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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캐나다

캐나다 나이아가라 - 천둥소리를 내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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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아가라는 요란하다. 초입에 들어서면 낮은 저음의 폭포소리가 귀를 압도한다. 카지노와 불꽃쇼로 거리는 불야성을 이루기도 한다. 하지만 한 발만 물러서면 나이아가라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19세기 빅토리아풍의 소담스런 마을과 와이너리들이 고즈넉하게 펼쳐진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지닌 '웅장'한 선입견은 깊게 들어설수록 새롭게 변질된다.


나이아가라가 전해주는 감동에는 반전이 깃들어 있다. 새벽녘 잠을 깨운 창 밖 괴성은 분명 천둥소리가 맞다. 이곳 폭포에 대한 경이로움에는 눈보다 귀가 먼저 반응한다. 굉음의 템포에 맞춰 심장도 쿵쾅거린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애당초 캐나다 원주민의 말로 ‘천둥소리를 내는 물’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예전 인디언들은 폭포의 굉음을 두려워하고 신성시 해 부족의 처녀를 제물로 바치기도 했다. 폭포 소리는 7만여 개의 트럼펫을 동시에 불어댈 때 나는 사운드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잠자코 들으면 강렬한 리듬이 실린 오케스트라의 선율같다.

헬기를 타고 상공에서 내려다본 나이아가라는 또 다른 전율로 다가선다.



세계 3대 폭포에서 펼쳐지는 황홀한 도전

나이아가라는 남미 이구아수, 아프리카 빅토리아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알려져 있다. 높이 50여m에 총너비가 1km에 육박하는 규모로 1만 2000여년전에 형성됐다. 폭포에 관한 대단하고, 사전적인 지식은 실제의 감동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폭포를 설명하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사전에 보는 것은 요식 행위처럼 번거롭다. 소리에 이끌린 마음은 이미 폭포 속으로 깊숙히 달려가고 있다.


나이아가라에 대한 최대의 경의는 눈앞에서 폭포를 마주하는 것이다. 긴장된 마음으로 폭포 앞에 서면 현기증이 난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몸은 달아오른다. 거대한 스피커로 빼곡하게 둘러싸인 댄스홀에서 몸이 저절로 흔들리는 느낌이다. 천둥같은 소리와 쏟아지는 물방울이 뒤섞일 때 폭포는 진가를 발휘한다. 날씨가 맑더라도 폭포 앞은 항상 비가 내린다. 무지개까지 피어올라 동화 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나이아가라는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 위에 놓여 있다. 고트 섬을 기준으로 미국 폭포와 캐나다 폭포로 나뉜다. '브라이덜 베일'로 불리는 미국 폭포가 신부의 면사포처럼 우아하다면 '호슈'(말발굽)로 불리는 캐나다 폭포는 장대하다. 실제로 폭포수량의 90%가 캐나다 폭포로 수직낙하한다.


거대한 나이아가라를 즐기는 방법 역시 다양하고 흥미롭다. 공중, 수면, 폭포 바로 밑에서 스릴 넘치게 진행된다. 폭포를 조망하기 위해 전망 타워에 오르는 것은 다소 식상하다. 폭포의 궤적을 살피려는 도전자들은 헬기를 타고 하늘에 오른다. 폭포의 속살을 들여다 보기 위해 폭포수 아래로 승강기를 이용해 내려가기도 한다. 4월이 시작되면 ‘안개속의 숙녀호’라는 배를 타고 폭포 바로 아래까지 다가서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폭포에 대한 도전은 예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졌다. 나무 드럼통을 타고 폭포에서 뛰어내린 여인의 사연은 영웅담처럼 전해 내려온다. 과감한 도전은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폭포의 상류는 세계에서 가장 거칠다는 ‘6급’의 급류코스. 이곳에서 격류를 타는 체험이 짜릿하다.


밤에 만나는 나이아가라 역시 황홀하다. 폭포 위로는 조명쇼가 펼쳐지고, 클리프턴 언덕의 카페들은 밤늦도록 흥청대며, 카지노는 24시간 네온싸인이 번쩍거린다.

나이아가라의 야경. 자정이 가깝도록 불야성을 이룬다.



와이너리의 보고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

역동적인 폭포에 심장이 뛰었다면, 고풍스러운 마을에서의 와인 한잔으로 마음을 달랠 시간이다. 나이아가라는 숨은 이면을 지닌 고장이다. 폭포에서 시작되는 나이아가라 파크웨이는 이 일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연결된다. 봄이면 초록세상이, 가을이면 단풍길이 펼쳐진다. 파크웨이 끝, 빅토리아풍의 도시 이름 역시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다. 이 작은 도시는 규모는 아담해도 19세기 온타리오주의 첫 주도였을 정도로 유서가 깊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묵었던 호텔에서 그윽하게 ‘에프터눈 티’를 즐기거나 부티끄숍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하루 해는 짧다.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는 캐나다에서는 명성 높은 연극 도시이기도 하다. 매년 봄, 여름에 걸쳐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를 기리는 연극 페스티벌이 열린다.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 인근은 와이너리의 보고로도 명성 높다. 100여 개의 와이너리가 이 일대에 흩어져 있다. 특히 아이스와인은 서부 오카나간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유서 깊다. 달콤한 와인 한잔이면 낮과 밤의 환청, 환영들이 모두 고요하게 잔 속에 가라앉는다.



여행팁
나이아가라는 토론토를 기점으로 이동한다. 인천공항에서 토론토 공항까지 직항 항공편이 다닌다. 토론토에서 나이아가라까지는 버스, 열차 외에도 카지노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오간다. 1시간 30분~2시간 소요. 나이아가라에서는 폭포를 조망할 수 있는 ‘오크스 오버룩킹 더 폴스’, ‘캐나디안 나이아가라’, 힐튼 호텔 등이 묵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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