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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벨기에

벨기에 : 손으로 흥한 앤트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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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거인 안티고온은 강 주변에 터를 잡고, 주변을 지나다니는 배들을 위협해 돈을 뜯어냈다. 만약 돈을 내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손을 잘라 버리는 악행을 저지르며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늘 그렇듯이 어디선가 영웅이 나타났다. 실비우스 브라보라는 영웅은 마침내 거인을 죽이고 손을 잘라서 강에 던져버려 암흑 같던 거인의 지배를 끝내 버렸다. 핸드워프(Hantwerp)는 '손 던지기'라는 뜻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이름은 벨기에 플랜더스에서 가장 예술적인 도시로 알려진 앤트워프(Antwerp)라는 이름이 되었다. 

'잘려진 손'은 평화롭고 안전한 앤트워프를 상징한다. 앤트워프 중앙 광장에 세워진 동상의 주인공이 잘린 손을 던지는 이유인 동시에 머그잔, 모자, 마그네틱 같은 기념품에서 벽화, 티셔츠, 심지어 비스킷과 초콜릿에 이르기까지 이 도시 곳곳에서 잘린 손을 만나도 놀라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름의 유래 때문인지 앤트워프는 유독 손을 많이 쓰는 예술가와 장인을 다수 배출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중세 바로크 미술의 거장 루벤스다. 앤트워프는 대놓고 자기 도시를 '루벤스의 도시'라고 자랑하고 있을 정도로 이 거장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높다. 손 덕분에 앤트워프에서 번성한 것이 또 있다. 바로 다이아몬드. 지난 500년간 전 세계 다이아몬드 거래는 앤트워프를 통하지 않으면 불가능할 정도였고, 지금도 세계에서 유통되는 다이아몬드의 80%가 앤트워프에서 이루어진다. 앤트워프에 최근 문을 연 다이아몬드 박물관 DIVA에 가면 다이아몬드에 관심이 없거나 몰랐던 사람도 이 화려한 보석에 매료된다. 

유럽과 미국 패션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패션계 명사 목록에도 앤트워프 출신이 많다. 그 출발은 '앤트워프 식스(Antwerp Six)'로 불리는 디자이너 6명이었다. 앤트워프 식스 덕분에 앤트워프에도 일명 패션 워크로 불리는 거리가 있다. 이미 유명해진 앤트워프 출신 디자이너들의 매장도 있고 이제 패션 학교를 졸업한 신인 디자이너들도 계속 진출하고 있어 최신 유행과 신선함이 공존하는 곳이다. 

무엇보다 앤트워프에서 손의 위대함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건축이다. 철도계의 대성당으로 불리는 앤트워프 중앙역은 그 자체가 여행 목적지가 될 만큼 이곳을 구경하기 위해 멀리서 일부러 오는 여행객들이 넘쳐날 정도다. 중앙역과 함께 앤트워프를 상징하는 두 개의 독특한 건축이 있으니 외관이 독특한 MAS 건물과 앤트워프 항만청이다. MAS에 가게 된다면 꼭 야외 옥상에 올라가 이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감상해 보시라. 

앤트워프 강가에는 이제 돈을 뜯어내던 거인과 그의 손을 잘랐던 영웅은 볼 수 없다. 대신 거대한 다이아몬드를 품고 있는 앤트워프 항만청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항을 이용하는 수많은 배들은 거인 대신 항만청에 정식으로 이용료를 내야 하며, 혹시라도 배와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면 항만청이 손봐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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