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장·샹그릴라

중국 윈난성 리장(麗江)은 위도(북위 27도)로 보면 일본 오키나와와 비슷하다. 그런데 그곳 해발 5596m 옥룡(玉龍)설산에서 산악 빙하의 맛을 봤다. 해발 3356m 지점에서 로프웨이를 타고 4506m까지 오를 수 있다. 파커 점퍼 차림에 50위안(약 8250원) 주고 산 스프레이 산소통을 들고 올라갔다.

옥룡설산은 사람이 꼭대기에 서본 일이 없는 처녀봉이다. 그만큼 칼산이다. 로프웨이 상부역에 내렸을 때 약간 어지러운가 싶더니 금방 괜찮아졌다. 날이 흐려 정상은 안 보였다. 하지만 미얀마 국경에서 150㎞밖에 안 떨어진 곳에서, 그것도 한여름에 설산 풍경을 바라보는 일은 가슴 뛰는 경험이다. 해발이 높아 부담이라면 탁 트인 고산초원인 운삼평으로 가 5000m 이상 봉우리만 13개라는 설산을 조망하는 것도 괜찮은 코스다. 옥련설산 골프클럽은 세계 최장(8548야드) 코스에 아시아 최고 고도(해발 3100~3200m)에 있는 골프장으로 낮은 기압 때문에 드라이버가 평지보다 20~30m 더 나간다고 한다.

곳곳에 수로가 나 있는 리장 고성을 누비고 다니다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롯데관광 제공
옥룡설산 일대는 2003년 9월 '국가중점풍경명승구'로 지정되면서 명승구 최고 등급 '5A'를 획득했다. 기후가 아열대에서 한대까지 걸쳐 있어 한반도(4500종)보다 많은 8000여종 식물이 서식한다.

리장 관광의 핵심은 고성(古城)이다. 칭기즈칸의 손자이자 몽골 5대 칸이었던 쿠빌라이 칸 시대에 세워진 도시다. 1996년 2월 3일 리장엔 규모 7.2의 지진이 덮쳤다. 신식 건물들은 폐허가 됐는데 고성의 800년 전 지은 기와집들은 끄떡없었다고 한다. 고성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 이후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성은 가로·세로 2㎞쯤 되는 규모에 3000개의 옛날 목조 가옥이 가득 차 있다. 서울 북촌마을 같은 곳이 수십개 몰려 있다고 보면 된다. 곳곳에 수로가 나있고 164개 골목이 미로로 얽혀 있다. 바닥은 모두 돌길. 골목길엔 기념품 가게, 식당이 넘친다. 의외로 화장실이 깨끗하고 전부 무료다.

고성 골목 구석구석 사람이 가득했다. 주말의 명동길 같았다. 작년 한 해 이곳에 900만명이 몰렸다는 것이 실감 났다. 그렇지만 이틀을 다니면서 한국말 쓰는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한국 관광객엔 덜 개발된 곳이다. 리장엔 속하(束河)고성이라는 곳도 있다. 훨씬 작은 규모지만 200년 더 오래됐고 아담하고 운치가 있다. 민박집은 정원을 정성스럽게 꾸며놨고 방도 깔끔한데 하루 280위안(약 4만6000원)을 받았다.

리장에서 세 시간쯤 거리인 샹그릴라도 특색이 있다. 윈난성 남부에서 리장을 거쳐 티베트의 라싸로 이어지는 차마고도(茶馬古道)의 중간 기착지다. 샹그릴라 초원엔 유채꽃 비슷한 랑독화(狼毒花) 천지이고 마을 한복판에서 야크도 구경할 수 있다. 쑹짠린쓰(松贊林寺)라는 300년 전 세운 라마교 사원이 있다. 라싸의 포탈라궁처럼 지붕을 금박으로 입혔는데 소(小)포탈라궁으로 불린다.

샹그릴라와 리장 사이 계곡길엔 호도협(虎跳峽)이 있다. 옥룡설산과 합파(哈巴)설산의 두 거대 설산 사이 갈라진 틈의 바위 협곡으로 아찔할 만큼 급류가 흐른다. 협곡 중간에 강폭이 30m로 좁아지는 지점이 호도협이다. 화살을 맞고 사냥꾼에 쫓기던 호랑이가 강을 건너뛰었다는 전설이 있다. 호도협 부근엔 11시간쯤 걸리는 트레킹 코스가 있는데 오지 탐험을 즐기는 유럽인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국내에도 서서히 알려지고 있다. 산속 민박에서 백숙을 끓여 먹으며 쏟아지는 별을 안주 삼아 한 잔 기울이면 세계관이 달라진다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리장~샹그릴라는 시원한 고산지대인데다 고도(古都)의 거리를 걸으면서 차마고도를 밟고, 티베트 분위기를 느끼고, 오지여행 기분을 맛보면서 중국 소수민족 문화를 구경할 수 있는 코스다. 새로운 곳, 남이 안 가본 곳을 찾는 사람들이 욕심낼 만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