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과수폭포
무슨 말이 필요할까. 대자연 앞에 서면 사실 아무 생각을 할 수 없다. 인생 별 거 없어! 마치 세월을 초탈한 듯한 착각에 빠지는 것도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그렇다. 브라질의 이과수 폭포를 촬영하겠다며 헬리콥터를 타고 아마존 줄기를 보고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엣지를 향해 렌즈를 당길 때 '젠장, 지금 내가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라는 회한이 가슴을 치면서 눈물 한 방울 찍 흘렀다.

거대한 말발굽, 지구는 네모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이과수 폭포는 한 마디로 말발굽 같았다. 그 옛날 거대한 말이 이 곳을 박차고 하늘로 올라갔을까? 그 발굽 모양의 폭포는 사실 화산 폭발의 결과물이다. 이곳의 우기는 11월에서 다음해 3월까지이다. 그때 폭포 위에서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물의 양은 1초에 275만 리터에 이른다. 이런 장면을 폭포 위에서 내려다 보기에 망정이지 그 아래에서 마주한다면 지구가 네모라고 해도 믿을 만큼 엄청난 장면이다.

미국의 32대 대통령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그의 아내는 일리노어 루즈벨트다. 그녀는 한번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엄청난 장관에 압도당한 나머지 "오, 불쌍한 나이아가라여(Oh, poor Niagara!)!"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나이아가라는 쨉이 안되는 것이다. 미국의 나이아가라, 아프리카의 빅토리아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꼽히는 이과수 폭포(Foz do Iguaca)는 인디오 말로 장대한(Aca) 물(Igu)이라는 뜻. 그리고 그 이름처럼 이과수 폭포의 물줄기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그리고 파라과이가 만나는 접점에서 인간이 그어놓은 경계를 완벽하게 무시한 채 흐르고 있다.

이과수 공항에서 아르헨티나로 갈라지는 교차로를 지나 20분쯤 신나게 달리니 '이과수 국립공원(Iguacu National Park)'이라 새겨진 표지판과 푸른 아가미를 떠억 벌린 공원의 입구가 보인다. 이곳이 관광 명소임을 알게 하는, 현대식으로 지어진 깨끗한 관리사무소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2층 버스. 우리는 익숙한 여행자의 발걸음으로 버스 뒷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곧이어 푸르르, 엔진 소리와 함께 경쾌하게 몸을 털어준 버스가 출발한다. 울창한 정글 사이를 손바닥과 뺨으로 느끼며 달리는 그 기분이라니! 열대림과의 마라톤이 마음의 빗장을 제멋대로 풀어헤칠 때쯤 두둥, 두둥, 북소리 같은 울림이 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자, 오너라, 이과수 폭포여! 평균 60~80m의 낙차로 쏟아지는 수백 개의 물줄기가 땅을 진동 시키고 귀를 먹먹하게 만든다. 그야말로 미세스 루즈벨트가 내뱉은 감탄사가 절로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어떤 수식어로 표현해도 그 감동에는 아마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눈을 감고 상상해보라. 1억2000만년 전 용암이 굳어 생긴 검은색 현무암 위로 세워진 수백 개의 선연한 흰 물기둥 또 기둥들. 신들을 위한 신전 같기도 하고, 우리의 영민한 리포터 현경이의 표현처럼 거대한 피아노 같기도 하다. 단지 우리는 이 장관에 감탄하고, 또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댈 뿐이었다.

악마의 아가리 속으로

감히 "마쿠꼬 사파리를 하지 않았다면 이과수 폭포를 절반 밖에 보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마쿠꼬의 경험은 특별한 것이었다. 우리는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제공하는 차를 타고 20분 정도 열대림을 가로질러 갔다.

드디어 마쿠꼬 사파리의 시간이 돌아왔다. 우선 선장의 지시에 따라 안전복을 입고, 꼼꼼하게 액체 모기약을 바른 다음 25인승 모터보트에 차례로 올라탄다. 유유히 강을 따라 관람하는 것은 잠깐. 그렇게나 순해 보이던 선장이 갑자기 해적처럼 돌변해 폭포수 아래로 돌진해 갔다. 폭포가 바로 당신의 눈 앞에 있는 것이다. 손만 쭉 뻗으면 이대로 껴안아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와아아아~! 눈도 뜰 수 없을 정도로 세찬 물세례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폭포의 소리도 다리 위에서 들었을 때와 사뭇 다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이과수

그리고 우리는 젖은 몸을 말릴 새도 없이 커다란 헬기에 올랐다. 특별히 우리는 촬영을 위해 가장 좋은 자리를 부탁했는데, 조종석 옆 자리가 상석 중에 상석이란다. 가장 안 좋은 좌석은 중간, 그 중에서도 가운데 열. 남은 좌석이 이 뿐이라면 차라리 느긋하게 마음먹고 다음 헬기를 기다리는 게 나을 거라고. 하늘에서 무지개의 끝과 악마의 목구멍이 피우는 물안개를 헤치는 느낌은 오늘의 대미를 장식할 만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이과수는 과연 수많은 전설을 낳을만한 위용을 갖고 있었다. 신들이 무슨 격파 대회라도 열었던 것일까? 평화롭게 흐르는 이과수 강 한 가운데에 어떻게 이런 구멍이 뻥 뚫릴 수 있었던 것일까? 덩치 큰 신이 사나운 주먹으로 힘껏 내리친듯한 이과수강과 폭포의 부조화는 헬기 위에서 봤을 때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행여 카메라에 녹음될까 터져 나오는 신음을 눌러가며 촬영을 하던 우리에게 홍 반장이 악마의 목구멍에 얽힌 전설을 들려줬다.

이곳이 아직 우리의 한강처럼 평온하기만 하던 그 옛날, 이과수강 옆에 뱀신인 음보이(M'Boy)를 섬기는 까이강게스(Caigangues)라는 인디언 부족이 살고 있었다. 이 부족은 신앙의 증거로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처녀를 그에게 바쳐왔는데, 신의 여인이 되면 평생 결혼도 못 하고 음보이 신만을 섬겨야 했다. 마침 추장에게는 나이삐(Naipi)라는 딸이 있었는데, 그 자태가 어찌나 고운지 그녀가 지나갈 때면 흐르던 강물도 경탄하며 멈출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때문에 그녀는 음보이 신에게 바쳐지기로 결정된다.

드디어 음보이 신의 결혼을 축하하는 예식을 치르는 날. 나이삐를 남몰래 사랑하던 마을 전사 따로바(Taroba)가 그 누구도 생각치 못한 일을 저지르고 만다. 바로 신에게 바쳐질 나이삐를 카누에 싣고 도망가기로 한 것. 이를 알게 된 음보이 신은 당연히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이것들이 감히! 뱀의 형상을 한 음보이 신이 몸을 비틀며 포효하자 갑자기 땅이 흔들리며 이과수강 하류의 지면이 쩍 갈라지면서 거대한 골짜기가 됐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 본 이과수 폭포. 결국 따로바와 나이삐는 폭포의 물살에 휘말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음보이 신의 노여움은 죽음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나이삐를 폭포의 낙수를 고스란히 견뎌야 하는 큰 바위로, 따로바를 그 가장자리에 사는 빨메이라라는 나무로 만들어 평생 서로 그리워하도록 만들었다고. 흥미로운 건 실제로 악마의 목구멍의 물살이 떨어지는 그 자리에 전설처럼 커다란 암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신의 가호가!

촬영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기념품 판매점에서 요상한 물건을 보았다. 이것은??? 이히힛 꼴보기 싫은 녀석에게 갖다 주면 표정이 어떨까? 검지와 중지 사이에 엄지손가락을 끼운 팔뚝 조각품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영락없는 욕설인데, 이곳에서는 그것이 욕이 아니라 '신의 가호가!'를 표시하는 형상이라고 했다. 키키키 신의 가호? 해서, 나는 그것을 대여섯 개 사서 귀국, 평소 나를 괴롭혔던 선배 PD 세 사람에게 하나 씩 선물하고 나머지는 보관하기로 했다.

'어허허!! 선배님들!!! 이게, 그러니까…어허허!!!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는 뜻이라니깐요~~~신의 가호 몰라? 아!! 가오 말고, 가호라니깐요!!! 이런 니미럴 줘도 지랄들이야' 아무리 설명을 해도 그 선배들, 조각품으로 내 머리를 내려치겠다며 3박4일을 따라다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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