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테네에 들어서면 작은 갈등에 사로잡힌다. 언덕 위에 우뚝 솟은 아크로폴리스는 어느 골목을 거닐어도 그림자처럼 쫓아다닌다. 전통요리를 파는 플라카 지구의 타베르나에 앉아 기로스 한 조각을 우적우적 씹어 먹어도 아크로폴리스는 옆에 다가와 있다. 소설의 클라이막스를 들춰보는게 설레 듯, 아크로폴리스에 오르는 때를 정하는 것 역시 작은 감동과 갈등을 안겨준다.

우윳빛 신전들은 분명 아테네의 트레이드마크다. 그 유적과 미로 같은 골목 사이에 솟아 있는 언덕이 아크로폴리스다. 아크로폴리스 일대는 고대 그리스 유산의 백미들이 모두 가지런하게 정열 해 있다. 아크로폴리스는 맥주 한잔 걸치며 그윽이 바라보는 친근한 곳이 됐지만 고대 아테네 시절에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일반인의 접근조차 금지된 경외스러운 땅이었다. 그 존망 받는 땅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아테나 여신을 기리던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아테나 여신의 신전인 파르테논

아크로폴리스는 그리스어로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을 의미한다. 도시국가의 군사적 요새 뿐 아니라 종교적 목적으로 활용됐으며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신을 모셨다.

고대 아테네를 수호하던 가장 강력한 존재이자 시민들이 사모했던 신은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였다. 위대한 유산으로 칭송받는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은 아테나 여신을 기리는 신전이다. 파르테논이라는 이름에도 '처녀의 집'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기원전 438년에 완공된 파르테논은 푸른 하늘을 지붕 삼아 46개의 기둥이 떠받들고 있다. 기둥의 지름만 해도 1.9m로 감히 한 아름에 안기에는 두툼하고 영험하다. 파르테논은 1600년대 중반 베네치아 군대의 포격으로 상처를 입었고, 주요유물들 역시 약탈당해 런던의 대영박물관으로 옮겨진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다.

파르테논 옆으로는 이오니아 양식의 에렉테이온 신전이 들어서 있다. 이 신전 역시 건물을 떠 받들고 있는 6명의 거상이 모두 여인상이다. 에렉테이온에는 아테네의 도시 생성을 두고 포세이돈과 아테나 여신이 경쟁했던 신화적 사연이 담겨 있다. 포세이돈은 소금 샘이 솟도록 했고, 아테나는 올리브 나무가 자라나도록 했다는데 신전 옆 올리브 나무는 승자인 아테나를 기려 심어졌다고 한다. 에렉테이온 여인상의 진품 등 아크로폴리스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별도로 전시돼 있다.



수천 년 문명이 서린 언덕과 골목

아크로폴리스에 올라선 여행자들의 시선은 신전의 경외스러움을 찬미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언덕은 아테네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보는 전망 포인트이기도 하다. 한낮에 휴식을 취했던 플라카 지구의 미로같은 골목들 역시 이곳에서 가깝게 다가선다.

아크로폴리스에서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 언덕아래 풍광은 아고라와 제우스의 신전이다. 파르테논이 여신들이 주인공이었던데 반해 아고라는 주로 남성들이 상업활동을 하거나 정치, 철학을 주고받던 광장이자 시장이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철학자들도 아고라에서의 소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아테나의 아버지이자 올림퍼스 최고의 신인 제우스의 신전 역시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의 문 너머 언덕이 아닌 평지에 몸을 낮추고 있다.

반원형의 모습으로 꾸며진 디오니소스 극장

언덕에서 유적과 골목 사이의 시야를 가리는 뿌연 것들은 ‘네포스’라는 아테네의 스모그다. 네포스 문제가 심각해 고대 유적들을 빠른 속도로 침식하자 고고학자들은 아크로폴리스에 유리덮개를 씌우는 것을 고려했을 정도다. 아테네에 첫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 게 1904년의 일이고 2,3호선이 개통되는데 100년이 걸렸다. 한동안 지하철이 생기지 않았던 데에는 아테네 자체가 유적지인 것도 큰 이유가 됐다. 지하철 운행을 100년 동안 자제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매연으로 인한 유적손실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리스가 경제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크로폴리스 등 유적의 가치마저 폄훼되는 것은 아니다.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아테네와 아크로폴리스를 찾고 있다. 이들은 플라카 지구에 앉아 꼬치구이 수블라키와 오징어 튀김 칼라마리를 맛보며, 수천 년 세월의 유적에 아득하게 빠져들곤 한다.



가는길

아테네까지는 유럽을 경유해 가는 게 일반적이다. 이탈리아 밀라노 등에서 수시로 저가항공기가 오간다. 이탈리아를 경유해 페리로 이동하기도 한다. 육로 이동은 힘든 편이다. 공항에서 아테네의 중심인 신타그마 광장까지 공항버스가 오간다. 구도심 일대는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아테네를 기점으로 인근 산토리니, 미코노스로 향하는 페리가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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