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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독일

독일 코부르크 : 작지만 단단하다, 유럽 왕가의 뿌리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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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중부 소도시 '코부르크'

독일 남부 소도시 코부르크 중심에 있는 마르크트광장. 이곳의 여러 노천카페 중 한 곳에 앉아 커피나 맥주를 홀짝이다 보면 ‘여기가 진짜 유럽이구나’란 생각이 든다.
독일 남부 소도시 코부르크 중심에 있는 마르크트광장. 이곳의 여러 노천카페 중 한 곳에 앉아 커피나 맥주를 홀짝이다 보면 ‘여기가 진짜 유럽이구나’란 생각이 든다.

코부르크(Coburg)는 독일 바바리아주(州)에 있는 소도시. 작지만 유럽 정치·외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1894년 이 도시에서 열린 한 행사에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과 나중에 에드워드 7세가 된 빅토리아의 아들 에드워드, 독일 카이저 빌헬름 2세, 러시아 차르 니콜라이가 함께 모였다. 이 도시가 뭐길래 당시 유럽을 쥐락펴락하던 중요 인사들을 불러낸 걸까.

◇작지만 당당한 유럽 왕가의 '고향'

코부르크는 독일 중부에 있었던 작은 공국(公國) 작센코부르크고타(Sachsen-Coburg und Gotha)의 수도다. 이 공국을 다스린 작센코부르크고타 왕가(王家)는 전략적 혹은 정략적 결혼을 통해 유럽 여러 왕가와 인연을 맺었고, 이를 통해 영국과 벨기에, 포르투갈, 불가리아에서 왕을 배출했다.

벨기에는 레오폴드 1세(1830~1865년)부터 현재 국왕인 알베르 2세까지 작센코부르크고타 출신이다. 레오폴드 1세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외삼촌. 레오폴드는 자신의 친조카인 알베르트 작센코부르고타 왕자를 당시 공주였던 빅토리아에게 소개했다. 둘은 곧 결혼했다. 그리하여 이들의 아들인 에드워드 7세와 손자인 조지 5세까지도 작센코부르크고타라는 성을 썼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영국에서 반(反)독일 감정이 생기자 왕가 이름을 윈저(Winsor)로 바꾸어 오늘날 엘리자베스 2세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역사 덕분일까, 코부르크에 들어서면 탄탄하단 느낌을 받는다. 도시 규모는 작지만 그 안의 건물들은 왜소하지 않고 반듯하다. 2차 세계대전 때도 연합군의 폭격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이 덕분에 시청사나 성곽, 도시 출입구인 시계탑루(樓) 따위 주요 건물들이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독일치고는 기후도 온화한 편이고, 주변 자연경관도 수려하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도 똑같이 느꼈나 보다. 결혼 후 여섯 번이나 '시집'인 코부르크를 찾았고, "만약 내가 영국의 여왕이 아니라면 이곳을 나의 고향으로 삼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코부르크 명물 소시지 ‘코부르거 브라트부르스트’.
코부르크 명물 소시지 ‘코부르거 브라트부르스트’.

◇아기자기한 볼거리·먹을거리 가득

코부르크는 하루 정도 둘러보면 알맞은 크기의 도시다. 무엇을 반드시 봐야 할 것은 없다. 그냥 걷기만 해도 즐겁다. 시작은 '마르크트 광장(Markt Platz)'이 좋겠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광장 주변으로 알록달록 화려하게 칠하고 장식한 2개의 시청 건물(Rathaus·Stadthaus), 카페와 레스토랑이 모여 있다. 수요일과 토요일마다 장이 서니, 맞춰 가면 좋겠다.

명물 먹을거리 '코부르거 브라트부르스트(Coburger Bratwurst)' 소시지를 파는 트럭도 있다. 코부르크 사람들은 "솔방울에 불을 붙여 여기에 구워야 제대로 된 코부르거 브라트부르스트"라고 했다. 트럭에서도 솔방울로 굽는다. 소시지에서 떨어진 기름이 불길에 타면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향기롭다. 소시지 하나에 2유로, 들고 먹으라고 동그란 롤빵에 끼워준다. 한입 깨물면 '오독' 터지면서 육즙이 흥건하게 입안을 적신다.

마르크트 광장에서 알베르트 광장으로 가는 좁은 길에는 '주조감독관집(Munzmeister Haus)'이 있다. 1333년 그러니까 700년도 전에 지어진,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 중 하나다. 검은색으로 칠한 목재가 흰색 건물을 크고 작은 구획으로 나눈 외관은 마치 몬드리안 그림처럼 멋지다.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는 도시 외곽에 있다. '페스트 코부르크(Veste Coburg)', 즉 '코부르크 요새'는 도심을 굽어보는 언덕에 있다. 1530년에는 종교개혁을 촉발한 마르틴 루터가 그를 잡아 죽이려는 구교파들을 피해 반 년간 거주하기도 했다. 성곽 안쪽을 둘러보고 성벽에 올라가 보는 것은 무료. 하지만 루터가 잤던 방이나 왕실 사람들의 생활공간, 중세 기사들의 갑옷과 무기, 유럽 지역별 동전 컬렉션 등을 보려면 입장료 8유로를 내야 한다.

시내에 있는 왕실 거주지였던 '에렌베르크 궁(Schloss Ehrenberg)'도 볼만하다.

독일 중부 소도시 ‘코부르크’ 위치도

시계탑루 바깥에 있는 빅토리아 그릴(Victoria Grill)은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자주 찾았다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애피타이저 5~10유로, 메인요리 15~25유로쯤으로 비싼 편이다. 골덴스 크로이츠(Goldenes Kreuz)는 13세기부터 있었던 여인숙 겸 술집. 지금은 도시에서 손꼽히는 맛집이다. 음식값은 빅토리아 그릴과 비슷하다. Herrngasse 1, www.goldenes-kreuz-coburg.de

페일러(Feyler)는 1892년 개업했으니 122년 된 제과점이다. '슈맷첸(Schmatzchen)'이라고 하는 코부르크 전통 과자가 선물로 사갈 만하다. 약간 쫄깃하면서 계피향이 진하다. 250g 1봉지 4유로. Rosengasse 6-8,

헨네베르거 하우스(Henneberger Haus)는 독일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선술집 겸 식당이다. 독일식(실은 오스트리아에서 탄생했지만) 돈가스랄 수 있는 '비너슈니첼' 6.9(소)·8.5(대)유로, 독일식 김치 자우어크라우트가 딸려 나오는 '코부르거 브라트부르스트' 2개 1접시 5.9유로. Goettestrasse 3, 마르크트 광장 부근 로렐라이(Loreley)도 음식 종류나 가격은 비슷하다. Herrngasse 14.

그동안 한국인 관광객이라곤 찾지 않았을 것 같은 이 도시의 관광안내소에서 한글로 된 관광 안내 책자와 지도를 발견했을 때의 감정은 반가움보다 놀라움이었다. 선진국이란 이런 걸까. Herrngasse 4, www.coburg-tourist.de

교통
은 불편하다. 코부르크까지 가려면 렌트카가 제일 편하다. 뉘른베르크(Nurmeberg), 밤베르크(Bamberg) 등 인근 대도시에서 매일 운행하는 열차를 타고 올 수도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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