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드득 뽀드득. 뜨끈하게 달궈진 뽀얀 모래사장을 재빠르게 발바닥을 떼고 걷는다. 뜨거운 태양도 그렇지만 헉헉 소리나게 더운 공기 때문에 체감 온도는 몇 도쯤 더 상승한 것 같다. 후끈한 공기를 시키려 맨발로 걷기에 딱 참을 정도의 해변을 가로 질러 바다로 뛰어든다. 엷은 색의 푸른 빛 도는 물 속에는 게으르게 조금만 헤엄 쳐 나가도 모양이며 색깔이 제각각인 작은 물고기들 천지다. 바로 태국의 시밀란 군도, 어느 작은 섬의 이야기다.

스노클링 투어. 배 위에서 봐도 물고기들이 눈으로 보인다.



아홉 개의 작은 섬

시밀란은 말레이어로 9를 뜻한다. 말 그대로 9개의 섬이라는 뜻이다. 이 작은 몇 개의 섬들이 전세계 다이버들과 스노클러들에게 알려진 이유는 푸껫이라는 유명 휴양지와 가깝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태국 왕실의 별장이 있을 정도로 태국 안에서도 손꼽히게 아름다운 바닷속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 정부는 일찌감치 시밀란을 국립공원으로 정했고 무려 1년의 반인 4월부터 11월까지 누구의 출입도 금지하면서 섬을 관리하고 있다.


시밀란의 아홉개의 섬은 각자 고유의 이름도 있지만 섬의 번호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섬부터 1번으로 정하고 북쪽으로 갈수록 숫자가 올라가는 식이다.


아홉 개의 섬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섬은 8번 섬이다. 8번 섬은 9개의 섬 중에서 가장 큰섬이기도 하고 숫자로 불리기 전 원래의 섬 이름이 시밀란이라서 이 섬의 이름을 따 이 곳을 시밀란 군도로 부르고 있기도 하다. 8번 섬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돛단배 바위(sailing Rock)이다. 멀리서 보면 꼭 돛을 펼친 배 모양의 집채만한 바위가 바위산 맨 꼭대기에 마치 누가 세워 둔 것처럼 서 있다. 하루나 이틀짜리 투어로 시밀란을 여행 온 여행자들은 이 바위에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는 걸 순례처럼 여기기도 한다.

8번섬의 돛단배 바위 모습. 8번섬은 가장 큰 섬이기도 하고 유일하게 숙소가 있는 섬이기도 하다.



섬을 즐기는 방법

시밀란 군도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느 하나 쉽지만은 않다. 푸껫이나 크라비처럼 태국에서는 꽤 알려진 휴양지와 가깝게 위치해 있기는 하지만, 푸껫에서 출발해서 가려면 최소 편도 3시간은 들여야 하고, 배로 움직이는 시간만 따져도 한시간 반은 족히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때나 갈 수 없는 섬이기도 하지만, 아무나 쉽게 엄두 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도 하다. 일정이 짧은 단기 여행자들은 하루짜리 투어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고작 섬에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서너 시간 뿐이니 오고가며 버린 시간에 비하면, 정작 섬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지극히 짧게 느껴진다. 대안으로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리브어보드(Liveaboad)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리브어보드란 커다란 배에서 하루 이상을 보내면서 다이빙도 하고 배에서 잠도 잘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말하는데 리브어보드를 이용해 1박 2일정도의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면 당일짜리 투어에 비하면 훨씬 여유있게 섬을 즐길 수가 있다.

산호가 부서져 생긴 해변이라 모래가 상당히 곱고 부드럽다.


좀 더 진취적인 여행자라면 섬에서 숙박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섬을 즐길 수도 있다. 시밀란 군도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 섬은 8번섬과 4번섬이다. 8번섬에는 숙박시설은 없고 텐트만 있지만 4번섬으로 가면 제법 그럴듯한 통나무 방갈로가 있다. 이 섬에서 하루나 이틀쯤 숙박하면서 느긋하게 군도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장 운이 좋은 여행자라고 할 수 있다.



시밀란에 가는 이유

위에서 잠깐 언급하기도 했지만, 시밀란은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하다. 시밀란을 세계 10대 다이빙 포인트로 꼽는 기준은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이버들 사이에서는 충분히 공감을 사는 이야기다. 시밀란은 해변을 포함해 그 섬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물 속 환경을 보기위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아빙으로는 더욱 아름다운 수중 환경을 즐길 수 있겠지만 물 위에서 숨대롱을 하고 내려다 보는 스노클링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물속을 감상할 수 있다. 형형색색의 물고기들과 산호들, 그리고 물고기들의 산호 갉아먹는 뿌득뿌득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산호가 부서져 오랜시간 축적되어 만들어진 백색 해변 또한 여행자들에게는 충분히 꿀맛 같은 휴식을 주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단 몇 년 전부터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은 지구 온난화가 시말란 군도에도 그 영향을 미쳐 백화현상을 보이면서 말라 죽은 산호들이 꽤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많은 곳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아름다운 시밀란 군도의 바닷속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꽤나 마음 아플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스노클링을 즐기는 여행자들. 다이빙이 아닌 스노클링만으로도 충분히 수중환경을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밀란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짧은 팁. 시밀란 군도는 일반 여행자들에게 11월부터 다음 4월까지만 공개하고 나머지 시간은 섬의 출입을 제한해 섬을 보호하고 있는데 그 11월부터 4월 중 가장 여행하기 좋은 시절은 3월이다. 3월은 몬순기후가 끝나는 시점이여서 물 속에서 보이는 시야가 가장 넓고 멀리 볼 수 있다. 가장 맑은 바다를 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니 기억해 두면 좋을 것 같다.



가는 길
시밀란 군도로 가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푸껫이나 끄라비로 이동해서 팡아 지역 카오락 부근의 티프라므 항구에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이동한다. 이동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잡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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