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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터키

터키 이스탄불 : 공항에서 보낸 하루, 모스크바를 거쳐 이스탄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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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에스테, 취리히, 파리." 

 

화면들의 계속되는 호출, 가끔 커서의 초조한 박동을 수반하기도 하는 호출은 언뜻 단단하게 굳어버린 듯한 우리의 삶이 얼마나 손쉽게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냥 복도를 따라 내려가 비행기에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우리는 몇 시간 뒤에 우리에게 아무런 기억이 없는 장소, 아무도 우리 이름을 모르는 장소에 착륙할 것이다. 오후 3시, 권태와 절망이 위협적으로 몰려오는 시간에 늘 어딘가로, 보들레르가 말하는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이륙하는 비행기가 있다는 생각으로 우리 기분의 갈라진 틈들을 메우는 것은 즐거운 일 아닌가. 트리에스테, 취리히, 파리.  - '여행의 기술' 中 (알랭 드 보통)

   

 






두꺼운 옷을 넣을까 말까, 즉석카메라를 가져가야 하나, 필름은 몇 롤이나 넣을까와 같은 사소한 고민으로 전날 밤잠을 설치는 통에 정작 아침엔 대충 가방을 싸서 집을 나섰다. 서둘러 나섰는데도 탑승시각 1시간 반 전에 공항 도착. 연휴가 낀 주말 오후라 비행기는 당연히 만석이었다.








늦게 도착한 탓에 좌석은 저 뒷자리. 그래도 국적기를 탈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서둘러 게이트를 통과했다. 인천에서 모스크바를 거쳐 이스탄불로 가는 아에로플로트. 8시간 비행, 4시간 대기, 다시 3시간 비행 일정이다. 발권하고, 짐찾고 하는 시간까지 합하면 깨어있는 시간 꼬박 하루를 공항에서 보내게 되는 셈.









여행에 있어 가장 설레는 순간은 비행기에 탑승해 이륙을 기다리는 순간이다.







장거리 노선에 있는 모니터는 수시로 이동 경로를 체크할 수 있어 편리하다. 벌써 중국을 지나는 중.

 

 

 





창밖의 설원을 보니 러시아에 가까이 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얼마나 눈이 많이 오면 대륙과 바다의 경계가 저렇게 하얗게 나뉠 수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불편하기로 악명높은 쉐르메쩨보 공항. 모스크바 공항 트랜짓 데스크에 도착해보니 100여명의 사람들이 저 좁은 문 하나를 통과하려고 몸싸움을 하고 있었다. 어린아이 하나가 저 틈에 끼어 온통 머리가 헝클어지고, 비행 시각이 촉박한 여행객들은 새치기를 서슴지 않는 아비규환의 상황. 그런데 통제하는 사람은 커녕 근처에 공항직원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왜소한 친구와 나는 인파에 밀려 뒤로 밀려나기를 수 차례. 두 시간 만에 가까스로 게이트를 통과했다. 지나고 보니 X-ray 검색대 앞에 무뚝뚝한 직원 두 명 있더라.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진 않을텐데...





 

 

 





면세점 내부는 생각 외로 무척 한산했다. 

다양한 마트료쉬카(Матрёшка) 를 구경하며 비록 공항 내부지만 러시아에 왔음을 실감했다.









잘생긴 바텐더가 따라주는 발틱 7도 한 잔. 마침 새 캔을 뜯어 Fresh 한 맥주라며 정성껏 따라주니 더 맛이 좋다. 늘 화난 사람들같은 러시아인들의 표정에 슬쩍 주눅이 들어있었는데, 친절히 사진촬영에 응해주고 찍은 사진을 보여달라며 환히 웃는 그의 모습은 좀 뜻밖이었달까?








기내식 세 번, 맥주 세 캔... 영화 두 편.

인천 공항을 출발한지 무려 15시간 만에 드디어 도착한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

시간은 이미 자정이 훌쩍 넘어 있었다.

 

 

 






이스탄불 공항은 기대했던대로 유럽의 여느 공항과 같은 분위기라 마음이 좀 놓였다. 사실 모스크바 공항을 경험한 후라 이 친절하고 질서정연한 공항 시스템이 너무나 고마울 따름. 서둘러 택시에 올라타고는 호텔로 향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낯선 터키어와 고색창연한 밤거리의 풍경이 이스탄불에 왔음을 실감케 했다. (to be continued~)




그린데이
그린데이

뜻밖의 멋진 풍경, 알 수 없는 만남과 헤어짐, 다양한 사람들의 천차만별 삶의 방식, 해변의 석양과 맥주 한 병을 사랑하는 낭만 여행가. 10년간 IT기업 홍보팀에서 웹과 소셜미디어 관련 일을 했으며 현재는 여행 블로거로 '그린데이 온더로드'(greendayslog.com/ 2011, 2012 티스토리 여행분야 우수 블로그) 및 각종 매체에 감성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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