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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일본

일본 가고시마 : 까만 모래에 '쏘옥' 色다른 온천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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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관광청 선정 J루트 中 온천 3選_가고시마 온천·찜질 여행

"가고 싶다, 가고시마"

일본 주요 4개 열도 최남단인 규슈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가고시마현(鹿兒島縣). 온천 왕국으로 이름난 이 지역의 한국어 관광 캐치프레이즈는 '가고 싶다 가고시마'다. 화산 때문에 지열이 뜨거운 가고시마현은 원천(源泉) 수에서 일본 43개 현 중 2위, 총 용출량으로는 3위인 온천왕국이다. 가고시마현의 온천 세 곳을 다녀왔다. 일본관광청이 최근 선정한 J 루트(J Route) 24곳 중 하나로 꼽힌 이부스키(指宿) 검은모래찜질 온천, 바다 풍경이 일품인 류진(龍神) 노천온천, 총 길이 60m로 일본 최장인데다 무료라는 미덕까지 있는 사쿠라지마(櫻島) 족욕탕이다.

긴코만 새벽 정기를 받는다. 유카타를 입고 들어가는 혼탕이다. 류진 노천온천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유카타(浴衣·욕의)를 입은 여인이 누워 있다. 살포시 덮은 귀밑머리 옆으로 한 줄기 땀이 흐른다. 그녀도 감았던 눈을 뜬다. 우연히 마주친 시선. 검은 모래를 이불처럼 목 밑까지 덮은 그녀가 계면쩍게 웃는다. 순간 철썩, 파도 소리가 정적을 깬다. 이곳은 이부스키 검은모래찜질 온천회관 사라쿠(砂樂). 가고시마현이 "세계 유일의 천연 모래찜질 온천"으로 자랑하는 명소다. 화산이 해안가 모래사장 밑 온천을 덥히고, 그 열로 모래까지 뜨거워진다고 했다.

사라쿠(砂樂)를 직역하면 "모래의 즐거움"이겠지만, 가고시마 방언으로는 "산책하다"는 뜻이다. 햇볕 좋은 여름이면 직접 야외 모래사장을 거닐다가 내키는 곳에서 모래를 파고 즐긴다. 하지만 요즘처럼 쌀쌀한 겨울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약식으로 지붕을 덮은 해변 전천후 찜질 장에서 '마법의 모래'를 체험한다.

체질에 따라 다르지만, 이곳에서 추천하는 1회 찜질 시간은 대략 15분가량이다. 매니저 격인 후쿠나가(福氷)씨는 "가끔 사우나에 강한 한국 사람들이 너무 오래 참는 경우가 있는데, 자칫 피부가 델 수도 있다"고 했다.

흰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검은모래찜질을 즐긴다. 5분 만에 온몸의 땀구멍에서 솟구치는 땀.
사라쿠 회관 건물 2층에는 1894년에 찍은 이곳 풍경 사진 한 장이 전시돼 있다. 의사도 없고 약도 귀했던 시절, 만병통치로 이름나 전국에서 몰려든 환자들이 모래찜질을 하고 있는 풍경이다.

만병통치까지야 과장이겠지만, 탕치(湯治)의 효험은 이름났다. 가고시마대학 의학부 다나카 교수팀의 보증서가 사라쿠회관 팸플릿에 들어 있다. "혈액순환 촉진 효과가 일반 온천의 3~4배"라는 것. 이용 요금도 저렴한 편. 성인 900엔(찜질+온천). 초등생 이하 500엔. 수건 대여비 100엔. 한국어 안내전단도 준비되어 있다. (0993)23-3900

이부스키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을 달리면 다시 가고시마 현청이 있는 도심이 나온다. 이곳 가고시마 본항에서 페리를 타고 15분이면 울릉도 만한 섬 사쿠라지마에 도착한다. 일본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사쿠라지마 섬의 명물은 후루사토 관광호텔의 노천온천 류진(龍神). 사쿠라지마 섬의 최남단으로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긴코만(錦江灣) 전망이 한 눈에 들어온다.

신쇼치야 냄비우동. / 흑돼지 샤부샤부.

말 그대로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따뜻한 온천물에 온몸을 담근 채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일품이다. 1755년 석가탄신일(음력 5월 8일)에 발견돼 '부처님 온천'이라는 별명도 붙어 있다. 온천욕을 즐긴 시간은 일출 무렵이었는데, 가득한 구름 위로 수줍은 광휘가 솟구쳤다. 휘황했다. 투숙객 무료. 비투숙객 1050엔. (099)221-3111

사쿠라지마에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무료 족탕(足湯)이 있다. 길이는 60m. 페리 항구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하는 요간(溶岩) 나기사 공원에 있는 노천 족욕탕이다. 무료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나무로 만든 의자도 편안하고, 전망도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공원 입구에 사쿠라지마 특산인 미니 감귤 무인판매대가 있다. 한 봉지 100엔. 달고 시원한 감귤을 먹으며 족탕을 즐긴다. 저 멀리 섬 중앙 미나미다케 산에서 뭉게뭉게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안전하다지만, 역시 활화산 섬으로 이름난 사쿠라지마다. 온천의 열기 때문이었을까, 긴장 때문이었을까. 등줄기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여행수첩

●환율: 100엔=1356원(25일 현재)

대한항공이 인천-가고시마 직항을 정기운행한다. 수, 금, 일요일 주 3회. 1시간 30분 소요.

J-Route: 'Joyful Journey in Japan Route'의 약어. 2011년 일본관광청의 캠페인 주제다. 호기심과 열정, 여유라는 주제로 일본을 색다르게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24가지 제안. 그 중 이부스키 검은모래 찜질온천은 11번째 제안이다. 단순히 장소뿐만 아니라 도쿄 클럽문화 즐기기, 하코다테 크리스마스 야경 등이 포함되어 있다. 24가지 개별 제안은 www.jroute.or.kr  참조.

가고시마 향토요리 중 대표적인 것은 흑돼지 샤부샤부. 돼지고기 샤부샤부가 가능한가 싶지만, 잡냄새가 나지 않고 생각보다 깔끔한 맛이었다. 도심의 사쓰마지(さつま路) 레스토랑을 추천한다. 이 장소에서만 52년 된 터줏대감이다. 이 집 총무부장인 가네마루 도시히코(金丸俊彦)씨는 "가고시마 특산인 고구마와 술지게미를 먹여 키운 흙돼지"라고 했다. 점심 특선 샤부샤부 1인분 2100엔. (099)226-0525. www.satumaji.co.jp  

가고시마는 아니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우동집도 한 곳 추천한다. 인근 미야자키현 공항 근처에 있는 산쇼차야(山椒茶屋)다. 농부인 사장이 자신의 밭에서 키운 메밀과 보리로 면을 만든다고 했다. 어묵과 계란, 표고버섯, 닭고기 등의 고명을 얹은 냄비우동은 850엔, 기본 가케우동 가격은 460엔. 국물 맛이 깊다. (0985)56-8080. www.sanshochaya.jp  

산큐패스: 가고시마뿐만 아니라 규슈를 자유여행할 때 유익한 교통패스가 있다. 고속버스와 시내버스 등 모든 대중교통 버스와 일부 선박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산큐(SUNQ) 패스다. 규슈 전역 3일 1만엔. 판매처는 홈페이지(www.sunqpass.jp/hangeul ) 참조. 한글 서비스가 잘돼 있다.

가고시마 페리: 사쿠라지마로 들어가는 페리는 시에서 24시간 운행한다. 낮에는 10~15분에 한 대, 심야에는 한 시간에 한 대꼴이다. 성인 150엔. 차량도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차량 크기에 따라 820엔부터.

류진노천온천이 있는 후루사토 관광호텔에 묵었다. 2인 1실의 경우 평일 1인당 1만3800엔부터. 저녁식사와 아침식사가 포함된 가격이다. 세련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운치있고 정겨운 서비스가 인상적이다. 한국어 팸플릿을 비치하고 있다. (099)221-3111 www.furukan.co.jp

가고시마현 관광안내: 식당, 숙소, 테마별 관광 등 한국어 번역 서비스가 친절한 편. www.kagoshima-kankou.c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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