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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 사원을 한층 한층 오르는 길은 곧 '깨달음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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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사원과 프람바난 사원

야자나무 울창한 밀림 너머로 검은색의 거대한 석조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는 작은 동산 같이 보였으나 가까이 가니 거대한 돌탑이었다. 수천개의 각종 조각과 부조로 뒤덮여 있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중간에 있는 보로부두르 불교 사원이다. 수많은 탑이 모여서 된 사원은 그 전체의 모양 또한 탑의 형상을 하고 있다. 복잡하면서도 장대했다.

사원은 자바 문화의 발상지로 불교·힌두 왕조들이 번성했던 고도(古都) 족자카르타(욕야카르타)에서 42㎞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화산으로 생긴 안산암을 쌓아 올려 건축한 사원은 열대 햇살 아래 검은색으로 변색되어 있다.

인도네시아 자바 섬 중부에 있는 보로부두르 불교사원. 기단 위에 사각형과 원형 단을 쌓아 올리고 수많은 불상과 탑으로 장식한 거대한 탑 모양의 사원이다. 1000여년 동안 화산재에 묻혀 있다가 복원됐다. / 인도네시아관광청 제공

◇보로부두르 불교사원: 밀림 속 거대한 석탑

야트막한 구릉에 세운 보로부두르 사원은 녹색 들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원은 산스크리트어로 '언덕 위의 불탑'이란 뜻으로, 모두 9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맨 아래층에서 5층까지는 4각형 단(段)으로, 그 위 3층은 둥그런 단을 쌓았다. 정상에는 종(鐘) 모양의 중앙탑이 보였다. 사원은 한쪽 길이가 112m, 전체 높이는 31.5m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거대한 화산들이 둘러싸고 있는 쿠두평원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2010년 폭발한 머라삐 화산도 눈에 들어왔다.

사원은 동서남북 사방에 입구가 있고, 중앙탑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나있다. 급한 마음에 바로 중앙탑까지 한달음에 올라갔다. 하지만 사원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각층마다 있는, 사원을 한 바퀴 도는 회랑(回廊)을 돌아보아야 한다.

정상에서 다시 1층으로 내려가 동문 입구에서 시계방향으로 돌았다. 한층을 다 돌면 다시 한개 층을 올라가 역시 같은 방향으로 돌면 된다. 사원 벽에는 석가모니의 탄생과 출가, 득도(得道)에 이르는 과정을 비롯, 선재동자 등의 구도자가 깨달음을 얻어가는 내용이 양각으로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불교와 관련된 고사(故事)와 종교의식 등 불경을 바탕으로 한 내용도 있다. 일반 백성의 생활상과 풍습, 다양한 동식물 부조도 구경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부조는 모두 1460면으로, 전체 면적은 2500㎡에 이른다. 부조를 모두 연결하면 총 길이가 4㎞이고, 등장인물만 1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회랑을 걸으며 부조를 살펴보다 보니 30도를 넘나드는 아열대 기후와 적도의 따가운 햇살 아래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부처의 삶과 가르침을 표현한 부조는 속세에서 극락에 이르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순례자가 이 사원을 한층 한층 오르는 과정은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의 여정"이라는 게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다. 4개의 회랑을 모두 돌고 원형으로 쌓은 곳에 올라가자 야자림으로 덮인 평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고생 끝에 맛보는 장쾌함이다.

보로부두르 사원 꼭대기에 있는 종(鐘)모양의 탑.
3개 층으로 된 원형단에는 종(鐘) 모양의 반원형 스투파(석가모니의 사리나 유골을 모신 구조물) 72개가 원형으로 늘어서 있다. 그 안에는 성인의 신체만한 크기의 불상이 들어 있다.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사색에 잠긴 모습이다. 아래층 회랑 주변에 있는 불상을 포함하면 이 사원에는 모두 504개의 불상이 있다고 한다.

사원은 1000여년 동안 잊혀져 있었다. 불교 왕국인 샤일렌드라 왕조에 의해 8~9세기 건설되었으나 11세기경 대규모 화산 폭발과 지진으로 화산재에 묻혀 방치되어 있었다. 1814년 자바섬을 점령한 영국군에 발견된 후 수차례 복원작업을 거쳐 지금 모습을 되찾았다. 사원은 조각과 부조의 정교함과 예술적 가치 때문에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프람바난 힌두사원.
◇프람바난 힌두사원: 정교한 힌두사원의 백미

보로부두르 사원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프람바난 사원은 정교한 조각과 세련된 균형미로 자바지역 힌두 사원의 백미로 꼽힌다. 멀리서 바라보면 드넓은 평원을 배경으로 거대한 석탑들이 서 있는 모습이다. 850년쯤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16세기 발생한 화산 폭발과 지진으로 무너져 내려 200여년 동안 방치되었다. 원래는 250여개의 탑들이 건립되었으나 지금은 18개만 복원되고, 나머지는 현장에 돌무더기로 남아있다.

사원들에는 힌두교 주요 신들의 이름을 붙였다. 중앙에는 47m로 가장 높은 시바 신전이 있고, 양옆에는 브라마 신전, 비슈누 신전(높이 23m)이 자리 잡고 있다. 시바 신전은 한 변이 34m인 정사각형 모양의 기단(基壇) 위에 피라미드식으로 돌들을 쌓아올렸다.

시바 사원 안에는 중앙의 시바신을 중심으로 부인 '두르가', 코끼리 모습을 한 시바의 아들 '가네샤', 스승인 '아가스뜨야' 신상(神像)이 안치되어 있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신은 두르가. 현지에서는 '날씬한 처녀'라는 뜻의 '라라 종그랑'이라고 불린다. 이 여인을 만지면 예뻐진다는 전설 때문에 두르가상에는 시꺼먼 손때가 곳곳에 묻어 있다.

시바사원 앞에는 신들이 타고 다녔던 동물들을 모신 신전도 있다. 시바신이 타고 다녔던 것은 황소 '난디', 브라마신은 백조 '앙사', 비슈누신은 독수리 '가루다'를 이용했다고 한다. 가루다는 인도네시아 국영항공사 이름이기도 하다.

여행수첩

족자카르타로 가려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나 발리를 경유해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자카르타·발리까지는 직항이 운항한다. 자카르타·발리에서 족자카르타까지는 국내선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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