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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베트남

베트남 달랏 : 찌는 듯한 무더위 속, 해발 1500m에서 여유로운 봄바람을 만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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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 달랏'

작가 백영옥
'달랏'은 요즘 각광받는 도시 '다낭'과 언뜻 혼동될 수 있는 곳이다. '달랏'을 인터넷 검색창에 치면 "연평균 기온이 24도로 '봄의 도시'라는 애칭이 있다. 해발 1500m 고도로, 달랏에는 54갈래 소수민족이 산다" 같은 정보가 나오는데, 일단 이 도시를 만끽하기 위해선 7월의 호찌민을 느껴보는 것이 유용하다. 그건 곧 공항 밖으로 나와 마스크를 뒤집어쓴 여자들과 네 가족이 함께 탄 오토바이로 넘치는 호찌민 도심을 조금이라도 걸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피부를 짓누르는 무더위 속을 걷다 보면, 베트남 사람들이 어째서 연유를 잔뜩 넣은 진하고 단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지 절로 이해가 된다.

어슴푸레 해가 질 무렵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달랏에 도착했다. 어느 도시에 도착하든, 나는 맨 처음 맡게 되는 공기에서 그 도시의 맥박을 느끼곤 했는데, 달랏에선 순한 소여물 같은 냄새가 풍겼다. 달랏이 지금 우기(6~10월)라는 건 도착한 직후 알았다.

내가 사는 도시 일산은 '호수공원'이라는 거대한 인공 정원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데, 달랏의 테두리는 투엔람 호수(Tuyen Lam Lake)가 있었다. 흥미로운 건, '검은 숲'이라고 하는 이 도시의 '소나무 숲'이었다. 말하자면 프랑스 식민지로 남아 있던 이곳의 뒤섞인 건축물이 아니라면, 달랏의 일상적인 자연 풍경은 대관령과도 흡사해 보였다. 재밌는 건, 반팔을 입고 돌아다닐 정도의 날씨에도 이곳 사람들이 털모자와 귀마개를 쓰고 다닌다는 것. 방콕의 짜뚝짝이나, 타이베이의 스린 야시장과 다른 '달랏' 야시장의 매력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선풍기를 걸어놓은 것처럼 아무리 시장 안을 돌아다녀도 절대 '땀'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화의 집이란 콘셉트로 설계된‘크레이지 하우스’.
동화의 집이란 콘셉트로 설계된‘크레이지 하우스’. 호찌민 이후 두 번째 베트남 최고 지도자였던 Truong Chinh(쩡찐)의 딸인 Dnag Viet Nga가 설계했다. 주말에는 호텔로도 이용 가능 / 사진작가 최은주
달랏의 시내 풍경.
달랏의 시내 풍경.
'달랏'의 죽림사원에 갔다. 1994년에 세워진 달랏에서 가장 큰 절이다.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대승불교를 잇는 나라인데, 그곳에서 향에 불을 피우는 스님을 보았다. 갑자기 쏟아진 스콜 때문에 소나무와 대나무 숲에 내리는 빗소리를 듣다가 문득 한 스님이 해주셨던 말이 떠올랐다. "소나무를 볼 때, 사진작가와 화가와 목수의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다 자기 눈으로만 그것을 보기 때문입니다. 달마산 산기슭의 멋진 노송을 그리던 화가의 눈엔 나무를 베는 목수가 도저히 이해 안 되는 무식한 촌부이지만, 목수는 대들보로 쓰기 가장 좋은 소나무를 발견해 행복하기만 한 게 세상 이치인 거죠. 목수의 눈에는 나무가 사람들 눈에 띄지 못할 곳에 있느니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집의 일부가 되어 그것과 행복하게 동거하는 쪽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그것이 선입니다."

뜻밖에 비를 만나, 예정보다 절 안에 오래 머물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생각이 정지하기 때문이다. 예정보다 길게 머물러 죽림사원을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놓친 경험 역시 좋은 일이었다. 풍황산 하늘에 멈춘 채 떠 있는 케이블카를 보다가 필시 고장이 난 것이로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2시간이나 되는 노동자들의 넉넉한 점심시간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눈만 마주쳐도 환하게 웃는 베트남 사람들의 여유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늘 궁금했는데, 실마리를 찾은 기분도 들었다.

죽림 사원.
죽림 사원. 호찌민 통일궁의 설계자가 설계한 것으로 4 개의 사찰로 나누어져 있다.
결국 일상적인 생각과 걸음의 속도가 달라지는 게 여행의 진짜 목적인지도 모른다. 고속 열차를 타면 3시간이면 갈 곳을, 길이 나빠 꼬박 1박 2일 걸려야 갈 수 있다면, 그 시간의 체험과 격차는 너무나 다를 테니까.

랑비앙 산은 베트남 사람들이 즐겨 찾는 산으로 시내에서 12㎞ 정도 떨어져 있다. 그곳에서 나는 황색 얼룩말을 보는 희귀한 경험을 했는데, 자세히 보니 검은색 페인트칠을 한 것이었다. 내겐 그것이 급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적인 풍경으로 남아 있다. 산 입구 매표소 앞에서 지프를 타고 6㎞ 정도를 달려 라다 정상(Dinh Rada)까지 올랐다(인원 수에 상관없이 30만동, 우리 돈 약 1만5000원). 정상의 관람대 주변에는 소수민족이 파는 공예품들이 있는데, 그곳에서 3일을 직조해 만들었다는 목도리나 스카프 등을 살 수 있다. 소수민족을 만나 얘기해보고 싶다는 바람은 노동으로 두껍고 단단해진 여인의 손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날, 랑비앙 산엔 엄청난 안개가 몰려왔다. 발밑에 펼쳐졌을 달랏 시내와 산등성이를 보는 대신, 그날 자욱한 안개만을 보았는데 어쩐지 그것 역시 이번 여행의 메시지 같았다. 여행이란 내 뜻대로 되지 않아 펼쳐지는 뜻밖의 풍경 안에서 나 자신과 만나는 것. 흩뿌리는 안개비를 피해 구석에서 마신 뜨거운 달랏 커피의 맛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베트남 명승지 위치도
i 호텔이나 시내에서 스쿠터를 빌려 자체 생산해 블렌딩한 고산 지대의 커피 하우스를 방문하거나, 다양한 자수 작품을 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XQ, 가우디의 건축처럼 보이는 곡선형 건물인 '크레이지 하우스' 등을 방문해도 좋다. 호찌민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로는 '메콩 델타 투어'가 있다. 미토, 컨터, 빈룽 등지에서 배를 타고 수상시장 및 메콩강 주변 섬을 구경하며 인근의 섬을 방문하는 이 투어에는 '엘리펀트 피시'라는 물고기 한 마리가 통째로 나오는 점심식사가 포함돼 있다. 호찌민의 여행자 거리인 데탐 거리의 Shin Cafe나 투숙하는 호텔에서 신청할 수 있다. 투어 가격은 15달러에서 100달러까지 다양하다.

▲복합문화공간 XQ(XQ village): 258 Mai Anh Dao St. , Dalat City, Lam Dong Pro. Viet Nam 전화: (84.63) 3831343

▲크레이지 하우스: 03 Huynh Thuc Khang St., Ward 4, Dalat City, Vietnam(84.63) 3-822-070, www.crazyhouse.vn

▲아나 만다라 빌라 달랏 리조트 앤드 스파(Ana Mandara Villas Dalat Resort & Spa): Le Lai Street, Dalat City, Lam Dong Province, Vietnam(84.63) 3555 888, www.anamandara-resort.com

▲신카페(shin cafe): 246-248 de tham st, dist 1, ho chi minh city 전화번호 (84.8) 3838 9597www.thesinhtourist.vn/office

▲베트남 에어라인: 인천~호찌민 주 11회 운항. 호찌민~달랏 주 14회 운항. (02)757-8920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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