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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일본

일본 니가타 현 - 소설 설국이 만들어진 새하얀 눈의 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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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일본에게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은 이렇게 시작된다. 온통 눈으로 둘러싸인 눈앞의 정경, ‘뽀드득’ 소리를 내며 눈을 밟을 때의 그 울림, 순백색의 아름다움이 어울리는 그곳, 바로 일본의 니가타 현이다. 겨울의 매서운 바람에 온몸이 움츠려 들었다면, 오히려 눈의 고장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추운 바람이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느껴질 지도 모를 테니까.

니가타 현의 야경. 니가타 지역은 높은 산들로 둘러 싸여 있으며, 겨울 내내 많은 눈이 내린다.

시나노강을 따라가는 니가타 시 자전거 여행

일본의 중부지방 북부, 니가타 현의 행정과 경제의 중심도시인 니가타 시(市)에 도착해 맨 처음 한 일은 대여 자전거를 빌린 일이다. 날씨는 조금 춥지만, 이곳 시내를 관통해 흐르고 있는 나가노 강을 따라가는 자전거 드라이브는 소박하고도 즐거운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화려하고 활기가 넘치는 거리, 넓고 깨끗한 도로는 니가타의 첫인상을 긍정적으로 만들어 준다.

우선 시의 북쪽으로 내달려 도착한 곳은 니가타시의 역사와 문화를 한 번에 알 수 있는 니가타 시 역사박물관. 이곳에는 1869년에 건축된 구 세관청사와 구 다이시 은행 스미요시 지점 등 역사적 건물들이 가득하다.

시나노 강을 끼고, 맞은편에는 대형 건물인 도키메쎄가 자리 잡고 있다. 125m 높이에 위치한 전망대에서는 니가타 시의 전경 뿐 아니라 저 멀리 먼 바다의 정경까지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이 건물 내에는 니가타 한국 영사관도 있다. 니가타 시가 니가타 현의 중심도시인만큼, 이곳에는 현 내 최고의 상업지역이 있다. 바로 후루마치 지역으로 옛날 상가의 모습이 그대로 이어져 온 건물과 새롭고 근대적인 건물 등 역사와 현재가 혼재해 있는 지역이다.

후루마치 지역과 함께 상업지역을 형성하고 있는 반다이 지역 또한 백화점과 패션잡화점 등 거대한 건물들이 죽 늘어서 있으며, 쇼핑과 식사 등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 두 지역을 연결하는 반다이바시 다리는 6개의 아치가 이어진 아름다운 다리로, 니가타 시의 상징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중요문화재로도 선정된 이 다리는 에도시대 때부터 이어져 왔으며, 1964년 니가타에서 발생한 큰 지진에도 불구하고,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견고한 다리로도 알려져 있다.

니가타 시는 도보 여행도 물론 가능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시 외곽에는 니가타 섬을 일주할 수 있는 자전거도로가 있어, 바다를 보며 사이클링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시내에도 하쿠산 공원, 시나노 강변 산책길 등 호젓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도키메쎄. 125m 높이의 전망대가 있는 고층 건물이다.

나에바 지역 스키장. 일본에서 가장 많은 스키어&스노보더들이 몰리는 광활한 스키장이다.

전 세계 스키어들이 열광하는 ‘눈의 고장’

니가타 시에서 깨끗하고 활기 넘치는 거리의 모습을 발견했다면,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눈의 고장’으로서의 니가타의 매력을 느껴볼 차례다. 스키, 스노보드 등 다양한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니가타에는 너무나 많은 수의 스키장이 곳곳에 위치해 있으며,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스키어와 스노보더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그 중 나에바‧유자와 스키 지역은 한국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특히 높으며,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몰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일본 스키 리조트의 성지로도 불리는 유자와 지역은 서두에 얘기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이 탄생한 장소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새하얀 눈길을 굽이쳐 내려오는 스노보더들의 모습에 마음이 들뜬다.

나에바 스키장과 함께, 수많은 스키어들이 방문하는 곳은 묘코 스키 지역으로, 특히 일본 100대 명산으로도 곱히는 묘코산에 위치해 있다. 일본 스키의 발상지이고도 한 이 지역에서 케이블을 타고, 멋진 조망을 감상하다보면, 풍요로움 속에서 변화무쌍한 대자연의 위용에 넋을 잃게 된다. 묘코산과 어우러진 자연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압도될 만한 한 폭의 웅장한 그림을 선사해 준다.

사실 니가타가 ‘눈의 고장’으로 유명한 만큼, 스키장도 종류와 특징에 따라 너무나 많다. 좋은 설질과 잘 정비된 스키장에서 만끽하는 겨울 스포츠의 매력은 그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듯하다. 입김을 후후 내뱉으며, 바람을 가르는 묘미. 일본 제일의 눈의 고장, 니가타에서 그 진수를 온몸에 여실히 느끼게 된다.

느긋한 온천욕과 명품음식을 맛보는 시간

스키장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겼다면 온 몸이 지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그 피로를 간직하고 밤을 보낸다면, 내일부터 이어질 여행이 힘겹게 되지 않겠는가. 그 피로를 날리기 위한 최고의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온천이다. 니가타 현에는 스키장이 많은 만큼, 온천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스키시즌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소설 [설국]의 무대로 유명해진 에치고유자와 온천, 산 속 깊은 곳에 위치한 마츠노야마 온천, 묘코산이 있는 묘코 고원 일대의 온천 등 스키장 근처에는 어디든지 온천이 있어, 탕 속에서 한가로운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그 중 한 온천을 골라, 산과 어우러진 자연의 정기를 받으며 여유로운 온천욕을 즐기고 나면, 니가타 지방의 맛 좋은 음식을 맛볼 시간만이 남았다.

온천욕탕. 니가타 현 어느 곳이든 자연과 더불어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초밥. 니가타의 명품쌀 '고시히카리' 쌀로 만든 다채로운 초밥.

높은 산과 차가운 대지, 맑고 깨끗한 물. 이 모든 것은 일본 최고의 명품쌀 고시히카리 쌀의 생산지가 될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이 쌀로 만든 초밥을 비롯한 다채로운 음식들과 함께 양조장에서 만들어낸 일본주(사케)를 곁들이면, 여느 왕 부럽지 않은 풍성한 니가타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양껏 배불리 먹고 나면, 포만감과 함께 밀려오는 잠의 기운으로 인해 이내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매섭게 차가웠던 겨울바람은 어느새 니가타의 매력으로 인해 저물어 버린 지 오래이다. 잠은 쏟아져 내리지만, 내일도 니가타는 맑고 깨끗한 순백색으로 가득 차서, 여행자를 기다릴 것이다. 과연 노벨 문학상을 받을 만한 원대한 작품이 창조될 만한 명소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겨울은 춥기에 어느 계절보다 따뜻할 수 있는 법이다. 새하얀 눈으로 가득한 이곳, 니가타 현은 어느 곳보다 인간적인 따스함으로 중무장한 채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다.

가는 길
인천-니가타 직항편을 대한항공이 매일 운항한다. 소요 시간은 2시간 정도. 도쿄에서 자동차를 이용해 간에츠 고속도로를 타면 4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죠에츠 신칸센은 약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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