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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위스

스위스 융프라우 : 야생화·잔디·낙엽·만년설… 76개 코스 오르다 보면 四季가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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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얼음궁전을 걷다, 융프라우

분명 발밑은 끝없는 초록 융단인데, 눈길이 닿는 곳은 거대한 설벽(雪壁)이다. 자연이 빚어내는 형이상학적인 모습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분명 발밑은 끝없는 초록 융단인데, 눈길이 닿는 곳은 거대한 설벽(雪壁)이다. 자연이 빚어내는 형이상학적인 모습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 융프라우=최보윤 기자

스위스 융프라우를 떠올리면 마치 '연관 검색어'처럼 따라붙는 게 있었다. 바로 컵라면이다. 언제부터인가 융프라우 컵라면은 고행(苦行) 뒤 단 열매의 상징이 됐고, 융프라우에 올라 신라면 컵라면 한술 떠야 '유럽의 정상'을 제대로 밟았다는 표식 같았다.

그게 맹점이었다. 융프라우(4158m)는 '백년설' 말고도 '컵라면' 말고도 너무나 볼거리·할 거리들이 많았다. 하기야 그 어떤 이미지에 가려 제대로 된 맨얼굴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이번 한 번뿐이겠는가.

융프라우요흐에 들어선 린트 초콜릿 공방 겸 매장.
융프라우요흐에 들어선 린트 초콜릿 공방 겸 매장.
유럽의 지붕 속 '얼음 궁전'을 탐닉하다

융프라우 여행은 대개 인터라켄 오스트역에서 시작한다. 오스트역에서 아이거글레처역(2320m)까지는 한 번에 갈 수 있지만 그 뒤엔 산속 동굴을 지나는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아이거반트(2865m)와 아이스메어(3160m)역에 들러 5분씩 쉬어간다. 갑자기 해발고도 3000m가 넘는 봉우리에 가면 두통 등의 고산 증세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일행 중 한 명이 갑자기 속이 울렁거린다고 소화제를 찾는 통에 잠시 비상이 걸렸다.

인터라켄에서 기차에 몸을 실은 지 한 서너 시간쯤 지났을까. 융프라우요흐(3454m)에 도착했다. 융프라우 산악철도 건설 100주년을 맞아 2012년 개관한 알파인 센세이션은 자꾸만 사진 찍고 싶어지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알프스의 모습을 담은 초대형 스노볼이 눈길을 끈다. 스노볼을 모으는 취미 때문인지 키를 훌쩍 넘기는 스노볼이 왠지 탐난다.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던 건 얼음 궁전. 알파인 센세이션이 '동화의 나라'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약 1000㎡의 거대한 미로처럼 이어진 곳인데, 1934년 두 산악 안내인이 빙하 속을 쪼아서 만들게 됐다는 이야기가 진짜 동화처럼 들렸다. 밖으로 나오니 한겨울이 따로 없다. 인터라켄에선 섭씨 25도를 넘나들었는데 이곳에선 영하를 가리킨다. 만년설에 뒹굴며 '러브스토리' 영화를 찍는 커플도 있었고, 아이처럼 눈싸움하는 이도 있었다. 곳곳에서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는 이도 보였다.

얼마 전 융프라우요흐의 자랑이 또 하나 생겼다. 스위스 최고의 초콜릿 회사인 린트에서 유럽 최고 높이의 초콜릿 공방인 '린트 스위스 초콜릿 헤븐'을 열었기 때문이다. 린트는 2012년 기준으로 75억개의 초콜릿 볼을 생산할 정도로 스위스 초콜릿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지난 7월 열린 오픈식에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테니스 선수이자 린트 초콜릿 홍보 대사인 로저 페더러가 현장을 찾아 유럽 정상에서 열리는 '미니 테니스 게임'을 선보이기도 했다. 초콜릿 제조 공정을 보여주는 기계를 거쳐 몇 분에 하나씩 초콜릿이 하나씩 나오는데 그건 '공짜'다.

융프라우요흐의 알파인 센세이션.
융프라우요흐의 알파인 센세이션.
알프스의 하늘을 날아보자

융프라우는 높이에 따라 계절이 바뀌는 것도 볼거리다. 야생화가 푸릇함을 과시하더니 이내 만년설이 덮인 봉우리가 시야를 덮는다. 가을이 되면 높이마다 푸른 잔디-울긋불긋한 낙엽-만년설로 사계절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어 특히 아름답다고 한다.

융프라우 지역에는 융프라우요흐의 빙하 하이킹을 비롯해 아이거 북벽 하이킹, 융프라우 파노라마 하이킹, 야생화 하이킹, 호수 하이킹 등 76개의 하이킹 코스가 있다. 20여 개에 해당하는 제주 올레길 코스의 3배가 넘는다.

원래는 쉬니케 플라테(1967m)에 도착해 하이킹을 즐기는 코스를 택하려 했다. 푹 파인 분지를 가운데 두고 한 바퀴 도는 산책로로 600여종의 야생화를 관찰하며 산길을 돌 수 있다고 했다. 융프라우, 묀히, 아이거 북벽 등이 병풍처럼 펼쳐진 풍광은 덤이란다.
스위스 지도

그러다 휘르스트(2168m)에서 몸에 줄을 매단 채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휘르스트 플라이어'에 마음이 혹했다. 시속 84㎞로 날아 수십 초 만에 800m를 순간 이동시켜준다. 하이킹 대신 이를 택했다. 신혼부부나 연인한테 특히 인기란다. 정작 기다려 보니 모녀끼리 온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린데발트(1034m)역에서 내려 약간 걸은 뒤 곤돌라를 타면 정상까지 도착한다. 번지 점프대 같은 곳에 한 명씩 4명이 올라 몸에 줄을 매단다. 땅을 내다볼 때는 아찔함도 느껴졌다. 문이 텅 하고 열리며 발이 쭉 밑으로 빠진다. 절로 '악'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역시 '안전'이 먼저. 잠깐의 속도감을 뒤로하고 나머지는 경치를 관람하고 내려올 수 있을 만큼으로 속도가 늦춰졌다. 시야가 탁 트인 것만으로도 이용료인 27스위스프랑(CHF) 값은 한 듯했다. 

i 융프라우 철도 한국총판인 동신항운(02-756-7560)을 이용하면 융프라우 철도 가격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인터라켄 오스트에서 융프라우요흐까지 1일권은 140CHF(약 15만4000원·정상가 197.60). 오스트역에서 휘르스트까지는 55CHF(정상가 78.6). 2일 융프라우 VIP 패스는 180CHF(235CHF) 등이며 VIP티켓은 휘르스트 플라이어·컵라면 무료 제공 등을 비롯해 약 10만원 상당의 8가지 혜택을 받는다. 한국에서 융프라우행 직항 비행편은 없고 취리히나 제네바 공항에서 내린 뒤 기차를 이용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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