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 고이 잠들어 있는 도시, 4세기 초 크리스트교도들의 중심지로 숨쉬던 땅, 에게해 지역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고대도시 에페소스의 자취를 따라간다. 성모 마리아가 마지막 생애를 보낸 곳, 12 사도 중 한 사람인 사도 요한의 생애를 만나볼 수 있는 역사의 땅. 고대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신전의 터전과 함께 장대한 유적의 흔적으로 과거의 영화가 숨쉬듯 반짝이는 곳이다.

헤라클레스의 문, 크레테스 거리 끝자락에 2층으로 된 개선문이었으며 사자가죽이 부조되어 있다..

성경의 역사를 고이 간직한 땅, 에페소스

터키의 수많은 유적지중 크리스트교의 유적지로 손꼽히는 에페소스, 예수의 죽음 이후, 그의 어머니 마리아를 지키며 예수의 제자 요한이 남은 생애를 보냈던 곳으로 도시의 중심, 셀축 한복판에 사도 요한의 무덤 터, 성 요한 교회가 아야소크르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문명의 흔적은 사라지고 역사의 이야기만 남겨진 도시. 6세기 지어진 역사의 터전 위를 세월 거슬러 거닐어본다.

BC 7세기경, 에페소스는 최 전성기를 이루었으며, BC 6세기 후반에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으면서부터 쇠퇴하여 페르시아 전쟁으로 해방된 뒤에는 그 영화가 쇠락하기 시작했다. 헬레니즘시대에 이르러 경이롭게 부흥하기 시작했다. B.C 4세기에 이르러서는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꼽히는 대 건축이 완성되었으나 그리스도교 시대가 되자 그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2000년이 지난 지금도 화려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코린트식 기둥의 켈수스 도서관.

에페소스로 향하기 위해서는 에게해의 유일한 역사 유적지 셀축을 방문해야 한다. 관광객이 끊임없이 찾는 도시지만 도시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고대 에페소스 유적과 성모 마리아의 집, 성 요한의 교회를 찾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성요한 교회는 사도 요한을 기념하여 지어진 교회로 예수 죽음 이후에 마리아를 지켜내던 역사의 터전으로 남아있다. 요한이 매장 되어 6세기경에 지어진 이 교회는 현재 기둥과 성벽만이 오랜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에페소스 유적을 보기 전,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메리예마나(Meryemana)라고 하는 뷸뷸(Bülbül) 산중에 자리한 성모 마리아의 집이다. 에페소스 유적 남쪽의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하여 차량이 없이는 오르기 쉽지 않다. 렌터카나 투어버스를 이용하여 굽이진 산길을 20여분 정도 달린다. 예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는 사도 요한의 보살핌을 받으며 이곳 뷸뷸 산중에서 만년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뷸뷸 산중을 오르는 중간에는 거대한 성모 마리아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누구나 잠시 마리아상 앞에서 묵도를 올린다. 성모 마리아의 집터에 당도하면 집터의 중간지점에 작은 마리아의 동상이 자비롭게 서 있다. 세례 요한이 물 세례를 베풀던 세례 터를 지나고 돌로 쌓아 지어진 성모 마리아의 집터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내부로 들어서면 미사를 올리거나 무릎 꿇고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을 쉬이 볼 수 있다. 좀처럼 자리를 떠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뷸뷸 산의 중간지점에 성모 마리아의 동상이 자애롭게 서 있다. 잠시 묵도를 올리고 쉬어간다.

교회 마당에는 성모 마리아를 기리는 작은 촛불들이 방문객의 손길에 의해 연이어 밝혀지고 있다. 남녀 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촛불을 밝히며 성모 마리아를 위한 기도를 올리거나 개인 소원을 빈다. 계단 아래엔 만병을 치료한다는 성수가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이 성수를 마시거나 병에 담아가기도 한다. 성수터 옆에는 개인의 간절한 소원을 비는 천 조각과 종이 조각들이 촘촘히 벽에 걸려 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소원을 적은 내용들이 애절하고 간절하다.

장대하고 화려한 에페소스 유적

에페소스 유적의 거리를 걷는 것은 마치 로마시대 세월 비껴간 어느 모퉁이에 와있는 느낌이다. 유적의 입구는 남쪽 북쪽 두 군데이나 주로 남쪽 출입구로 들어와 완만한 언덕을 내려가며 둘러보고, 북쪽 출입구로 나간다. 피온의 언덕이라 불리는 높이 150m 정도의 암석터에는 비잔틴 시대와 헬레니즘 시대의 성벽터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에페소스 유적의 석재들은 후기 시대의 건축물들을 짓는데 유용되어 현재는 부서져 남겨진 조각들만 유적으로 쓸쓸히 흩어져 있다.

켈수스 도서관과 마제우스의 문, 켈수스 도서관의 위용이 고대 에페소스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초기 그리스 식민지 시대에는 이곳 에페소스 유적지 가까운 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으며, 과거 항구가 있었던 흔적이 보인다. 남쪽 입구로 들어서면 바실리카 열주들이 연이어 늘어선 거리 앞으로 소극장터인 오데온이 시선을 잡아 끈다. 극장의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장구한 로마시대의 세월을 더듬어 본다. 오데온은 지붕이 있던 소극장으로 시낭송이나 음악회가 열렸던 곳이었다.

오데온 앞으로는 거대한 아고라가 자리하고 있으며 오른쪽으로 2세기에 지어진 바리우스의 욕장터가 3개의 아치와 함께 아직 발굴중인 채로 남아있다. 오데온 소극장 정상에 올라 앉아 2,000년 전 비잔틴 시대와 헬레니즘 시대의 흔적을 느껴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껴본다. 오고 가는 사람들, 그리고 묵직하게 흘러가는 세월, 역사는 오늘도 어제에 이어 유유히 흘러간다.

크레테스 거리를 내려 가다 보면 길의 끝자락 양쪽 기둥에 헤라클레스 상이 있는 개선문 앞에 당도한다. 4세기에 운반되어 온 돌기둥으로 지어진 헤라클레스 문은 2층으로 된 개선문으로 6개의 기둥 중 현재는 2개만이 남아있다. 헤라클레스의 상징인 사자의 가죽을 지닌 모습이 부조로 남아있는데, 크레테스 거리를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모두, 이곳에 잠시 멈추어 서서 헤라클레스의 개선문을 매만지며 오래되어 슬픈 역사의 흔적과 숨결을 더듬기도 한다.

헤라클레스 문으로부터 이어지는 크레테스 거리는 완만한 경사지로 바닥이 미끄럽다. 수 천년 전의 대리석이 닳고 닳아 반질반질한 정도가 유리알과 같다. 크레테스 거리 우측으로는 2세기경 히드리아누스 황제에게 바쳐진 신전이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여신 티케, 메두사, 다양한 신과 황제의 모습을 조각한 부조들이 눈길을 끌고 주변으로는 스콜라스티카의 목욕장과 공중 화장실 등 당시의 삶의 흔적들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화려한 코린트식 열주가 변함없이 당당한 자태를 자랑하는 켈수스 도서관 전면.

드디어 장대한 에페스 유적의 하이라이트 켈수스 도서관에 당도한다. 2세기 중반 아시아 주 총독이던 켈수스를 기념하여 지어진 화려한 석주 건물로 코린트식 열주를 가진 화려한 정문 석주가 강한 인상을 풍긴다. 정면 4개의 입구 앞에는 예지, 덕성, 사려, 학술의 상징을 나타내는 여성의 동상들이 자리하고 있어 도서관의 웅장함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도서관 입구 계단에는 여행자들이 휴식을 취하며 에페소스 유적의 신비에 휩싸인 듯 자리를 뜨지 못한다.

마제우스와 미트리다테스 문을 나서면 마지막 회랑으로 이어지며 아고라가 펼쳐진다. 돌길이 아닌 흙 길을 밟으며 지나간 고대 문명을 추억한다. 그리고 마지막 야외극장을 오른다. 문명의 쇠락과 역사의 흔적을 더듬으며 2세기 피온의 언덕에 올라선다. 파나 유르산 언덕에 지어진 야외극장은 2만 4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로 그 웅장함에 압도당한다.

객석에 앉아 묻혀버린 고대 세계의 항만을 바라본다. 2,000년 전 알렉산드리아와 로마의 영화를 회상하며 인간과 문명, 역사와 인류가 피고 지던 그 도도한 흐름을 영사기의 흑백 필름처럼 마음속으로 흘려 보낸다. 형제의 땅, 아시아와 유럽의 가교 터키의 변방에서 장대한 문명의 흔적, 헬레니즘 시대의 고대 유적지 에페소스의 신비를 더듬으며, 오늘을 살아가는 깊은 역사의 지혜를 배워본다.

크레테스 거리를 오가며, 여행자들은 화려했던 알렉산드리아와 로마를 회상하게 될 것이다.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

한국에서 직항으로 운항되는 터키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으로 12시간 만에 이스탄불에 도착한다.
늦은 밤 인천을 출발,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 이른 아침에 도착한다. 국내선 항공기로 한 시간 정도면, 터키 제 3의 도시 이즈미르 공항에 닿는다. 매일 여러 편 운항하고 있으니 큰 걱정은 없다. 이스탄불에서 버스로 움직이면, 12시간 소요된다. 시간은 많이 소요되지만, 에게해 인근 지역의 풍광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 있으므로 매력적이다. 이즈미르에서 버스로 50분 소요되며, 버스는 자주 운행한다. 현지 로컬 버스도 있지만, 렌터카로 여유롭게 돌아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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