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아메리카/캐나다

캐나다 오타와 - 영국 문화와 프랑스 문화의 최접경지

반응형

접경이 지니는 분위기는 묘하다. 두 개의 문화가 공존하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캐나다 오타와(Ottawa)는 접경의 도시다. 영국 문화와 프랑스 문화의 최접경지에 자리 잡았다. 온타리오 주의 동쪽 끝인 도심에서 다리 하나 건너면 퀘벡 주다. 프랑스색이 짙은 퀘벡주 사람들이 오타와까지 출퇴근하는 일은 다반사다. 캐나다의 수도인 오타와는 태생부터 중간지대의 성격이 짙다. 위치상 영국계와 프랑스계를 함께 다독일 수 있는 중립지역이라는 점도 수도로 낙점된 주된 이유였다.

오타와 강변에서 바라다본 팔러먼트 힐의 아늑한 전경. 언덕 위에 국회의사당이 자리 잡았다.




세계문화유산인 리도 운하

수도 오타와의 당당한 위용을 대변하는 곳이 언덕 팔러먼트 힐(Parliament Hill)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이다. 네오 고딕양식의 건물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명령에 따라 1800년대 중반에 지어졌다. 중앙탑 위에 오르면 오타와 강 건너 가티노 지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오래된 건물과 강이 어우러진 풍경은 아름답다.

이왕 국회의사당까지 왔으면 편견을 버리고 내부를 두루 둘러볼 일이다. 실내 장식은 운치 있고 국회의원들이 앉아 있는 의자는 옛날 교실 나무의자처럼 단출하다. 회의는 영어와 프랑스어로 함께 진행된다. 낮은 목소리가 오가고 정중하게 발언권을 얻어 얘기하는 모습이 오타와 강의 풍경만큼이나 단아하고 사랑스럽다.

국회의사당 앞 거리는 강을 건너온 퀘벡 차량들이 여유롭게 오간다. 오타와에서 퀘벡 차만 별도로 구분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앞 번호판이 없는 차들은 모두 퀘벡 차들이라고 보면 된다. 불필요한 경비와 세금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또 퀘벡 주의 자동차 번호판에는 'Je me souviens'라는 프랑스어가 적혀 있다. '나는 기억한다'는 의미로, 한때 영국계에 의해 지배당했던 프랑스계 주민들에게는 좌우명처럼 여겨지는 말이다. 영국여왕이 짓도록 명령한 국회의사당을 앞을 지나는 차량의 문구치고는 꽤 도전적이다.

빅토리아 여왕의 지시로 1800년대 지어진 국회의사당. 오타와의 상징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리도 운하. 여러 개의 수문으로 이어져 있다.



오타와의 도심은 리도 운하가 가로지른다. 국회의사당을 나서 10여 분 걸으면 도심의 또 다른 이정표인 샤토 로리에 호텔(Chateau Laurier Hotel)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앞을 운하가 지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운하의 총 길이는 200km가 넘는다. 초창기 수문이 간직된 곳에는 운하의 역사를 담운 바이타운 박물관(Bytown Museum)이 들어서 있다.


운하는 애초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건설됐다. 운하를 건설한 ‘존 바이(John By)’ 대령의 이름을 본따 오타와의 옛 이름도 한때는 바이타운으로 불렸다. 군수물자를 옮기던 운하는 지금은 오타와 시민들의 휴식처가 됐다. 여름이면 유람선이 오가고 겨울이면 세계에서 가장 긴 스케이트 링크로 변신한다.




160년된 재래시장과 박물관들

옛 이름 바이타운의 흔적은 도심 재래시장에서 발견한다. 쇼핑몰 리도센터 북쪽은 160년 넘는 세월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이름도 바이워드 시장이다. 오래된 건물 1층에는 생선, 채소, 과일 등을 팔고 2층과 그 주변으로는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다. 수수한 오타와에서 밤늦게까지 술렁거리는 곳은 이곳 바이워드 시장이 대표적이다.

바이워드 시장의 밤. 다양한 레스토랑까지 어우러져 밤늦게까지 불을 밝힌다.


오래된 시장과 함께 기품 있는 박물관이 공존하는 곳이 또 오타와다. 박물관의 도시로 불리는 오타와는 20여 개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오밀조밀하게 들어서 있다. 그중 외관조차 작품인 국립미술관은 캐나다를 대표하는 화가 집단인 ‘그룹 오브 세븐(Group of Seven)’의 그림부터 세잔, 고흐, 드가의 작품까지 2만 5,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견주는 세계적인 수준의 미술관이다. 캐나다 문명 박물관은 이 지역 원주민인 이누이트(이뉴잇)의 거대한 토템 기둥이 인상적이다. 그 외에도 사진, 항공, 전쟁 박물관 등 종류가 제각각이다.


가티노 지역에서 카누를 타고 오타와 강에 나서면 언덕 위 국회의사당이 강물에 투영되며 도시가 간직한 짧고도 구구한 사연을 전한다. 바이타운 이전의 오타와는 벌목꾼과 모피상인들의 거점지였다. 정치적인 완충지였던 오타와는 요즘은 세인들에게 봄이면 튤립 축제, 겨울이면 리도 운하변에서 펼쳐지는 윈터 페스티벌로 사랑받는 곳이다. 튤립페스티벌에는 2차대전 때 네덜란드와 맺었던 인연과 유래가 서려 있고 리도 운하 역시 영미전쟁의 배경이 담겨 있다. 우연히 마주한 거리의 한 골목에서는 재즈 선율도 은은하게 흘러나와 도시의 풍취를 더한다.




가는 길


한국에서는 토론토를 경유해 오타와까지 항공으로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토론토와 오타와 구간은 VIA 레일 열차가 수시로 오간다. 열차로는 약 4시간 소요. 국회의사당, 리도 운하, 바이워드 시장 등 주요관광지는 걸어서도 둘러볼 수 있다. 리도 운하의 서쪽이 다운타운, 동쪽은 상업지역인 로어타운으로 상점이 밀집돼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