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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캐나다

캐나다 : 청량한 가을 하늘이 그대로 호수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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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가리발디 호수가을의 자연 치고 우아하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들겠지만, 캐나다 휘슬러 가리발디 호수의 10월은 각별하다. 해발 1472m에 우뚝 솟은 완벽한 터키색의 향연. 주말매거진+2가 선택한 '세계의 트레킹' 4편은 캐나다가 자랑하는 자연의 신비다. 오랫동안 차갑게 얼어 있던 얼음의 땅을, 뒤늦게 폭발한 화산이 녹여 빚어낸 이 하늘 아래 빙하호는, 북미 가을의 쪽빛 하늘과 맞물려 황홀한 블루의 기품을 완성한다. 바위까지 초록인 산(일본 야쿠시마), 태평양을 보며 걷는 16시간(미국 하와이), 알프스 초콜릿·치즈 트레킹(스위스)에 이어 하늘 아래 호수를 향해 걷는 길. 캐나다 가리발디 호수 트레킹이다.

터키색으로 자신을 덮은 가리발디 호 수. 전함을 닮은 작은 섬(Battleship Island)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건넌다. 해발 1472m에 우뚝 솟은 호수가 위풍 당당하다. / 영상미디어 이경호 기자 ho@chosun.com
황홀한 블루는 느닷없이 나타났다. 5시간의 산행 뒤에 나타난 마지막 산등성이. 해발 2000m가 넘는 파노라마 리지(Panorama Ridge)에 오르자, 지금까지 막혀 있던 시야는 거칠 것이 없었다. 여의도 면적 4분의 1에 가까운 1.94㎢(58만6850평)의 가리발디(Garibaldi)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19세기 이탈리아 장군 가리발디의 이름을 딴 이 빙하 호수는 이탈리아 통일의 3대 영웅으로 칭송받았던 장군만큼이나 자태가 늠름하다. 동해의 쪽빛 바다에 살짝 우유를 섞은 듯한 매혹적인 블루로 자신을 완벽하게 덮었다.

과학은 1만년 전 이곳 빙하가 화산 폭발과 만나 깎여나간 미세한 암석 부스러기(岩粉·Glacier flour)들이 물 속에서 햇빛과 만나 빚어내는 현상이라고 담담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그런 건조한 설명은 지구 반대편에서 10시간을 날아온 여행자의 들뜬 판타지를 갉아먹을 뿐. '지금' '이곳' 파노라마 리지 하늘에는 캐나다 쪽빛 가을의 투명한 공기와 만난 빛의 미립자가 푸르게 떠다니고, 저 아래 설악산 정상보다 조금 낮은 높이의 호수에는 푸른 빙하의 미립자가 물고기처럼 헤엄치고 있다. 15㎞를 걸어 올라온 육체는 젖은 솜처럼 피곤하지만, 마음과 정신은 놀라울 만큼 맑다.

5시간 전으로 시계를 돌린다. 아침 8시 30분에 호수 등산로 입구에서 출발해 다섯 시간 동안 지속된 산행은 캐나다의 자연을 배우는 시간. 특히 위풍당당 그 자체인 더글라스 전나무(Douglas fir)와 교감을 나누는 산행이기도 하다. 북미 서해안의 온난한 해양성 기후와 산악 지형이 만난 밴쿠버 주변에는 잘 자라면 75m까지 뻗어나가는 잘생긴 전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길게는 1000년을 살고, 바늘처럼 생긴 잎이 한 그루당 무려 6000만 개에 이른다는 녀석들이다. 옹이가 거의 없고 단단해서 캐나다 원주민들은 집을 지을 때도 창을 만들 때도 썼다지만, 등산을 함께 했던 산악가이드 이종인(24)씨는 "캐나다 사람들을 닮아 허우대는 멀쩡한데 다리가 부실하다"고 농담이다. "뿌리가 허약해 바람만 불어도 휘청대고, 조금 심하게 불면 쓰러지는 놈들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길 옆으로 쓰러진 더글라스 전나무가 어렵지 않게 보였다. 처음에는 치우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캐나다는 그 쓰러진 나무조차도 이 숲 생태계의 일부로 여기고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다.

기능적으로 보더라도 가리발디 호수 트레킹은 매력적이다. 우선 가리발디 호수는 밴쿠버에서 북쪽으로 1시간 10분 거리다. 캐나다 아웃도어의 수도로 불리는 휘슬러(Whistler)에서는 남쪽으로 20여분에 불과한 거리다. 이날 주말매거진+2의 선택은 왕복 30㎞에 11시간의 산행이었지만, 지름길을 선택하면 왕복 6시간 코스로도 터키색 가리발디 호수를 만날 수 있다. 북한산을 종주할 수 있는 체력이면 누구든 가능하다. 10월, 이달 말까지가 하이킹 적기. 11월이 넘어가면 내리는 눈 양에 따라 '스노우 슈(雪皮) 하이킹'을 고려해야 한다.

캐나다 가리발디 호수 여행수첩

●환율: 1캐나다달러=1103원(10월5일 현재)

●항공편: 밴쿠버까지 대한항공은 주 5회, 캐나다 항공(Air Canada)는 매일 운항. 비수기인 10월에는 왕복 70~80만원대 할인항공권을 구할 수 있다. 밴쿠버는 4만5000명 가량의 한국인이 살고 있는 캐나다 제3의 도시다.

●렌터카: 가장 편한 교통수단은 렌터카다. 엔터프라이즈(www.enterprise.com/car_rental/home.do)에서는 주말(금~월) 하루 9.99캐나다달러부터 시작하는 비수기 특별 이벤트를 시행중이다. 밴쿠버에서는 세 개 지점이 참여 중.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3박4일간 도요타 야리스를 빌리면 세금 포함 48.82캐나다 달러에 이용할 수 있다(보험 별도). 가리발디 호수 등산로는 밴쿠버에서 99번 고속도로로 진입한 뒤 휘슬러 방향으로 약 1시간 정도 달리면 표지판이 나타난다. www.env.gov.bc.ca/bcparks/explore/parkpgs/garibaldi.html

●밴쿠버 3락: 자전거 대여점은 덴만 거리(Denman street)에 몰려 있다. 스탠리파크 사이클(604-688-0087)에서는 1시간 5캐나다달러, 반나절(3~5시간) 15캐나다달러에 빌려준다. 그랜빌아일랜드 정보는 www.granvilleisland.com, (604)666-5784. 그라우스 그라인드에는 곤돌라도 있다. 올라갈 땐 자신의 두 다리를 이용하더라도 내려올 때는 곤돌라를 탈 수 있다는 것. 10캐나다달러.

●숙박: 가리발디 호수 인근 휘슬러 지역은 콘도형 호텔이 많다. 오븐과 조리기구가 있어 직접 방에서 취사가 가능하다. 웨스틴 리조트 & 스파(604-905-5000)은 199캐나다달러부터.

●문의: 캐나다 BC(브리티시 컬럼비아)주 관광청 서울사무소 (02)777-1977. 서울 서소문동에 있는 관광청을 방문하면 하이킹 가이드와 밴쿠버 가이드북을 무료로 준다. 인터넷 홈페이지(www.HelloBC.co.kr)에서도 같은 내용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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