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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아니아/뉴질랜드

뉴질랜드 : '마오리족의 성지' 모코이아 섬에서 '나의 나무'를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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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로토루아湖를 가다

마오리족 전사의 손님맞이 의식 장면.
무서운 표정의 마오리 전사가 창(타이아하·Taiaha: 한쪽 끝은 칼날, 한쪽 끝은 창으로 이루어진 마오리족의 전통무기)를 휘저으며 목책 울타리에서 갑자기 튀어나온다. 몸을 구부렸다 뛰어올랐다를 반복하는 몸짓이 힘차다. 아랫배에서 나오는 중저음의 기합소리에서는 영국군에 맞서 싸운 저력이 느껴진다. 작은 나뭇가지를 증표로 손님 발 앞에 던져놓고 다시 몇발자국 뒤로 훌쩍 뛰어 물러난다. 손님이 나뭇가지를 손으로 집으니 정중히 맞이할 채비를 한다. 반대로 손님이 발로 밟는 경우엔 전쟁이라고 한다. 이 마오리족의 손님맞이 의식은 뉴질랜드 북섬 중앙에 위치한 로토루아(rotorua)에서 볼 수 있다. 남태평양의 숨겨진 보석, 뉴질랜드 여행은 마오리 전사와 함께 시작했다.

로토루아 호수 가운데 있는 모코이아 섬. / 모코이아아일랜드 제공
◇마오리족의 성지 모코이아섬

흔히들 뉴질랜드를 천혜의 자연을 가진 나라라고 한다. 그만큼 수십억년 대자연의 역사가 여과 없이 켜켜이 기록된 땅이다. 이 대자연에서 한 꺼풀 더 들어가 뉴질랜드의 문화를 보려고 하면 마오리족이 빠질 수 없다. 마오리족은 인디언과 달리 영국군과 12년의 전투 끝에 공존 공생의 길을 간 원주민이다. 백인과 결혼도 하고 투표권 연금 등 모든 것에서 같은 대우와 혜택을 받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시내 거리에서 젊은 마오리족 몇 명이 마오리 정당을 지지해달라는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뉴질랜드 북섬에서 두 번째로 넓은 로토루아 호수. 이 호수 한가운데 자리한 모코이아(mokoia) 섬은 화산 활동으로 생긴 거대한 칼데라 호수 가운데 다시 화산활동으로 생긴 분화구가 생겨 만들어진 무인도이다. 쉽게 말하면 백두산 호수 중앙에 작은 섬이 생겼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 섬이 곧 마오리 족의 성지인 모코이아 섬이다. 면적은 1.35㎢ 정도로 자그마하다. 매년 여름이면 마오리 청소년들을 선발해 이 섬에 들어가 일주일 동안 마오리 전통무술을 가르친다.

포이 춤을 가르치고 있는 마오리 여인.
◇연가(포카레카레아나)의 발원지 

마침 이 섬에 들어가 나무 심는 행사를 하고, 마오리 전통무술과 전통춤을 경험해본다는 일행과 동행할 기회가 생겼다. 여성들은 전통춤인 포이(Poi)춤을, 남성들은 전통무기인 타이아하를 원주민이 가르치는 데로 따라 했다. 처음 해보는 손짓, 몸짓이지만 다들 진지한 표정이다. 남녀 관광객들은 처음 배운 포이춤과 타이아하를 서로에게 선보이고 박수를 주고받는다.

다산(多産)의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는 히네모아(hine moa)온천에 발을 담그고 마오리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마오리식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섬에 살고 있는 무사 투타네카이에 반한 부족장의 딸 히네모아가 신분의 차이와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를 찾아 호수를 헤엄쳐 섬으로 건너와 사랑을 찾았다는 이야기다. 이는 1350년쯤 실제로 일어난 일로, 이때 투타네카이가 불렀던 포카레카레아나(Pokarekare ana)는 뉴질랜드 대표적 민요가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연가'(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오면…)로 널리 알려졌다. 이어진 마오리 부족장과 여인의 포카레카레아나 듀엣은 풍성한 성량으로 우리나라에서 듣던 노래와는 또 다른 감흥을 주었다.

모코이아 섬에서 나무를 심고 있는 관광객들.
◇나무심기로 생태복원 참여

모코이아섬은 1950년까지 사람들이 살았으나 무차별 경작으로 숲이 사라지고 땅이 황폐화되었다. 이로 인해 곤충들과 토착 조류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1980년대 이후 이 섬을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토착식물과 키위(뉴질랜드 국조)를 비롯한 보호조류를 섬으로 옮겨 생태계 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다. 덕분에 지금은 코카코새, 키위새 같은 희귀조류와 멸종 위기에 처한 안장무늬새 등 이국적인 모습의 새들을 볼 수 있다.

나무심기는 섬의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벌어지고 있다. 이날 섬에서는 수명이 900년 되는 뉴질랜드 토종나무를 각자 한그루씩 심는 행사가 열렸다. 높이 60㎝ 정도의 묘목을 심고 각자의 소망을 적은 이름표지를 땅에 꽂았다.

모코이아 관리센터에서 나눠주는 '식수 증명서'에는 나무의 위치를 GPS로 나타내는 위도와 경도가 기록되어 있다. 1년후, 10년 후 언제라도 나무를 볼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행사가 다 끝나고 돌아설 시간, 일행들의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60대 한 아주머니는 이 행사 관계자 손을 꼭 잡고 "이런 이벤트에 참석하게 돼서 정말 뜻깊다"라고 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태즈먼 빙하. 뒤로는 에드먼드 힐러리가 에베레스트산을 처음으로 오르기 전 산악 훈련을 했다는 마운트 쿡이 보인다.
쾌속선으로 돌아온 일행들은 모두 한마디씩 소감을 나눈다. 뉴질랜드에는 빙하를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태즈먼 빙하, 영화 쥬라기 공원의 촬영지 레드우드숲, 로토루아의 세계적인 유황온천 폴리네시안 스파, 트렉터를 타고 돌며 양과 키위를 만나는 농장체험 등등 보고 즐길거리가 많다. 하지만 일행들은 모코이아섬에서 뭔가 부족한 2%가 채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교통
대한항공이 하루 한 편 운항하고 있다. 비행시간은 평균 11시간 30분.
●통화
1뉴질랜드달러(NZD)= 약 870원
●날씨
한국과 반대로 보면 된다. 지금은 대략 한국의 5월 날씨. 자외선이 강해 선글라스는 필수품.
롯데관광은 로토루아 호수 가운데 떠있는 모코이아섬 투어를 마련했다. 쾌속보트를 타고 섬으로 이동해, 전통 춤 배우기, 유황온천 체험, 나무심기 등을 즐길 수 있다. www.lottetour.com
(02)2075 3005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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