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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캐나다

캐나다 오타와 : 왜 젊은 여행객들이 모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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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오타와 편
두 얼굴(?)의 오타와에 젊은 여행객이 몰리고 있다

이인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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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에 거주한 지 벌써 2년째. 하지만 지도 상으로 바로 옆 동네인 오타와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 차로 두 시간 거리일 뿐인데, 왠지 캐나다의 행정수도라는 것에서 연상되는 경직되고 딱딱한 이미지가 가기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오타와를 멀리하던(?) 내게 그곳을 꼭 가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 장면이 나타났다. 무려 백만 송이가 넘는 형형색색의 튤립이 펼쳐진 모습이 바로 오타와에 그려지고 있는 것이었다. 

메이저 힐 공원에 펼쳐진 튤립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하는 관광객들

때는 5월 중순. 겨울만 있을 것 같은 캐나다에 이른 더위가 찾아왔다. 이곳 주민들은 마치 ‘이때다’ 싶은 듯 주말만 되면 나들이에 많이 나선다. 오타와에 들어서자 역시 여행객들이 꽤 눈에 띄었다. 게다가 우리가 찾았던 때에 오타와는 튤립 축제(5월 12~23일)가 한창이었다. 화사하게 물든 도시 속 관광객 무리가 마치 나비인 듯 꽃을 쫓아 분주히 움직였다.

세계 최대의 튤립 축제가 네덜란드가 아닌 캐나다에서 열리는 이유는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캐나다로 피신한 네덜란드 왕녀 율리아나가 셋째 딸을 오타와에서 출산하는데, 네덜란드령 태생 자만이 왕위를 계승할 수 있다는 법에 따라 캐나다는 오타와 시립병원의 산부인과 병동 일부를 치외법권 지역으로 정하고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외국국기를 게양했다. 이후 감사의 표시로 네덜란드 왕가는 매년 10만여 송이의 튤립 구근을 보내오고 있다. 캐나다에서 튤립은 네덜란드 국화이기보다 평화와 자유, 우호의 상징이다. 그때문인지 몬트리올에서도 어느 꽃보다도 튤립이 가장 먼저 봄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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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축제를 만끽하고 싶다면 가장 많은 튤립이 심어진 커미셔너스 공원(Commissioner’s Park)과 리도 운하(Rideau Canal)를 따라 걷는 게 좋다. 거리 곳곳에서 형형색색의 튤립을 볼 수 있지만 시내 중심가에서 많은 튤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메이저 힐 공원(Major’s Hill Park)이다. 그러나 막상 공원에 들어서면 오타와가 튤립만 아름다운 곳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오타와에서 가장 오래된 노트르담 성당

공원 아래쪽으로 펼쳐지는 울창한 숲 옆으로는 오타와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오타와 강을 사이에 두고 프랑스 문화가 강한 퀘벡 주와 영국 문화가 우세한 온타리오 주로 나뉜다. 그래서일까. 오타와는 바로 그 접점에 위치해 두 문화가 혼재된 듯한 모습이다.

오타와 강 한편으로 깎아지른 듯 세워진 팔러먼트 힐(Parliament Hill)이 있다. 그 위에는 고풍스러운 고딕 양식의 국회의사당이 자리한다. 국회의사당 건물을 보고 있으면 마치 한 편의 흥미로운 소설을 읽는 듯 극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국회의사당의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지점은 리도 운하가 지나는 매킨지 킹 브릿지에서 내셔널 아트센터로 들어서는 부근이다. 특히 일몰 시간이 되면 한동안 머물게 될 정도로 풍광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오타와에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동상이 유독 많다. 몬트리올 출신의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의 동상 주변에서는 그의 연주가 흘러나온다

메이저 힐 공원은 오타와 대표 관광지의 길목에 있다. 공원 산책을 마치고 어느 쪽으로 방향을 바꾸더라도 충만한 볼거리와 만날 수 있다. 정치의 메카 국회의사당, 캐나다에서 가장 큰 규모의 미술관인 내셔널 갤러리, 오타와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노트르담 성당 등이 바라다 보인다. 2007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문화유산인 리도 운하와 160년의 역사를 지닌 재래시장 바이워드 마켓도 인접해있다.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리도 운하는 5월부터 10월 사이에 수문이 열리는데, 보트가 지날 때마다 사람이 직접 수위를 조절해 수문을 개폐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겨울이 되면 이곳은 시민들을 위한 거대한 스케이트장으로 변신한다. 

메이저 힐 공원에서 바라다 본 국회의사당은 황홀할만큼 아름답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방문한 바 있는 바이워드 마켓(Byward Market)은 여전히 활발하게 거래되는 재래시장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레스토랑과 술집이 밀집해 있어 젊은 오타와 시민들의 발길을 이끄는 곳이기도 하다.

행정수도에서 연상되는 편견은 젊고 세련된 오타와를 직접 마주한 후에야 사라졌다. 잿빛의 건물 대신 마주친 것은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고풍스러운 건축과 세련된 레스토랑이었고, 양복 차림의 공무원들보다 자주 보인 이들은 자유롭고 독특한 옷차림을 한 젊은이들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캐나다에서 싱글과 젊은 층이 가장 많은 곳이 오타와라고 한다. 예상 밖의 신선함을 간직한 오타와의 다른 계절이 궁금해졌다. 머지않아 오타와의 겨울을 만나러 오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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