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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캐나다

캐나다 : 캐나다, 날으는 돼지의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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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앨버타주와 BC주의 경계 근처의 요호국립공원 밴프국립공원보다 관광객이 적어 한적함 속에 웅대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다만 마을이 참 드문드문 있어 적당한 밥집을 찾는 건 쉽지 않다. 밴프국립공원을 출발한지 1-2시간 지나 요호국립공원으로 접어든 때, 점심시간이 꽤 지났다. 함께 요호국립공원을 찾은 할아버지가 묻는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조금 더 가서 점심을 먹어도 될까? 맛은 보장하마. 하고 웃으시면서.

 

 

 

*  요호국립공원 필드 Field 마을, 트러플피그 비스트로 Truffle Pigs Bis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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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세운 곳은 '필드'다.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할아버지가 뜬금없이 Field  가자고 하기에 무슨 ‘장’인가 하였더니 요호 국립공원에서의 필드는, 마을의 이름이었다. 필드 Field는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어떤 장을 의미한다. 골프’장’의 필드인 경우도 있고 물리학에서 어떤 힘이 미치는 영역인 ‘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보통 지질학에서 필드라고 하면 야외에서 여러가지 암석들이 드러나있어 지질학적 역사를 잘 알 수 있는 곳을 필드라고 한다. 그러니 처음엔 필드?하고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여하간 꼬르륵 대는 소리를 들으며 필드로 향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주 요호 국립공원은 마을 '필드 Field'에서 시작한다. 그레이하운드라는 버스 정류장이 있고 관광 안내소가 있다. 필드 북쪽으로 타카카우 폭포와 스파이럴 터널, 그리고 에메랄드 호수와 저 버제스 산이 있다. 남쪽으로 가면 오하라 호수와 네츄럴 브릿지가 자리한다. 요호 국립공원은 밴프 국립공원에 비해 규모가 작아서 찾는 관광객의 수도 적고 마을도 작다. 그 중 필드 Field 는 레스토랑, 민박/여관 같은 롯지 등을 찾을 수 있는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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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마을에서 숙박업과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는 트러플 피그스 비스트로 Truffle Pigs Bistro 다. 돼지는 사실 깨끗함을 좋아하고 예민하며 섬세한 동물이다. 감각이 좋아 세계 3대 귀한 식재료 중 하나인 땅속 송로버섯 Truffle을 찾을 때 돼지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니 트러플 피그스 Truffle Pigs이름의 조합은 이상할 것 없다. 필드 마을 지역에 몇 안되는 레스토랑이자, 느리게 서빙 되지만 신선한 식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곳이라고 한다. 
 
적당히 여행자들과 동네사람들이 섞인 듯한 실내. 넓지 않지만 아늑하다. 커다란 창 가득히 불어 오는 기분 좋은 바람도 좋고, 걸린 액자며 날아가는 돼지들이 재밌는 분위기를 낸다. 할아버지는 ‘날으는 돼지’는 일어나기 힘든, 드문 일을 뜻한다며 이것저것 설명해 준다. 친절한 사람과 함께 하면 정말 마음이 놓이고 즐거워진다.

 

 

 

* 트러플피그 비스트로, 맛있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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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으는 돼지'의 메뉴판은 간단하다. 좌우로 펼쳐 점심 메뉴를 고른다. 알프레도 파스타, 랩, 햄버거, 샐러드 등등. 할아버지는 늘 주문하신다는 샐러드를 선택하셨다. 바삭하게 튀긴 면이 더해진 독특한 샐러드에 드레싱이 무척 맛있다면서. 고민하다가 연어구이에 쫀득한 뇨끼가 더해진 메뉴를 골랐다. 뇨끼는 조랭이떡 같다. 감자로 만든다. 고소하고 찰진 맛이 매력이다.

아주 느지막히 음식이 나왔다. 먼저 나온 말레이시안 치킨 샐러드는 무척 신선하고 맛있게 보였다. 바삭한 면의 씹는 맛이 무척 좋다고. 신선한 야채와 오렌지 참깨 소스가 맛있단다. 선선히 어서 음식사진도 찍으란다. 할아버지는 ‘요즘’ 애들의 SNS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웃으신다. 시대에 따라 소통의 방법이 달라지긴 해도 서로 알고 알리고 싶은 마음이야 같다고 말씀드렸다. '먹'스타그램이나 '얼'스타그램을 알려 주었더니 재밌어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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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은 역시 현지인의 추천이 최고다. 연이어 나온 스페인 스타일 연어 구이. 연어는 날것으로 먹는 걸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잘 익힌 상태다. 엄지 척, 올리면서 정말 맛있다 하니 할아버지가 좋아하신다. 뇨끼는 매력적인 파스타다. 좋아한다. 평소 뇨끼는 치즈가 더해진 상태로 농밀한 크림소스에 먹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에, 독특하다. 스페인 Spanis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음. 올리브유에 바삭하게 구워 메이플 시럽을 뿌렸다. 바삭하고 달콤하니 무척 맛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긴 시간동안 할아버지는 캐나다의 자연경관이며 역사에 대해 수십 년간의 지식을 녹여 설명을 해 주셨다. 고맙다고 말씀드리니 오히려 할아버지는 굳이 무언가 많이 지식을 얻거나 하지 않았어도, 기억에 남는 여정이 된다면 좋겠다고 한다.

 

       

 

* 맛있는 식사, 더 맛있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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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메뉴판을 펼쳤다. 차를 주문했다. 치즈케이크와 아이스크림도 주문했다. 메뉴판 다시 보니 참 재밌다. 왜 칼로리 높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유명한 사람들의 말들을 모아 놓았다. 살쪄도 괜찮아- 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맛있게 먹었으면 '0'kcal 아니던가. 뉴욕치즈케이크와 다른, 수플레같은 치즈케이크라 독특했다. 치즈케이크가 포근포근하다. 은근한 따스함까지 있다.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달고 맛있다. 그러고 보니 이 자리, 아이스크림과 같은 만남이다. 함께 한 할아버지는 자신의 일을 참 좋아한다고 했다. 은퇴 없이 할수 있는 만큼 경험과 지식을 살려 계속 일하고 싶다며 웃으셨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그 일을 계속 해 나가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다양한 자원봉사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이라고 말씀하신다. 청장년 때처럼 일할 수 없어도 노년에 맞는 일을 하며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참 멋지다.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길 위에서 만난 누군가의 인생에 대해, 그 사람 자신의 일에 대해 듣다보면 생각보다 참 많이 배운다. 열의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그 열의가 나에게도 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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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인근의 산책길은 어디나 그림같다. 걸으며 또는 멈춰서서 자연 풍광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기 참 좋다. 여행의 속도는 좋은 사람을 만날 수록 점점 느려지고 있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몇몇 사람들은 길게 간직하고 싶은 멋진 추억을 선사한다. 이런 사람과의 만남이 진짜 '날으는 돼지'같은 일아닐까. 멋진 정경도, 맛있는 음식도 좋았지만 언제나 가장 마음에 남는 건 '사람'이다. 함께 한 사람이 좋으면 그 어떤 시간도 반짝이게 각색되는 듯 싶다. 

좋은 사람. 선한 의지로 삶을 열심히 사는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여행을 한 것과 같다. 그 사람이 시간을 들여 가꾼 생각과 의지들을 만나는 건 세월이 시간을 들여 만든 여행지의 멋진 장소를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풍경에게만큼, 음식에게만큼, 함께한 사람에게도 감탄하고 감동하고, 그리고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내 어딘가에 잘 저장해 둔다. ​이런 기억들은- 현재를 지탱하고 미래를 이끌어 주는 힘이 되기를 바라며. 
 
 

 

 

* 요호국립공원, 필드마을 트러플 피그스 Truffle Pigs Bistro  정보 
- 주소 : 100 Center Street, Field, BC V0A 1G0, Canada (Emerald lake  가기 전) 
- 전화 : ​+1 250-343-6303 / 영업 : 점심 : 11:00-15:00, 저녁 17:00-21:00, 바 16:00-23:00
- 메뉴 : 10-30 CAD 내외.  
- 점심메뉴 : 수프 & 바게뜨 8$, 그린 오일 카프레제 샐러드 14$, 말레이시안 치킨 샐러드 15$, 시금치 연어 샐러드 18$, 불고기 나초 15$, 와규버거 17$ 등 

 http://www.trufflepigs.com/bistro/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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