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만 해도 ‘동방의 파리’라고 불렸던 상하이는 현대의 중국을 이해하는 열쇠로 비유되기도 한다. 금융과 쇼핑의 도시로 대표되는 상하이의 화려한 도심 속에는 중국 옛 거리의 정취와 문화재가 고스란히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1, 4 쉬광치박물관. 2 상하이에서 가장 오래된 수향 주쟈쟈오. 3 상하이의 천주교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토산만박물관. 5 ‘상하이’ 하면 떠오르는 동방명주.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두 시간도 채 되기 전에 도착한 상하이의 얼굴은 이국적이면서도 친근하다. 국제적인 항구도시이자 금융의 도시로 잘 알려졌지만 중국의 근대 역사를 가장 현실감 있게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는 중국의 건축 양식과 유럽의 건축 양식이 고루 어우러져 ‘만국 건축박물관’이라는 닉네임을 갖기에 손색이 없다. 황푸강을 중심으로 강의 서쪽인 와이탄 지역은 고딕, 바로크, 로마네스크 등에 이르기까지 서양 고전 건축 양식의 건축물들이 주를 이룬다. 1842년부터 유럽인들이 이곳에 와서 지은 것들로 클래식한 고전미를 느낄 수 있다.

반대편 푸둥 지역에는 1992년 이후에 지어진 최첨단 건물들이 많다. 동방명주를 비롯한 100층 이상의 금융센터 빌딩과 모던한 디자인의 고층 빌딩들이 상하이가 국제 금융의 허브 도시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와이탄과 푸둥 지역에 있는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황푸강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감상하도록 한다. 상하이에 오면 꼭 한 번은 타야 한다는 이 유람선에서는 밤 10시까지 다양한 건축물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조명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1 푸둥 강변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어 차나 식사를 즐기며 외탄의 야경을 구경하기에 더없이 좋다. 2 쉬자후이 천주교당. 3 동방명주에 위치한 상하이역사진열관. 4 상하이의 야경.
중국의 근대화 역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도시, 상하이

상하이라는 도시를 이야기할 때 ‘쉬광치(徐光啓)’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쉬광치는 중국 명나라 말엽의 정치가이자 학자다. “모든 사람이 슬퍼하기 전에 내가 먼저 슬퍼하고, 모든 사람이 웃어야만 내가 웃을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로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달랐던 정치가였고 수학, 천문학, 농학, 군사학에 정통했던 팔방미인이었다. 서양 문물 전파에 힘썼던 인물이기도 하다. 상하이 최초의 가톨릭 신자로 1603년에 세례를 받았고 선교사들과 교분이 두터웠다. 마테오리치와 협력해 《기하학》 6권을 번역했으며 《농정전서》 등의 저서도 60권 정도 집필했다.

쉬자후이(徐家匯)는 ‘쉬(徐)씨 집안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뜻의 지명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상하이의 번화한 상업 지구이자 중국 4대 명문대학 중 하나인 교통대학 등이 있는 교육 중심 지구다. 상하이 천주교의 본거지로서 동서양의 문화가 자연스레 녹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쉬자후이에서는 쉬광치의 역사적 업적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은 쉬광치공원. 쉬자후이의 번잡한 도로와 고층 빌딩 사이에서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실록으로 가득 찬 공원 안에는 쉬광치의 기념관과 묘가 있는데, 공원을 들어서자마자 쉬광치를 기리는 아치 길과 하얀 십자가 상이 우뚝 서있는 그의 무덤을 발견할 수 있다. 쉬광치는 상하이 최초의 천주교인답게 유럽 선교사를 초대해 성당과 학교를 지어 포교에 앞장섰다. 그의 뜻은 자손 대대로 이어졌고, 그 덕분에 쉬자후이는 상하이 천주교의 발원지가 되었다.

대표적인 성당으로 쉬자후이 천주교회당을 들 수 있다. 1906년에 1911년 사이에 재건된 천주교의 상하이 구역 주교회당으로, 정식 명칭은 ‘성모 천주의모자당’이다. 외관은 전형적인 유럽 중세 고딕 양식이다. 매일 새벽마다 미사가 있으며, 그 역사·문화적 의의로 인해 상하이시 문물보호단위로 지정되었다. 현지인들은 물론 상하이를 방문한 천주교인들이 꼭 한번쯤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쉬광치공원 안에는 쉬광치박물관도 있는데, 여기에는 쉬광치의 생애와 업적을 돌아볼 수 있는 사진과 자료들이 가득하다. 토산만박물관과 장서루에서는 상하이의 가톨릭 역사를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1 헝산루 거리에는 이국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2, 3 상하이의 1920년대 모습을 실감나게 재현한 상하이 영화촬영기지.
가족과 연인을 위한 낭만의 거리들

상하이에는 현대적인 대형 명품 쇼핑몰 외에도 우리나라의 인사동처럼 옛 정취를 즐기며 소소한 쇼핑을 즐길 만한 곳이 많다. 가족끼리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산책을 하거나 차를 마실 곳도 많다. 헝산루는 옛 프랑스 조계지로, 분위기 있는 펍(pub)과 유럽식 전통 가옥 양식을 개조해 만든 이국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다. 카페테라스에서 따뜻한 차와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며 오후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연인끼리 혹은 가족끼리 조용한 시간을 즐기기 좋다. 

헝산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쑹칭링구쥐 역시 꼭 한번 들러볼 만하다. 중국 사람들에게 ‘중국을 사랑한 여인’으로 불리며 존경받는 쑹칭링은 급변하는 중국 근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혁명가 쑨원의 아내로서, 또한 혁명가로서 파란만장하고 치열한 삶을 살았다. 쑹가문의 세 딸 중 쑹칭링이 유독 중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많이 받는 것은 유수한 집안에서 태어나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층이었음에도 자신의 생애를 낮은 곳의 인민들을 위해 헌신한 그녀의 애국심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사후 3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녀가 존경받고 있는 이유다. 그녀가 상하이에 올 때마다 머물렀다는 고택은 당시 유행했던 아름다운 서양식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잘 가꿔진 넓은 정원은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자랑한다.

우리나라의 청담동이나 가로수길처럼 고급스러우면서도 느긋한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신천지를 추천한다. 1920년대의 상하이를 보는 듯 거리가 좁고 건물들도 오래됐지만, 그 안은 가장 트렌디한 것들이 채우고 있다. 스타일리시한 카페와 레스토랑, 콘셉트가 살아있는 부티크숍, 공방 등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365일 끊이지 않는다. 특히 밤이면 더욱 운치 있는 노천카페는 상하이의 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자수공예품과 목공예품 등 아기자기한 소품, 상하이의 서민들이 즐겨 먹는 먹거리가 가득한 주쟈쟈오.
골목 안 중국인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곳

반면 중국적인 정취를 즐기고 싶다면 골동품 거리인 둥타이루와 물의 고장 주쟈쟈오를 추천한다. 둥타이루는 1백여 개에 달하는 골동품 가게가 밀집된 골동품 거리로 유명하다. 마치 우리나라의 인사동 같은 곳으로 도자기, 서화, 금·은·동으로 만든 각종 장식품, 화폐, 전통 의복 및 공예품 등을 쇼핑할 수 있다. 좁은 거리를 지나다니면서 구경하다 보면 신기한 공예품들을 파는 작은 점포 뒤에 진짜 골동품을 파는 가게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가게의 주인들은 모두 초기 동타이루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파는 물건들은 대부분 소장 가치가 높은 진귀품이다. 흥정만 잘하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니 애교 섞인 흥정은 필수다.

주쟈쟈오는 상하이에서 가장 오래된 물의 고장으로 ‘상하이의 베니스’라 불린다. 송원(宋元) 시대부터 유명한 마을로, ‘각리’라고도 불렸다. 1991년 국무원(國務院)으로부터 ‘중국문화명도시’라는 칭호를 얻었다. 뱃사공의 나룻배를 타고 주쟈쟈오를 둘러보는 재미는 남다르다. 이곳에서는 자수, 목공품 등 손재주 좋은 중국 사람들의 다양한 수공예품을 볼 수 있다. 좁은 골목골목에는 댓잎에 싼 찰밥이나 족발, 돼지고기 요리 등 중국 서민들이 즐겨 먹는 먹거리도 가득하다. 중국적인 색감과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하다.

중국의 1920년대 골목을 실감나게 감상하고 싶다면 상하이 영화촬영기지를 추천한다. 중국 10대 영화 촬영 세트장 중 하나인 이곳에서는 상하이 전통 골목의 정취와 유럽식 정원, 쑹가문의 전통 주택 등 1920~1930년대 상하이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안 감독이 연출하고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았던 영화 <색, 계>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이안 감독이 이 영화의 촬영을 위해 약 180억 원을 투자해 상하이 난징루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덕분에 골목을 걷고 있노라면 마치 과거로 회귀한 듯한 기분이 든다. 하루에 한 번 10시 30분 즈음에는 <상해탄>이라는 공연도 열리고 있어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1 골동품 거리인 둥타이루. 2, 3, 4 상하이에 왔다면 꼭 한 번 가봐야 할 예원의 예원상장과 명물 샤오룽바오쯔.
중국 전통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예원은 상하이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490년 전 명조 중엽에 해상 교란을 방어하기 위해 성벽을 쌓은 이곳은 상하이 본토 역사의 발원지다. 특히 예원 정자 누각에서 차를 마시며 창밖 연못을 바라보면 수면 위를 뛰어오르며 먹이를 찾는 금붕어들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마치 신선이 된 것 같다. 예원은 한낮에도 좋지만 건물 전체가 불빛으로 반짝이는 야경 덕분에 밤에 특히 멋지다.

한편 예원상장은 1백 년 전통의 상점들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다양한 전통 수공예품과 차 같은 특산품을 판매하고 있어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예원에 갔다면 찰진 만두피 안에 돼지고기, 게살, 새우살 등을 넣어 만든 상하이 전통 만두를 꼭 먹어봐야 한다. ‘샤오룽바오쯔’라 불리는 이 만두는 씹자마자 입안으로 흘러들어오는 뜨거운 육즙이 최고다. 예원 거리 곳곳에서는 커다란 왕만두에 빨대를 꽂아 마치 음료수처럼 육즙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이 들고 있는 왕만두가 바로 그것이다. 샤오룽바오쯔로 가장 유명한 식당인 ‘난샹’은 각지에서 몰려든 여행객들이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다.

이 밖에도 상하이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의미가 깊은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비롯해 한국의 역사를 더듬을 수 있는 곳이 꽤 많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이 편리해 누구나 친근하고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찬란한 현대 문명과 과거의 아픔을 아름답게 보존한 도시 상하이는 아이들에게는 뜻깊은 역사의 현장이 되고, 연인들에게는 다정한 낭만을 선물한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대, 트렌드와 클래식이 공존하고 있어 온 가족이 여행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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