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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에티오피아 : 아프리카 하늘 가장 가까이에서 자유를 즐기는 작은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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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안 늑대들

에티오피안 늑대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있는 해발 4000m 높이의 사네티 고원에서 사냥감인 두더지를 찾아 주변을 살피고 있다. 늑대는 땅을 파고 순식간에 두더지를 낚아챈다고 한다.
에티오피안 늑대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있는 해발 4000m 높이의 사네티 고원에서 사냥감인 두더지를 찾아 주변을 살피고 있다. 늑대는 땅을 파고 순식간에 두더지를 낚아챈다고 한다. / 케이채 제공

아프리카라는 네 글자 앞에 떠오르는 많은 야생동물이 있다. 정글의 왕 사자를 비롯해 표범이나 치타 같은 화려한 녀석들부터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기린이나 얼룩말까지…. 드넓은 초원에 펼쳐진 이 야생동물들의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아프리카를 동경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아프리카 땅에 '늑대'가 살고 있다. 아프리카와 늑대라고 하면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이 사실인데 어찌된 일일까? 고작 500마리도 안 되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는 늑대들이 사는 곳. 바로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땅, 에티오피아다.

에티오피아는 이웃 이집트처럼 아프리카이면서 아프리카답지 않은 부분이 많은 나라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의 흔적 중 하나라 여겨지는 루시(Lucy)의 흔적이 남은 곳이자 기독교를 아주 일찍 받아들여 자신들만의 정교로서 발전시켜 온 나라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모든 나라 중 유일하게 서양의 통치를 받지 않았던 나라로서 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왼쪽으로는 수단, 아래로는 케냐가 자리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땅은 문화적으로도 독특하다. 북쪽으로는 랄리벨라(Lalibela)와 곤도르(Gon dor) 등 그들의 오래된 기독교 정교에서 비롯된 성지들이 가득하고, 남쪽으로는 아프리카 전역의 부족들을 통틀어서 특별한 문화와 복장을 갖춘 부족들이 오모 밸리(Omo Valley)라 불리는 계곡 지대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곳들은 에티오피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가장 찾고 싶어 하는 장소다.

하지만 아프리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야생동물을 목격함에 있어서는 주변국에 비해 조금은 초라한 게 사실이다. 국립공원 몇 곳이 있고 대부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지만, 아래 나라인 케냐나 탄자니아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야생동물의 종류나 숫자에서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러기에 에티오피아에 오직 사파리를 보기 위해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에티오피아가 야생동물 애호가에게 관심을 받는 하나의 이유가 에티오피아의 남동쪽 베일 산맥(Bale Mountains)에 자리하고 있으니 바로 에티오피안 늑대(Ethiopian Wolf)다.

에티오피아 베일 산맥에 있는 사네티 고원에 석양이 지고 있다. 아프리카지만 고도가 높아 밤에는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진다.
에티오피아 베일 산맥에 있는 사네티 고원에 석양이 지고 있다. 아프리카지만 고도가 높아 밤에는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진다.
베일 산맥은 유독 고산지대가 많은 에티오피아에서도 특히나 높은 지역이어서 날씨가 선선하다 못해 추울 정도다. 아프리카 하면 뜨거운 더위를 생각하지만 베일 산 위에서의 밤 기온은 영하를 넘나들기 일쑤고 가끔은 눈이 내리기도 한다. 이런 험준한 베일 산맥에서도 가장 높은 지역인 사네티 고원(Sanetti Plateau)은 해발 4000m가 넘으며, 이곳에는 에티오피아에서 둘째로 높은 산인 바투 산(Mount Batu·4307m)이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험준한 환경이 바로 에티오피안 늑대들이 집으로 삼은 곳이다.

워낙 고산지대라 인적이 닿기조차 힘든 곳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베일 산맥은 국립공원으로 관리가 잘되어 있고 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차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차가 닿을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장소 중 한 곳이다. 이 지역의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오로모(Oromo) 부족을 실은 버스가 지나다니기도 하는 도로를 따라 사네티 고원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수 있다. 두 발로 이 지역을 탐험하고 싶다면 트레킹 또한 가능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서 살아온 부족민들이 여전히 이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소를 몰고 이동하는 그들의 모습 또한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이쯤되면 이렇게 사람들도 살고 있는데 어찌 늑대들이 이곳에서 살고 있는지 의아해질 수도 있다.

물론 늑대들은 사람을 경계하고, 사람이 조금만 가까이 다가온다고 느껴지면 금세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사자 등의 대부분 아프리카 야생동물과 달리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는 데다, 털 색깔과 이 지역의 자연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보호색 역할을 해준다. 너무나 척박한 땅이지만 그들이 채식주의자인 것은 당연히 아니다. 이 고원에는 여러 설치류가 살고 있는데, 특히 다양한 종류의 두더지가 땅속에서 서식하고 있다. 땅을 파고 이들을 순식간에 낚아채는 것이 늑대들의 사냥법이다. 주로 이른 아침과 해 질 무렵 두 번 정도 사냥을 한다. 이때가 그들이 집을 나서 배회하는 때다. 늑대를 만날 확률이 높은 시간대이다.

사람들의 주거 지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그들이 기르는 개에게서 전염되는 광견병이 늑대의 삶을 가장 위협한다. 얼마 남지 않은 늑대의 개체 수를 보존하고자 에티오피아 정부는 물론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멸종 위기인 많은 동물이 그렇듯 쉽지 않은 싸움이다. 언젠가 이 늑대들은 베일 산 위에서 더 이상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너무 늦지 않게 그들을 한번 만나 보기를 바란다. 아프리카의 '빅 5'로 불리는 거대한 동물들의 위압감은 갖추지 못했더라도, 이 작은 늑대들은 분명 당신을 사로잡을 테니까.

[그래픽] 사네티 고원
베일 산맥 가는 길

에티오피아항공에서 홍콩을 경유해 수도 아디스아바바로 가는 비행 편이 서울에서 출발한다. 태국을 경유해 가는 방법도 있다. 아디스아바바에서 국내선을 타고 로베(Robe)로 날아가면 베일 산맥 코앞에 닿게 된다.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는데 12시간 정도 걸린다.

에티오피안 늑대를 보는 법

딩쇼(Dingsho)라는 마을에 베일 국립공원 사무소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입장권을 구매한다. 또한 이곳에서 베일 산맥에서 할 수 있는 트레킹 등을 예약할 수도 있고 가이드를 찾을 수도 있다. 그 외에는 영국에서 운영하는 늑대 보호 단체인 EWCP에서 늑대들을 만날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투어 수익은 모두 늑대들을 위해 쓰인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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