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만드는 아티스트 정화, 베를린을 읽어내다

거리의 언어 예술, 그라피티 

베를린에 처음 온 사람들은 누구나 길거리 벽에 그려진 그라피티에 놀라곤 한다. ‘누가 다 그렸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그라피티는 정교한 힙합 스타일의 그림에서부터 동화책의 한 페이지 같은 귀여운 이미지까지, 그 종류가 실로 다양하고 방대하다. 지하철역이나 광장 등의 공공 미술로 완성된 예술가의 그라피티도 있지만, 이름 없는 길거리 예술가들의 불법 그라피티도 볼 수 있다. 정부에서 불법 그라피티를 지우느라 엄청난 정부 예산을 쓸 정도다. 불법 그라피티를 그리다가 적발되면 1제곱미터당 100유로가 넘는 벌금을 부과하지만, 베를린의 스프레이숍은 여전히 높은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고… 경찰의 감시를 피해 스프레이 통을 들고 자신들의 메시지를, 힘을, 감각을 표현하는 거리 예술가들의 파워가 힘차게 베를린을 누빈다. 크로이츠베르크의 한 그라피티에는 “이것도 예술이다”라고 당당히 쓰여 있다. 그 말처럼 이곳 독일에서 그라피티는 벽에 그려진 단순한 낙서가 아닌 하나의 거리 예술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신도시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지어지고 있는 자비니플라츠Savignyplatz 역 안의 그라피티는 베를린에서 멋진 그라피티로 손꼽힌다. 원래 홍등가였던 이곳을 철거하고 문화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 새롭게 꾸미는 이곳은 역 이름을 벨트바움 갤러리라고 지었을 만큼 수준 높은 예술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무너진 베를린 장벽, 아직도 일부 남아 있는 동베를린의 기다란 장벽 위에도 그라피티가 가득 채워져 있다. 하늘을 나는 새들, 어린이들이 맞잡은 손, 울고 있는 인간들의 얼굴들 위에 이곳을 지나간 수많은 독일 사람, 그리고 관광객들의 메지지가 덧붙여져 마치 통일 박물관 같다. 거리의 소박한 예술에서 출발한 그라피티가 역사적 의미를 가진 아트로 거듭난 것이다.


독일의 언더그라운드 그라피티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사이트
www.km4042.de
독일 그라피티의 역사와 관련 프로젝트들을 볼 수 있고, 그라피티 방식으로 만든 가방과 문구, 아트북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사이트. 직접 개발한 컴퓨터용 그라피티 폰트도 다운 받을 수 있다.
streetfiles.org 
베를린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그라피티를 두루 살펴볼수 있는 갤러리 형식의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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