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의 개념이 무너진다
중국 타이위안 면산(綿山)과 핑야오(平遙) 고성

만약 하늘로 가는 길이 있다면 이런 모습 일 것이다. 점점 작아져 가는 지상세계를 뒤로하고 해발 2,000m의 기암절벽을 오르자 하늘에서 숨겨놓은 지상의 숨은 세계, 면산(綿山)이 드러났다.

거대한 중국의 땅에서 평범한 것을 찾기란 오히려 어렵지만 면산은 특별하다. 해발 2,000m의 보기만해도 아찔한 절벽을 깎아 만든 도로는 버스 2대가 간신히 지나갈만하며 반대편에서 버스가 오면 숨을 죽이고 혹여나 낭떠러지로 떨어지진 않을까 마음을 졸이게 만든다. 누군가 칼로 거칠게 깎아 놓은 듯한 면산의 험준한 산세는 옛 중국 산수도에서 튀어나온듯한 비경을 연상시킨다. '중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면산 내 풍경(상단 좌측:기암절벽 사이로 지어진 운봉사 모습, 면산 내엔 200여개의 동굴이 있으며 그 안에서 고승들이 참선을 했다고 한다. 절벽면에는 소원을 비는 빨간 등이 달려있다. / 상단 우측:해발 2000m 절벽 위에 세워진 공중 호텔인 운봉서원 전경 / 하단:굴 안에서 바라본 면산의 모습)

중국 옛말에 "중국의 현대를 보려면 샹하이를, 중국의 근대 오백 년 역사를 보려면 베이징으로, 중국의 오천년 역사를 보려면 산시로 가라"라는 말이 있다. 황하문명이 발상지인 산시(山西)는 산둥성(山東省)과 산시성(山西省)을 나누는 타이항(太行) 산맥의 서편에 위치해 산시성(山西省)이라 불리게 되었다. 북방 민족이 중국대륙을 정벌하고자 할 때 지나가야만 하는 길목에 있었던 군사적 요충지이다. 또한 면산(綿山)은 누들로드의 시발점으로 산시성에서 전해지는 면의 종류만해도 무려 270여종이나 된다고 한다.

하늘이 숨겨놓은 지상의 도시, 면산(綿山)

기괴한 협곡의 절벽을 따라 지어진 중국의 불교, 도교 사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지금 2012년을 살고 있는지 1300년 전 중국에 와있는지 착각 속에 빠져들게 된다. 우리나라의 전통 명절 중 하나인 한식이 유래된 곳으로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충신 개자추(介子推)의 일화가 깃든 곳이다. 그런 개자추의 충심과 염원 때문인지 면산 내 깎아지는 듯한 절벽을 따라 염원을 담은 불교사원 운봉사(雲峰寺)와 도교 사원 대라궁(大羅宮), 그리고 고승의 시체 그대로 흙으로 덮은 14존 등신불이 있는 정과사(正果寺) 등이 좁은 협곡을 따라 조밀하게 세워져 있다.

상단사진:108번뇌와 12달의 의미를 담아 120계단을 올라야 갈 수 있는 운봉사 / 하단사진:14존 등신불이 잠들어 있는 정과사

당태종 시대 극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운봉사의 스님이 비를 내리게 했으며, 마을에 홍수가 들었을 때 고승이 손바닥으로 마을을 들어 홍수로부터 피할 수 있었다는 등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런 영험한 기운 때문인지 중국 각지에서 소원을 빌러 이 지역에 온다. 실제로 사찰 앞에는 사람들의 소망을 담은 향초들이 즐비했으며, 바위 틈에 이쑤시개를 세워 꽂으면 허리가 낫는다는 속설 때문에 바위 틈새마다 이쑤시개가 빼곡하다. 게다가 사람 손이 도저히 닿지 않을듯한 절벽 한 가운데 소원을 비는 등과 방울들이 달려있다. 소원을 성취한 뒤에는 등에서 방울로 바꿔 다는데 이 과정 중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고 하니 면산의 영험함과 더불어 소원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2500년 전 중국으로의 여행, 핑야오(平遙) 고성

면산에서 한 시간 정도 위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좀 더 활기찬 중국을 만날 수 있다. 중국 5대 고성 중 하나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핑야오(平遙) 고성이다. 약 2500년 전 주(周)나라 시대 때 조성되어 명·청 시대 때 한번의 보수를 거쳐, 14세기 당시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세계문화유산 지정 당시 모두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전체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약 5배에 달하며 성벽 둘레만 해도 6km가 넘고 아직도 5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옛 선조의 땅에서 선조의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다.

지금은 2500년 전 모습을 간직한 고성으로 보이지만 한 때는 융성했던 상업의 중심지였다. 당시 도적으로부터 상인들을 보호하고자 현재 은행의 시초인 ‘리셩창(日升昌)’이 탄생했으며 보안인력을 기반으로 은과 귀중물품 운송업을 운영하던 민영 기업인 ‘표국(票局)’도 생겨났다.

핑야오(平遙)고성의 낮(상단)과 밤(하단)

밤이 되자 중국의 느낌이 훨씬 더 난다. 길 곳곳에 양 꼬치와 각종 중국 간식거리들이 즐비하고 면식의 고장답게 각종 면 요리들을 노천에서 즐길 수도 있다. 중국 고전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서양식 바(bar)도 보이고 길손의 여독을 풀어줄 마사지 샵, 그리고 밤거리를 화려하게 수놓은 중국 특유의 홍등까지 보인다. 중국 내에서도 연휴나 주말이면 이 곳을 찾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산시성에 들렸다면 잠 조차도 평범하게 잘 수 없다. 핑야오 고성 내의 객잔 역시 예스러움이 한껏 묻어나는 곳이다. 푹신한 침대와 중앙난방이 되는 따뜻한 호텔방 대신 중국 무협영화 속에서 본듯한 방과 나무 침대, 그리고 창 밖으로 흔들리는 나무들까지 마치 영화 속에 있는 느낌이다. 봄에 간다면 고즈넉한 객잔 정원에 흩날리는 꽃가루의 솜털까지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시설이 낙후되어있을 거란 편견은 버려야 할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에 엄격한 조건으로 인해 에어컨과 온수 시설은 잘 갖추어져 있다.

☞ 여행 팁

1. 가는 방법:
인천과 타이위안을 오가는 하늘 길이 6월 2일부터 10월 20일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린다. 아시아나 전세기 편으로 한국과 중국 모두 주 1회(매주 토요일 출발) 4박 5일 일정으로 운행되며, 국내 총판은 중국 특수지역 전문 여행사 레드팡닷컴(02-6925-2569)이며 전국 여행사에서 연합으로 판매하고 있다.

2. 기후: 산서성의 날씨는 4월 말~5월 초 기온은 한국과 비슷하며 황사의 근원지와 근접한 만큼 모래바람에 주의해야 하겠다. 다만 일교차가 크고 면산은 고도가 높은 만큼 얇은 겉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3. 먹거리: 누들 로드의 발상지인 만큼 다양하고 신기한 면 종류가 많다. 주로 칼을 쓰지 않고 가위나 손 등을 사용하여 면을 만들며 그 종류가 270여 가지나 된다고 한다. 핑야오 고성 노점에서도 맛 볼 수 있으니 이색 먹거리를 즐긴다면 보는 재미도 있으니 먹어보길 추천한다. 또한 산시성의 명물, 장조림 맛이 난다는 ‘핑야오 소고기’와 산시성의 명주 ‘펀주(汾酒)’를 맛 보아야 하겠다.

4. 시차: 한국보다 1시간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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