무통에서 1년간 숙성한다는 젓갈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맛은 전국 최고라고 한다.

베트남 위치도
질 좋은 후추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800가구가 후추 농사를 한다. 한 가구당 평균 3000그루를 키운다. 밭에 꽂은 3m짜리 나무 기둥에 후추 넝쿨이 뿌리를 박고 올라 열매를 맺는다. 한 그루에서 생산하는 후추는 약 5㎏. 그 옛날 서양 상선(商船)은 고기 누린내를 잡는 이 향신료를 찾아 수도 없이 이곳을 들락거렸을 것이다.

항구에서 배를 타고 조금 먼바다에 나가 낚시를 할 수도 있다. 원통에 감은 낚싯줄 끝 바늘에 한치 미끼를 끼워 깊은 바다로 늘어뜨린다. 복어·조피볼락 같은 물고기들이 초짜 강태공이 던진 낚시 바늘에도 달려온다. 처음 낚시를 하는데도 1시간여 동안 손바닥만 한 물고기를 무려 다섯 마리 낚아 올렸다. 배 위에서 현지인이 차려준 밥상을 받았다. 성게 알, 오징어숙회, 생선구이, 졸인 새우 요리, 관자 꼬치구이…. 바다 내음이 혀 속에 감긴다. 중심지 즈엉 동 마을에 있는 상설 야(夜)시장에서도 각종 조개와 생선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섬 중서부 해안에는 진주 양식장 두 곳이 있다. 판매장을 함께 운영한다. 국내 가격의 절반 이하 수준에서 진주 목걸이와 반지 등을 살 수 있다.

지난해 개장한 푸? 빈펄리조트. 객실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지난해 개장한 푸꿕 빈펄리조트. 객실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푸꿕 섬 주민은 약 12만5000명. 식민지와 전쟁 시기 이들은 얼마나 신산스러운 삶을 살았을까. 과거 정치범 수용소는 지금 전시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남(南)베트남 정부가 4만여명 베트콩 포로를 수용하고 이들을 고문·학살한 사실을 밀랍 인형으로 재현해 놓았다. 승자(勝者)가 바뀌었다면 또 다른 역사가 쓰였을 것이다. 1970년대에는 이 섬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캄보디아와 베트남이 한판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제 주민들은 리조트 개발 덕분에 일자리를 얻고 있다. 빈펄리조트 쯔엉 티 니엔 세일즈매니저는 "관리직을 제외한 1500명 직원이 모두 푸꿕 현지인"이라면서 "올해 중 프리미엄 빌라 200채가 완공되면 직원 1000명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전벽해는 계속 진행 중이다.

튀겨 먹는 베트남 전통 빵.
튀겨 먹는 베트남 전통 빵.

베트남 푸꿕

인천공항에서 베트남 호찌민까지 비행시간 5시간.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푸꿕 국제공항까지 50분이면 닿는다. 호찌민에서 캄보디아 씨엠립을 들러 푸꿕으로 가는 여정을 짤 수도 있다. 씨엠립은 앙코르 유적으로 유명하다. 씨엠립에서 푸꿕으로 가는 직행 비행편이 있다. 캄보디아는 비자 필요. 현지에서 비자를 받을 때 수수료 30달러와 사진 1장 필요. 캄보디아에서는 출입국 관리가 유독 한국인 관광객에게만 "뽈리뽈리(빨리빨리)"라며 '1달러'를 요구하기도 한다. 한국 관광 가이드가 '급행료'로 돈을 주던 버릇이 굳어졌다는 것. 출입국장에는 '아무것도 지불할 필요가 없습니다'라는 한국어 표지가 여러 언어와 함께 걸려 있다. 당연히 돈을 주지 않는 게 원칙. 베트남은 15일 이내 관광 체류 시 비자 없이 입국하며 출입국 신고서도 쓰지 않는다. 시차는 2시간(한국이 오전 10시일 때 오전 8시). 베트남항공 www.vietnamairlines.com (02)757-8920

푸꿕은 지금도 개발 중인 곳이 많다. 일부 도로는 비포장이다. 공항은 2012년 새로 지어 깨끗하다. 공항을 나서면 기아차 모닝 택시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중심지 즈엉 동 항구와 남부 안터이 항구 등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동부 어촌 마을 함닌에서는 건어물을 싼값에 판다. 이곳에서 파는 말린 해마(海馬)와 불가사리 등은 약재로 쓰이며, 술을 담가 먹으면 좋다고 한다. 푸꿕 전통술 심주(酒)도 있다. 즈엉 동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 'Buddy(버디)'는 관광정보센터를 겸하고 있다. 호주인 남편과 베트남 아내가 주인이다. 10년 전 푸꿕에 정착한 호주인 주인 로한 바커(Rohan Barker)씨는 "한국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www.visitphuquoc.com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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