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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그리스

그리스 미코노스 - 미로와 풍차로 단장된 어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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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은 다소 행복하다. ‘산토리니냐’, ‘미코노스냐’를 두고 선택하는 고민 말이다. 두 섬은 그리스 에게해에 뿌려진 400개의 섬들 중에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국내 여행자들에는 아직까지 산토리니가 대세인 듯싶다. 한때 유명 CF에 등장한 뒤 인기가 치솟았고, 그리스 섬 여행의 로망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미코노스가 전해주는 느낌이나 단상 역시 사뭇 다르다.

낯선 미코노스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때문에 오히려 친숙하다. 여행 에세이 [먼 북소리]에는 그가 한 달 반 동안 머물렀던 미코노스에서의 삶이 낱낱이 그려져 있다. 미코노스의 깊은 계절과 한적한 풍경이 배경이었지만 화려한 섬에 대한 동경도 함께 담아내고 있다. ‘이곳을 여행한다면 여름이 좋다. 호텔이 만원이고, 근처의 디스코텍이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어도 여름의 미코노스는 굉장히 즐겁다. 그것은 일종의 축제인 것이다.’

미코노스섬의 전경. 에게해와 아늑한 포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미로와 풍차로 단장된 어촌마을

미코노스에 대한 첫인상은 사실 단아하다. 여객선이 들어서는 항구 옆으로는 아늑한 어촌이 있고, 어촌에서 한발만 물러서면 하얗게 단장한 그리스 전통 레스토랑인 ‘타베르나’가 도열해 있다. 마을 뒤편으로는 섬의 트레이드 마크인 풍차가 나란히 서 있다. 푸른 바다와 하얀 집들이 가깝게 맞닿은 풍경은 경외롭기보다 다정스럽다.


첫 느낌만 견줘도 산토리니와는 분명 이질적이다. 산토리니가 화산이 터져 생긴 가파른 절벽 위에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이 압권이었다면 미코노스는 키를라데스 제도에서 가장 멋진 어촌마을을 간직한 섬이다. 고깃배가 드나들고 펠리칸이 자맥질하던 어촌은 이제는 어엿한 다운타운으로 변모했다. 그곳 중심가의 이름이 코라다.

다운타운의 뒷골목은 미로 같은 길이 이어진다.

미코노스 풍경의 트레이드 마크인 풍차.

다운타운만 둘러봐도 일상은 빠르게 전이된다. 코라의 뒷골목은 온통 미로처럼 길이 어지럽다. 산토리니의 번화가인 피라와는 미로의 격이 다르다. 바닥과 벽은 온통 하얗게 채색돼 착시현상마저 일으킨다. 이곳에서는 미로 모퉁이마다 들어선 부띠크숍과 붉은색 부겐빌레아 꽃으로 단장한 아담한 카페가 이정표다. 미로를 걷다 지치면 낯선 집 계단에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면 된다. 처음 방문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그런식으로 미코노스의 낮을 즐긴다.

새벽까지 흥청대는 축제의 섬

해가 저물면 미코노스의 변장이 시작된다. 이탈리아 베니스를 연상시키는 코라 초입의 ‘리틀 베니스’ 인근 발코니에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몰려든다. 일몰을 벗 삼아 축배를 들이켰으면 본격적으로 미코노스가 떠들썩해질 때다.

밤이 무르익으면 미코노스에서는 축제가 열린다. 흡사 홍대의 주말 밤 같다. 만토광장 인근의 클럽들을 기점으로 다운타운의 클럽과 바들은 밤새 문을 열고 새벽까지 흥청거린다. 유럽의 청춘들이 미코노스로 달려오는 큰 이유 중 하나가 화려한 밤에 매료돼서다. 에게해의 바닷가, 하얗게 채색된 섬마을이라는 낭만적인 설정은 청춘들의 얼굴을 한껏 들뜨게 만든다.

축제는 다운타운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미코노스의 들뜬 기운은 해변으로 이어진다. 플라티 얄로스비치, 누드 해변으로도 알려진 파라다이스 비치 등에서도 흥겨운 파티가 열린다.

골목길 어느 곳에든 흰 담벽의 예배당을 만나게 된다.

파라다이스 비치에서 파티를 즐기는 청춘들.

미코노스는 다양한 해변들로 이목을 끄는 섬이기도 하다. 가족들을 위한 비치와는 별개로 슈퍼 파라다이스 비치, 엘리아 비치 등은 게이비치로 알려져 있다. 누드비치라고 해서 꼭 알몸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들뜨고 화려한 섬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예배당이 400개를 웃돈다. 인구는 몇 천 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꽤 많은 교회들이다. 그 중 다운타운 카스트로 언덕에 세워진 파라포르티아니 예배당이 가장 오래됐다. 흰 담장에 주홍빛 지붕의 예배당은 이방인들에게는 눈부신 풍경의 일부로 다가선다. 앤티크 마을로 알려진 아노 메라나 델로스, 레니아 섬의 유적을 간직한 고고학박물관 등이 미코노스에서 두루 둘러볼 곳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미코노스에 머물며 소설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를 쓰기 시작했다. 계절이 깊은 가을로 접어들면 미코노스는 을씨년스럽다. 그래도 바닷가 포구에서 생선을 사가는 일상의 풍경은 반복된다. 그 계절에 맞는 독특한 분위기로 섬은 채색된다.

가는길=아테네에서 미코노스까지 항공기와 쾌속선, 페리가 다닌다. 쾌속선은 3~4시간 소요. 산토리니와 미코노스를 오가는 페리도 있다. 미코노스 페리 승강장이 구분돼 있으며 출발시간도 유동적이라 출발 전 확인이 필요하다. 섬 내에서는 남쪽 파브리카 광장 터미널에서 인근 해변으로 향하는 버스가 수시로 출발한다. 한여름에는 새벽까지 버스가 운행된다. 섬 구석구석을 다니려면 렌터카가 편리하다. 6~8월이 성수기. 5월, 9월에도 섬을 즐기기에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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