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최대 축제인 송끄란(쏭크란, Songkran)은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신명 나는 물벼락 잔치다. 태국 왕실의 휴양지였던 후아힌(Hua Hin)에서 펼쳐지는 송끄란 축제는 이방인과 현지인이 어우러져 한결 흥미롭다. 트럭 위 꼬마들은 35~40도의 폭염 속에서 물바가지를 쏟아 붓고, 푸른 눈의 외국인들도 물총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송끄란 축제기간에는 대형 물총을 든 청춘들이 데찬누칫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해마다 4월 송끄란 축제 시즌이 되면 태국 후아힌의 거리 역시 진풍경을 연출한다. 태국 달력으로 4월은 새해가 시작되는 시기. 더위가 치솟는 중순쯤이면 해변과 리조트에서 벗어나 골목으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차를 타고 달리며 물총을 쏘고, 차창에 물을 끼얹는 북새통에 뙤약볕의 데찬누칫(Dechanuchit) 거리는 흥건한 물바다로 변신한다.

왕실의 휴양지에서 물싸움을 벌이다

방콕 남서쪽으로 210km 떨어져 있는 후아힌은 1920년 라마 7세가 여름 궁전을 지은 뒤 휴양지로 개발된 곳이다. 왕실의 휴양지답게 요란한 해양 스포츠보다 한가로운 풍경이 어울린다. 송끄란 축제가 시작되면 후아힌의 거리는 유달리 들썩거린다. 웃옷을 벗어젖히고 속살이 내비치도록 물을 뿌리는 역동적인 거리로 변신한다. ‘허가받은 물장난’을 위해 축제기간에는 물총이 동나고, 얼굴에는 ‘뺑’으로 불리는 하얀 분가루를 바른 사람들이 등장한다.

후아힌의 송끄란 때는 물싸움에 대응하는 기발한 장비들이 등장한다.

얼굴에 흰 반죽을 뒤집어쓴 채 물을 뿌리는 외국인.

야시장이 들어서는 데찬누칫 거리나 페차카셈(Petchakasem) 거리 뒷골목에는 뚜껑 없는 ‘썽테우’(트럭형 합승차, Songthaew)나 삼륜택시 ‘툭툭’(릭샤)이 물동이를 싣고 거리를 누빈다. 물세례의 대상에는 국경이 따로 없다. 현지인과 이방인들이 합세해 물 호스를 움켜잡고, 차량에 탑승한 채 드럼통에서 물을 끼얹기도 한다. 관광객들은 수영팬티 하나 달랑 걸치고 물싸움에 직접 동참한다.

송끄란은 사실 과격한 물싸움 대신 향기로운 정화수를 대접에 떠서 정중히 손이나 어깨에 뿌리며 축복을 비는 게 전통의 모습이다. 주민들은 사원인 왓 후아힌이나 타끼엡 사원(Wat Khow Takiab)을 방문해 불상에 물을 뿌리며 소원을 기원하기도 한다. 화합과 웃어른에 대한 존경. 송끄란의 이면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 최근에는 물벼락 잔치로 굳어졌는데 외국인이 물세례를 받더라도 이 기간만큼은 화를 내서는 곤란하다. “싸와디피마이”(새해를 축하합니다, sa-wat-di pi mai)라는 새해 인사로 모든 과격한 행위는 용서된다.


열대 와인과 품격 높은 해변

‘왕실의 휴양지’라는 별칭을 지닌 후아힌의 골목은 두 가지 모습을 지녔다. 타끼엡 언덕에서 북쪽으로 내려다보이는 활처럼 휘어진 후아힌 비치에는 최고급 리조트와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다. 상류층 사람들이 그윽한 식사를 즐기고, 왕실의 휴식처답게 말을 타고 해변을 오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후아힌 기차역조차 라마 6세 때 지어진 태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으로 화려한 전통양식이 돋보인다.

꼬마들이 물놀이를 하는 후아힌 비치의 평화로운 풍경.

후아힌 힐 지역에 들어선 열대의 와이너리.

내륙으로 1시간가량 접어들어 ‘후아힌 힐’ 지역으로 향하면 열대지방인데도 와이너리가 들어서 있다. ‘몬순 밸리 와이너리’라는 열대 와인을 현지에서 테이스팅하기 위해 사람들은 구불구불한 비포장 길도 주저하지 않는다. 와이너리에서는 코끼리를 타고 포도밭을 구경하는 이색투어도 마련하고 있다. 열대 태국의 와이너리는 다소 생경스러운 장면이다.

시내 면면에 녹아 있는 모습은 후아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다운타운 초입에는 스타벅스 등 외국계 체인점이 들어섰지만 거리 안쪽으로 접어들면 야시장과 노천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풍경이다. 푸껫(푸켓)이나 파타야처럼 현란하지는 않지만 노천식당을 채운 손님들은 조용한 휴식을 즐기려는 유럽인들이 대부분이다. 사탕가게, 이발소 등 태국의 60~70년대 풍경을 재현한 ‘플런완’이나 남쪽 카오 쌈 러이 욧 국립공원(Khao Sam Roi Yot Marine National Park) 등은 현지인들도 휴식을 위해 즐겨 찾는 단골 장소다.

송끄란이 어우러진 후아힌의 거리는 모처럼 얌전한 분위기를 걷어낸 활기찬 모습이다. 고향을 방문한 주민, 왕실의 휴양지를 찾은 방콕의 청춘, 이방인들까지 어우러져 음주가무를 즐기기도 한다. 평소 관대한 태국 경찰도 송끄란 기간만큼은 음주단속에 꽤 신경을 쓴다. 그래도 물총을 쏘면 ‘씨익’ 웃는 너그러운 단상들이다.


가는 길
인천에서 방콕까지는 매일 직항편이 운항된다. 후아힌까지는 방콕에서 차량으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열차로 이동도 가능하다. 송끄란 축제는 매년 4월 중순 태국의 새해를 기념해 방콕, 수코타이, 치앙마이 등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데 축제 내용과 기간은 조금씩 다르다. 방콕 카오산로드 역시 외국인들이 참가해 24시간 축제가 이어지며 수코타이에서는 코끼리에 물을 끼얹는 전통행사가 전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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