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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남아프리카공화국 : 남아공 여행의 백미 '크루거 사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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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푸말랑가 크루거 국립공원(남아공)

아프리카 초원은 한 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약육강식이라는 자연의 법칙이 적나라하게 적용된다. 때문에 사파리여행은 단순 탐험이 아닌, 생명의 외경을 깨닫게 하는 숙연한 체험의 과정이기도 하다. 사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국립공원의 아침. 임팔라떼가 노닐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매력있는 여행지다. 장엄한 대자연의 위용과 유럽의 한 도시를 연상케 하는 세련된 풍모는 흔히 여행가들이 왜 아프리카를 '최후의 여행지'라고 일컫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깨닫게 한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역시 사파리다. 대자연을 호흡하며 생명의 외경과 생존의 자연법칙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끝간데 없이 펼쳐진 초원에는 수많은 동물이 자유롭게 뛰논다. 하지만 어둠이 찾아들면 사바나는 공포의 도가니로 바뀌고 만다. 대지 위에서 숨쉬는 생명체는 사냥꾼과 사냥감으로 분류 될 뿐, 승자와 천운이 따르는 자만이 내일의 밝은 태양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아프리카 초원에서도 이른바 '빅5' 동물의 생태를 가장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는 '동물의 왕국' 크루거 국립공원을 찾았다.


◆'남아공 관광의 하이라이트' 동물의 왕국 크루거 국립공원을 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자리한 크루거 국립공원은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케냐의 마사이마라, 보츠와나의 초베 등과 더불어 세계적 사파리여행지로 꼽힌다. 특히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1898년 개장) 국립공원으로, 동쪽으로는 모잠비크, 남동쪽으로 스와질랜드와 국경을 이룬다. 북쪽으로는 짐바브웨 국경 가까이 있는 림포포주에 이르기까지 남아공의 북동쪽 국경을 따라 길이 352㎞, 너비 65km 넓이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남한의 5분의 1 크기. 말이 국립공원이지 동물들이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커다란 야생 해방구다.


사파리는 하루 두 차례, 동물들의 활동이 왕성한 오전과 오후에 이뤄진다.

크루거 사파리 투어의 기점이 되는 도시는 남아공 음푸말랑가의 주도인 넬스프릿이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동쪽으로 358㎞ 떨어진 곳으로, 자동차로 5∼6시간, 비행기로 1시간 남짓이 걸린다.

크루거는 열대우림과 사막의 사이에 분포하는 사바나(아열대 초원) 지대다. 풍부한 먹이와 적절한 기후로 수만 종의 동물이 모여 사는 동물의 왕국인 셈이다. 이른바 아프리카의 '빅5'로 불리는 사자-표범-코끼리-코뿔소-물소(버팔로)를 비롯해 기린, 하마, 얼룩말, 하이에나, 혹멧돼지, 쿠두, 일런드 등 맹수와 대형 동물만도 20여종이 모여 산다,

크루거의 매력은 야생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 세렝게티 등이 드넓은 초원을 뛰노는 목가적 풍광을 접하는 게 일반적 사파리 패턴인데 비해, 크루거에서는 동물의 사냥 등 일상의 숨소리까지 지척에서 관찰할 수 있다. 공원 깊숙히 사설 로지가 형성돼 게임 사파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말라말라 사파리 가이드 '유리'씨.

마침 기자가 찾은 곳은 크루거에서도 생태학자들 사이 가장 인기가 있다는 말라말라(대형 영양-원주민어로 Mala Mala) 동물보호지역. 빅5는 물론 다양한 동물이 모여 서식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접근도 만만치 않다. 넬스프릿공항에서 자동차를 타고 2시간 30분을 더 사바나 숲속으로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오지 중 오지다. 공항을 벗어나 30여 분을 달려 비포장 사바나 숲길로 접어 든 뒤, 다시 오프로드를 20㎞ 이상 달려야 한다.

사파리는 새벽과 야간 하루 두 차례 진행된다. 전문 가이드가 8기통 4000cc짜리 랜드로버를 개조한 사파리 차량을 몰고 관강객을 야생의 세계로 인도한다. 레인저 드라이버는 동물의 발자국이나 배설물을 추적해 내방객을 동물 앞으로 안내한다. 특히 말라말라처럼 개인 소유 로지가 있는 사파리 안에서는 별도의 길이 없어도 동물을 포착하면 그 앞 까지 거침없이 차를 몰고 다가선다.

이런식으로 초원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동물찾기는 그래서 '게임 사파리'로도 불린다. 안내를 맡은 가이드(게임 레인저) '유리'(23)씨는 남아공 프리토리아 테크니컬 대학교에서 게임 랜치 매니지먼트를 전공한 이 분야 전문가. 짐바브웨 사파리에서 근무하다가 크루거로 자리를 옮겨 초원을 누비고 있다


음푸말랑가 크루거 국립공원(남아공)

초원을 누비는 코끼리.

◆야간 사파리에서 목격한 사바나의 맹수들

크루거에 도착한 첫날 오후 사파리에 나섰다. 해가 지고 동물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대인 오후 4∼8시 동물을 만나러 나선다. 하지만 어떤 동물을 만날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운에 맡겨야 한다. 오후 투어로 빅5를 다 만날 수도 있고, 임팔라 등 초식 동물만 보는 수도 있다.

게임 레인저 유리는 말라말라 동물보호구역내 동물의 서식처를 훤히 꿰고 있다. 맹수들의 야간 사냥은 동물이 꼬이는 물가, 초식동물들의 거주지, 출몰지에서 주로 이뤄진다. 게임 드라이빙은 동물들의 서식처를 찾거나, 동물의 배설물, 발자국을 찾아 이동경로를 추적한다.

유리는 만약을 대비해 실탄을 장착한 엽총을 운전석 앞에 두고 사바나 숲속으로 향했다.


사자가족

로지 주변에서부터 운좋게 코끼리떼를 만나는하면 스프링벅, 임팔라 등과도 마주쳤다. 숲속을 20여 분 돌아 봤을 즈음 유리가 갑자기 속삭이듯 말했다. "사자 가족이다!"

해질녘 한 무리의 사자 가족이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숫사자 한 마리와 새끼 사자 4마리. 그리고 어미 암컷 2마리 등 그야말로 초원에 소풍 나온 행복한 가족 모습에 다름없다. 사자 가족은 사파리 차량에서 비춰대는 불빛에 전혀 개의치 않고 태연한 장난과 영역 표시 등으로 저녁 나절을 보내고 있었다. 이미 이 곳에서 사냥이 금지 된지가 100년이 넘고 보니 여기서 대를 이어온 동물에게 사파리 차량은 환경의 일부가 된 셈이다.



표범에 희생되기 직전의 '임팔라'

한 참을 어린 사자의 장난을 받아주던 어미 사자의 포효를 신호로 사자 가족은 무리를 지어 느릿하게 숲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전광석화와 같은 표범의 임팔라 사냥

사자 가족을 뒤로하고 초원을 헤맸다. 우연히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비친 것은 표범 한 마리. 가이드 유리는 "운좋게 표범의 저녁 사냥을 볼 수 있게 됐다"며 흥분했다. 그는 "야간에 표범을 만나는 일도 쉽지 않거니와 사냥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면 엄청난 행운"이라고 말했다. 사람을 꺼리는 표범은 사파리에서는 보기 어렵기로 소문난 맹수다.


사냥에 나선 표범을 만났다.

유리는 급히 주변에 서치라이트를 비추기 시작했다. 50여 미터 떨어진 숲속에서 수컷 임팔라가 놀란듯 멈칫 서 있다. 표범의 오늘밤 사냥감이다.


임팔라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표범이 공격 직전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
길을 걷던 표범이 멈춰 서더니 숲속을 노려 봤다. 이후 엉거주춤 엎드린 자세로 숲속을 향해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놀란 임팔라는 온 몸이 얼어 붙었는지 감히 도망칠 생각도 못한다. 한참의 정적이 흘렀다.


임팔라를 쓰러 뜨린 표범이 목덜미를 물고 있다.

인내가 필요했다. 밤을 새울 태세다. 표범은 웅크리고, 목을 곧추세워 숲속을 바라보기를 반복했다. '저러다 밤새겠다' 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레인저 유리는 "그냥 돌아갈까?" 자꾸 물었다.

하지만 더 있어보자고 계속 기다릴 것을 요청했다. 렌즈에 생생히 담고 싶은 욕심에서 였다. 하지만 다른 일행에게도 미안해진 상황 . 그냥 포기를 했다.

차를 후진 시켜 막 빠져 나가려는 사이 믿기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임팔라의 외마디 비명이 들린 것이다. 어수선한 틈을 타 표범의 날카로운 이빨이 임팔라의 목덜미를 파고 들었다. 순식간에 그것도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각도에서 벌어진 사냥이었다.

표범은 임팔라의 숨통이 끊어질때까지 목덜미를 물고 있었고, 몸이 축 늘어지자 그제사 사방을 경계하며 포식에 나섰다.

전율과 공포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표범의 포식.

로지로 돌아가는 길, 강가에서 하마를 만났다. 하마는 보기와는 달리 포악하다. 예전 보츠와나 잠베지강에서 하마 무리가 관광객의 소형 보트에 사납게 달려드는 광경을 목격했던 터라 하마 역시 큰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유리가 욕심을 냈다. 이미 지프는 강가 길이 아닌 초지로 들어서 속도를 낼 수도 없는 처지다. 하지만 유리는 괜찮다며 다만 놀라거나 일어서지만 말라고 주의를 당부한다. 하지만 야밤에 자신의 영역을 침법한 이방인은 하마에겐 그저 물리칠 적이고 공격의 대상일 뿐이다.


강가 초지에서 만난 하마.

하마가 물을 박차고 나오는 모습이 눈앞에 보였다. 하마의 거친 숨소리가 차량 뒷편에서도 들리는 듯했다. 순간 모골이 송연했다. 다행히 하마는 차량을 멀끔히 바라보고는 풀을 뜯기만 했다. 흥분 속에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이튿날 저녁 사파리 시간. 전날 훤한 달빛 과는 달리 초원에는 음산한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달무리가 지고 초원은 칠흑으로 변해갔다. 묘하게 동물들도 소리를 죽였다. 간간히 수풀속에 임팔라가 공포에 떨고 있는 모습만 발견 될 뿐. 초원의 동물들이 자취를 감췄다.


이른 아침 숲속에서도 하이에나를 만났다. 간밤에 벌어진 사냥 전리품을 얻기 위해 초지를 쏘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유독 바삐 움직이는 게 있었다. 하이에나다. 마치 무슨 바쁜 일이라도 생겨 야근 일터를 향하는 것처럼 움직임이 분주하다. 곳곳에서 하이에나를 만날 수 있었다. 오늘밤 말라말라 초원에서 살육의 전쟁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하이에나는 잘 알고 있던 때문이다. 유리는 하이에나가 그 전과를 훔치거나 빼앗기위해 이곳저곳 맹수들의 사냥터 주변을 물색하고 다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음푸말랑가 크루거 국립공원(남아공)

오전 사파리는 이른 아침에 이뤄진다.
◆아침에 만난 초식 동물들

이른 새벽 눈이 떠졌다. 아직 밖은 어둡다. 아침 5시 30분 동이 터오르자 로지 주변의 사위도 밝아왔다. 아침 사파리를 위해 로지밖을 나오며 수영장 인근 잔디밭에 큼지막한 코끼리 배설물 무더기를 보았다. 밤사이 코끼리가 로지 옆까지 다녀 간 것이다. 간밤에 목격한 표범의 전광석화와도 같은 사냥 모습에 이제는 사주경계가 뇌리 속에 박힌 터라 바짝 긴장이 됐다.

새벽 사파리에 참여하려면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아프리카는 우리와는 정 반대 기후로 지금이 가을이다, 때문에 새벽엔 춥다. 두터운 점퍼 차림에 담요가 준비된 사파리 차에 몸을 싣는다. 여명이 움터오자 랜드로버가 묵직한 엔진소리를 내며 초원의 적막을 가른다.


밤새 무사했던 임팔라 가족.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절실한 곳이 바로 사바나다. 여명에 만난 가녀린 모습의 임팔라 가족이 너무도 애처러워 보였다. 이들의 처지를 아프리카 사바나에 사는 작은 초식동물의 숙명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인간이 도와줄 재간도 없다. 저처럼 예쁘고 순한 임팔라가 오늘밤에는 또 어떤 맹수의 습격 속에 처하게 될지…저만큼 자란 것만도 신통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이침 잠에 취해 있는 코뿔소 가족.
동물보호지역에 아담하게 닦아 놓은 경비행기용 활주로에 코뿔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잠에 흠뻑 취해 있는 놈, 막 잠에 깨서 고개를 들고 두리번 거리는 녀석, 갖가지다. 하지만 표정은 온순해 보였다. 낮시간 데워진 아스팔트 활주로의 온기가 아까운 듯 느긋하게 배를 깔고 누워 따뜻한 밤을 보낸 터였기 때문이다. 크루거의 초원에서 제왕급 동물이 누리는 온돌 취침 이었으리라.


버팔로와 공생하는 새.

숲속에서 아침 식사를 즐기는 버팔로 떼도 만났다. 무리의 우두머리는 사파리 차를 만나도 물러섬 없이 길을 비켜 주지 않는다. 무리에 위엄을 보이는것이다.

코끼리떼는 어쩌면 사파리에서 가장 흔한 모습이다. 코끼리는 평온해 보이지만 무서운 놈이다. 성미도 대단하다. 그래서 조심해야 할 경계의 대상이다. 먹어치우는 양도 엄청나다. 6톤짜리 어른 코끼리는 하루 300kg을 먹고, 150kg의 배설물을 남긴다. 사파리 루트 곳곳이 코끼리 배설물로 가득하다. 이들이 휩쓸고 간 숲은 초토화가 된다. 그래서 코끼리는 초원의 환경파괴자에 다름없다.


초지의 얼룩말

▶말라말라 로지

'게임 리저브'(동물관찰을 위한 보호지역)라 불리는 사파리공원은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 있다. 세렝게티, 마사이마라, 오카방고 델타, 응고롱고로, 초베 국립공원 등등. 크루거는 이에 비해 규모는 작아도 아프리카의 관문인 요하네스버그에서 가깝고 세계 최고급의 사파리 로지들로 명성이 높은 편이다.


말라말라 로지
그중 말라말라 리조트는 세계적 명성으로 고급 사파리 로지의 대명사격으로 통한다.

아프리카 풍의 로지에서는 숙식과 사파리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야외 수영장, 짐, 레스토랑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음푸말랑가 크루거 국립공원(남아공)

아침 식사 중인 기린.

◆여행메모


▶가는 길=남부아프리카 여행의 중심은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다. 이곳을 통해 아프리카 전역으로 항공편이 연결된다. 한국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등을 타고 홍콩을 경유해 남아프리카항공편으로 요하네스버그로 향하는 게 일반적이다. (인천~홍콩 3시간30분, 홍콩~요하네스버그 13시간 10분 소요)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로 적립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항공 서울사무소 (02)775-4697

▶여행 상품=◇아프리카 전문 여행사인 인터아프리카(www.interafrica.co.kr 02-775-7756 )에서는 두 가지 타입의 남아공 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크루거 2박(말라말라 로지 2인 1실)+케이프타운 3박(테이블베이호텔 기준) 등 총 8일 599만원 ◇크루거 2박(카파마리버로지)+케이프타운(3박)+ 빅토리아폭포(1박) 등 총 9일 499만원.

남아공은 남반구에 위치한 탓에 기후가 서울과는 정반대다. 지금이 가을철이고, 사바나 사파리 여행의 최대 성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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