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에 닿는 이끼의 느낌이 보드랍다. 호수 옆으로 숲길은 아득하게 이어진다. 땀에 젖은 몸이 바위 해안에서의 다이빙으로 순간 정갈해진다. 고개를 돌리면 호숫가 마을에는 단아한 포구가 담겨 있다. 캐나다 오대호의 숨은 보물 브루스 반도(Bruce Peninsula)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이다.

브루스 반도 북쪽 끝에 위치한 토버모리의 전경. 아늑한 포구마을은 따사롭고 평화롭다.

캐나다가 거대한 자연으로만 채색되는 것은 아니다. 살갑고 정겨운 정취도 여행자의 가슴을 적신다. 캐나다 오대호의 브루스 반도는 짙푸른 호숫가 마을과 두 곳의 국립공원을 품은 땅이다. 최근 설문에서 ‘캐나다의 숨겨진 보물 같은 여행지’로 최상위에 꼽힌 곳이기도 하다.


낯선 여행지라고 해서 대륙의 외딴 모퉁이에 위치한 것은 아니다. 토론토 북쪽, 자동차로 3~4시간 달리면 만나는 반도는 동쪽으로는 조지안 베이(georgian bay), 서쪽으로는 휴런 호수(Lake Huron)를 끼고 있다. 점 같은 섬들을 넘어서 수평선 위를 단장한 크리스탈 물빛은 예상과 달리 바다가 아니라 잔잔한 호수다.

위어튼 상공에서 내려다본 조지안 베이의 풍경.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국립공원

브루스 반도의 귀한 보석은 브루스 국립공원이다. 로키산맥처럼 높은 산세나,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스펙터클한 장면이 아니더라도 잔잔한 감동이다. 길 위를 걷다 보면 그 전율에 낮고 묵직한 힘이 실린다. 국립공원 내의 숲길은 호수를 따라 20여 km 이어진다. 호숫가에는 1만 년 세월 동안 치이고 패였다는 절벽과 바위가 늘어서 있다.

조지안 베이의 푸른 호수를

오가는 카약들.

브루스 국립공원은 브루스 트레일의 핵심 루트다.

하이킹과 다이빙이 가능한 그로토 지역은 브루스 국립공원 내에서 인기가 높다.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코스는 해안동굴이 위치한 ‘그로토’(Grotto)로 향하는 루트다. 숲을 지나 해안절벽을 내려서면 해식동굴이 나타나고 동굴 밑바닥은 호수와 연결돼 있다. 빛이 은은하게 스며드는 동굴 인근에서 사람들은 다이빙을 즐긴다. 호수에서 이뤄지는 생소한 다이빙은 마니아들에게도 꽤 인기가 높다.


브루스 국립공원의 호숫가 숲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이킹 코스인 브루스 트레일의 연장선이다. 캐나다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걷기 여행 루트는 반도 북쪽 끝에서 나이아가라까지 800여km 이어진다. 브루스 반도에 속한 코스만 450여km에 해당한다. 반도의 관문인 위어튼(Wiarton)을 시작으로 조지안 베이 쪽에 위치한 라이온스 헤드, 토버모리 등의 해안마을이 하이킹 코스에 기대 있다. 브루스 트레일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생태보존 지역이기도 하다. 반도 일대는 ‘Dark Sky'(검은 하늘) 지역으로도 지정돼 있다. 생명이 숨쉬는 땅에 등을 대고 누우면 ’빛의 공해‘에 찌들지 않는 어둠 속의 에코투어가 실현된다.

화분섬은 패덤 파이브 

국립공원의 상징적인 이정표다.

브루스 트레일은 호숫가 절벽을 따라 수십km 이어지기도 한다.


반도는 캐나다 최초의 수중 국립공원도 품에 안았다. 광활한 동서해안을 지닌 캐나다의 첫 번째 수중 국립공원이 호수와 닿아 있는 것도 이례적이다. 패덤 파이브(Fathom Five) 수중 국립공원은 호숫속 침식지형뿐 아니라 이색 섬들, 섬들의 식생, 호수에 잠겨 있는 배들까지 모두 소중한 자산이다. 꽃이 심어진 화분 모양을 닮은 화분섬은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코스로 투박한 이곳 지형의 특색을 엿볼 수 있다. 이방인들은 다이빙이나 트래킹으로 호수, 해안과 은밀한 소통을 한다.




행복하고 아늑한 포구 ‘토버모리’

반도 북쪽 끝에 매달린 호수마을 토버모리(Tobermory)는 두 국립공원과 맞닿은 아늑한 포구다. 호수로 나서는 어선과 요트들은 이곳에서 아련하게 숨을 돌린다. 1850년대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에 의해 콜린즈 포구에서 명칭이 바뀌었지만 한적하게 고기잡이배들이 드나드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포구마을 토버모리는 브루스 국립공원, 패덤 파이브 국립공원과 맞닿아 있다.


벤치에서 바라보는 포구 풍경은 평화롭다. 낮게 드리운 포구 양쪽으로는 앙증맞은 노천바와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호수의 잔물결에 맞춰 행복이 가슴까지 밀려드는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다.


피겨스타 김연아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지난 여름 휴가차 방문한 곳도 바로 토버모리와 브루스 국립공원 일대였다. 그녀는 아늑한 포구와 바위 해안에 머물며 지난한 마음을 다독이고 앳된 미소를 되찾았다.

호수마을 토버모리는 800km가 넘는 브루스 트레일의 출발점이다.

브루스 국립공원에서는 울창한 숲을 벗어나면 아득한 수평선의 호수가 펼쳐진다.



토버모리에서 서남쪽으로 내려서면 소블 비치(Sauble Beach)다. 길이가 12km로 담수호 모래사장으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며 캐나다의 10대 비치로도 선정돼 있다.


해가 지면 숲과 호수가 만나는 아늑한 숙소에 짐을 푼다. 모닥불 사이로 세상 사는 얘기는 두런두런 쏟아진다. 이곳 주민들이 최고로 꼽는 ‘화이트피시(흰 살 생선)’ 냄새가 구수하다. 호수와 숲만큼이나 브루스 반도에서 인상적인 것은 자연의 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대도시를 벗어나 서너 시간 달려왔을 뿐인데 만나는 낯선 이들은 모두 구수하고 다정다감한 얼굴이다.




가는 길
에어캐나다 등이 밴쿠버를 경유해 토론토에 닿는다. 토론토가 반도 여행의 출발 기점으로 북쪽으로 향하면 관문인 위어튼(Wiarton)을 시작으로 라이언스 헤드, 브루스국립공원, 토버모리 등이 늘어서 있다. 중간 중간 호수의 정경과 조우할 수 있다. 브루스 트레일 인근은 가을이면 단풍이 붉게 드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곳곳에 산악자전거용 코스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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