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자카르타

인도네시아는 적도의 나라다. 오전 5시면 해가 뜬다. 이 해를 보기 위해 지난달 8일(현지 시각) 오전 3시 30분, 수도 자카르타에서 400㎞ 떨어진 족자카르타(Yogjakarta) 보로부드르(Borobudur) 사원에 올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3대 불교 사원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인도네시아 현지인들도 이곳에서 해 보기를 일생 동안 소망한다. 상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며 깨달음을 얻은 뒤, 떠오르는 해를 보며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원을 오르는 길엔 가로등이 없다. 15층 건물 높이, 700개가 넘는 사원 계단을 손전등으로 하나씩 비춰가며 걷는다. 계단을 올라 보로부드르의 상징과도 같은 수백 개의 뒤집힌 종 모양 탑을 보는 순간, 걸음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주어진다. 수십 명의 사람이 자리를 잡고 앉아 해를 기다린다.

아직 해가 뜨기 전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보로부드르 사원을 아래에서 바라본 모습.
아직 해가 뜨기 전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보로부드르 사원을 아래에서 바라본 모습. 사원은 전체 면적이 1만2000㎡, 높이 약 31.5m로 쌓아올린 벽돌 수만 100만개에 달한다. / 사진작가 무하마드 이포 제공
오전 5시, 적도의 태양이 떠올랐다. '언덕 위의 거탑'이라는 이름에 맞게 전체 면적 1만2000㎡, 높이 약 31.5m인 사원의 모습은 웅장하다. 쌓아올린 벽돌 수만 100만 개에 달한다. 사원을 감싸고 있는 열대 평야와 해발고도 3000m가 넘는 8개의 고봉도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 활화산인 메라피 산까지 보인다. 이른 닭 울음소리가 나고, 어디선가 산을 태워 밭을 일구는 연기 냄새가 난다. 이 사원을 세상의 중심에 있다는 전설 속의 '수미산'이 지상에 온 거라 믿는 현지인들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보로부드르 사원이 있는 족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경주와도 같은 곳이다. '번영된 도시(족자)'와 '고요하고 평화로운(카르타)'이란 뜻을 도시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16~17세기 건설됐던 마타람 왕국의 수도로 고대 왕국의 번성한 역사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사실 보로부드르 사원은 1000년 동안 역사에서 사라졌었다. 1814년 화산재에 덮인 채 밀림에 방치돼 있는 것을 자바 전쟁 때 인도네시아에 온 영국 총독 토머스 스탠퍼드 래플스가 발견했다. 발견 당시 지반 침하와 풍화작용 등으로 붕괴 위험에 놓였다가, 유네스코 지원으로 1973년부터 84년까지 완전 해체·복원 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되찾았다. 족자카르타 불교 왕조였던 샤일랜드라 왕조가 8세기경 축조했다는 설만 있을 뿐, 누가·언제·왜·무슨 이유로 축조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사원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남았다.

가장 아름다운 힌두교 사원이라 불리는 프람바난 사원의 모습.
가장 아름다운 힌두교 사원이라 불리는 프람바난 사원의 모습.
동남아 최대 힌두교 건축물이자 가장 아름다운 힌두 사원이란 별칭을 가진 프람바난(Prambanan) 사원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이 역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850년쯤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프람바난 사원은 16세기 화산 폭발로 무너져 200년간 방치됐다가 1918년 인도네시아 정부가 복원 작업을 시작했다. 원래 1000개의 신전이 있었다고 알려지지만, 지금은 18개 신전만이 복원됐다. 돌을 쌓아 만든 신전 안에는 힌두 최고 신인 시바 신을 비롯해 각기 다른 신상이 봉안돼 있다.

현지인들은 이 사원을 '로로종그랑(아름다운 소녀)'이라고 부르는데, 사원에 얽힌 설화 때문이다. 마력(魔力)을 지닌 한 왕자가 적국의 공주를 사랑해 결혼하고자 했는데, 결혼하기 싫었던 공주는 왕자에게 하룻밤 사이 1000개의 신전을 쌓으라고 한다. 마력이 있는 왕자는 악마를 시켜 1000개의 신전을 쌓았고, 공주는 마을 사람들에게 신전 하나를 몰래 무너뜨리라고 지시한다. 다음 날 999개의 신전을 본 왕자는 공주를 석상으로 만들어 1000번째 신전을 완성한다. 현지인들은 이 신전이 북쪽에 있는 시바 요정 '두르가(Durga)' 상이며, 그녀를 만지면 예뻐진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두르가 상만 유독 까맣게 손때가 묻어 있다.

족자카르타 위치도
 어떻게 갈까

족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1시간 떨어진 곳에 있다. 보로부드르 사원, 프람바난 사원 등은 시내 중심지인 말리오보로 거리로부터 차로 약1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다. 프람바난 사원은 말리오보로 거리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한 번에 갈 수 있다. 현지 인력거인 ‘베차(Becak)’, 말 마차 등도 흥정만 잘하면 비싸지 않은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보로부드르 사원의 일출을 보기 위해선 새벽에 버스를 운행하는 현지 여행사를 이용하거나 마노하라 호텔(manoharaborobudur.com) 등 인근 호텔에서 하루 정도 숙박할 것을 권한다.

뭘 먹을까

인도네시아식 볶음국수인 미고랭(mi goreng), 볶음밥인 나시고랭(nasi goreng)은 어디서 먹어도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먹거리 골목이나 야시장에서 꼬치 굽는 냄새가 난다면 쇠고기나 닭고기 등을 꼬치에 꽂아 숯불에 굽는 ‘사떼(Satay)’다. 우리나라 닭꼬치보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여러 개 시켜 소스와 함께 먹으면 좋다. 프람바난 사원을 찾았다면, 사원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야외 뷔페 식당(프람바난 가든 뷔페 레스토랑)을 권한다. 가격은 1인에 7만5000루피아(약 6500원) 정도로 저렴하다. 연락처는 +62 2 7448 9178.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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